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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인절미 콩가루 맛이 자꾸 생각나는 내비에도 안 뜨는 인절미두루동산 찾아가는 길 (곤지암역 - 신대리 - 곤지암정사 - 곤지암반디숲 - 김이내미골산 - 인절미두루동산)

 
'김이내미골산'도 참 정겨운 우리말 산이름인데, '인절미두루동산'이라는 산이름에 그만 꽂혔습니다. 무갑산 자락에 여러 열다섯(15)이나 되는 작은 봉우리 중에 하나이지만 뭔가 인절미(떡)에 관한 전설이 숨겨 있을 것만 같은 직감이 들었거든요. 아차산 범굴사(대성암)에는 대웅전 뒤 암혈에서 하얀 쌀이 무한정 나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잖아요, 그런 흥미로운 전설이 있을까 싶어 비 오는 날 우산 우비 챙겨 무작정 곤지암으로 출발했습니다. 곤지암 역에서 내려 내비 검색을 하면 신대리를 지나는 차로를 따라 뜨긴 하는데, 등산로는 안 뜨네요. 마지막 구간에 직선으로 표시된 것이 등산로가 없다는 의미일 텐데, 좀 불안하게 합니다.  
 
인절미산 아래에 곤지암정사가 있네요. 절 뒤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연등 따라 절로 올라갔지만, 절벽 같은 급경사 산비탈에 둘러싸인 절 뒤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없었습니다. 
 

곤지암역 - 곤지암정사

 

곤지암 역 주차장은 거의 만차네요,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흠뻑 젖은 산 능선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안갯속에 보이는 가운데 산이 인절미산이 아닐까..
인절미를 검색해 봤죠, 혹시 다른 숨은 뜻이 있을까 싶어서요, 모두 떡 얘기만 뜨네요. 그중 위키백과에는 이괄의 난으로 공주산성으로 피신 중인 인조에게 어느 농부가 떡을 해서 바쳤는데 너무 맛있어서 절미(絶味)로구나, 이 떡 이름이 무엇이냐 물었지만 신하들 중 아는 신하가 아무도 없었다고 하네요, 떡을 만든 농부의 성이 임 씨라고 해서 임절미로 했다가 훗날 인절미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1번 출구 나와 우측으로 전철 선로 따라갑니다. 왼쪽엔 곤지암천.
산이름이 '두루동 산'인지 '두루 동산'인지, 두루동은 동네 이름 같기도 해서 검색해 보니 두루동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광주 지역이 아니라 대구에 있네요. 두류동인데 발음이 어려워 두루동으로 불리나 보네요. 아무튼 광주에는 없으니까 두루동 산은 아닐 것 같죠. 그렇다면 '인절미 두루 동산', 이렇게 되나요. '두루'는 두루두루일까, 흥미롭습니다.
 

신대리(새텃말) 마을 표지석 옆에 검은 대리석은 마을 청년 셋이 6.25 전쟁에서 전사한 충혼비입니다. 
계속 신대길 따라갑니다.
 

오늘이 초파일이죠, 길 따라 연등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신대리 미을 길가에는 붉은 넝쿨장미가 촉촉이 젖어 싱싱합니다.
 

조선 백자요지(터), 
 

신대리 가마터
이곳에 왕실용 도자기를 굽기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던 가마터가 있었습니다.
항아리와 연적 등 여러 유물이 출토되었네요, 뒤로 보이는 가마터는 그냥 잔디 동산입니다. 
계속 길 따라 가지만 좌우에 건물, 공장들이 즐비한데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이질 않네요.
 

곤지암정사

 

절 뒤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연등 따라 곤지암정사로 올라갑니다.
 

 

주차장에는 주차차량으로 가득하네요, 종무소 뒤로 대웅전이 보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종무소 앞에서 연등 하나 신청해서 달고, 수고하시는 아주머니 두(2)분께 물어보니 인절미 산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면서 혹시 스님은 아실지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인사하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니 탄신일 행사 마치고 치우고 정리하느라 여러 사람이 분주하네요. 
 

 

 

 

마침 산신각을 지나 내려오시는 스님이 계셔서 합장하고 여쭈어 보니 절 뒷산이 인절미 산인지
몰랐다고 하시네요. 산이름에 어울리는 그런 숨은 전설이 있다면 좋겠지요 하시면서 절 뒤로
등산로는 없다고 하십니다. 전에는 절 입구 아래 우측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긴 했는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시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알고 계실 것 같은 스님도 모르신다니 실망입니다. 인절미산에 대해 혼자 괜히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컸던 모양입니다. 연등 따라 절을 내려와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 보니,
 

곤지암 반디숲 - 김이내미골산

 

곤지암 반디숲이라는 큰 건물이 가로막고 있네요. 근무 중인 경비에게 혹시 물어보니 뒷산이 인절미 산인지는 모르신다는 말씀인데 그냥 통과해 한번 올라가 보겠다고 하니 승낙해 주시네요. 이곳은 서어나무 전나무가 울창한 숲체험 공간으로 카페, 물놀이장을 운영하면서 뒷산에 숲 탐방로를 개설해 놓은 유로입장 시설입니다. 숲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 인기 코스이기도 합니다.
 

올라가면서 뒤돌아 본 반디 숲 카페
 

우산은 접어 넣고 우비 꺼내 입고, 탐방로 따라 올라갑니다. 상당히 가파른 야산 비탈에
지그재그로 오솔길을 조성해 놓았네요. 오솔길 양쪽, 험한 숲 속으로 가지 말라는 외줄 밧줄이
걸쳐져 있습니다. 어른들도 만만찮은 가파른 산길인데 어린이들에겐 조심스럽네요.
반딧불을 보려면 야간에 이동해야 하는 오솔길인데 인솔자가 있겠지만 조명도 없으니
어린이들에겐 조심조심 구간이 되겠습니다. 
 

 

8부 능선쯤 올라간 탐방로는 이제 돌아 내려가는 코스가 되네요. 
 

산 정상이 가까워 보여 코스를 이탈, 길이 없는 능선을 타고 올라가기로 합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능선은 빗물에 젖어 미끄럽네요,
조심해서 올라가는데 다행히 잡목이 우거져 앞을 가로막지는 않습니다. 
 

삼각점 표시에 누군가가 '김이내미골산'이라고 써놓았습니다. gps상 고도 222m인 지점, 이정표도 없고, 정상표시나 안내문, 하다못해 리본, 이런 것 아무것도 없이 잡목에 가려져 어두컴컴하기만 한데 살 살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뭇잎, 낙엽을 때리는 빗소리도 요란해지기 시작, 미끄러운 젖은 하산길에 불안감이 드네요.
 
그래도 여기서 인절미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겠다 싶어 반대쪽 내려가는 비탈을 바라보니 장난이 아니네요. 급경사입니다. 계단이나 안전로프 설치해 줬어야 할 구간으로 보이는데 그냥 급경사 비탈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산길에 숨어 있는 위험이죠. 이정표, 리본 하나조차도 못 본 산길, 비도 오고, 미끄럽고, 인절미산에 숨겨진 이야기도 못 듣고, 해서 오늘은 아니다 싶어 다음 기회로 미루고 포기, 올라온 길 그대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반디숲 - 고갯마루

 

아까 올라가면서 언뜻 눈에 뜨인 쿠팡물류센터, 반디숲에서 내려다보니 어마어마합니다.
 

아까 내비 검색에 직선 표시된 지점까지 가서 확인해 보려고 곤지암정사 입구를 지나 차로 따라 고개를 올라갑니다. 길가에 어느 문중의 모선재를 지나며 정문은 열려있지만 패스합니다.
 

모선재
 

내비에 뜬 길은 이 지점에서 끝납니다. 고갯마루에 절개지 옹벽 뒤로 산길이 있는지 살폈지만 있다 해도 경사가 너무 심하네요. 있다면 이정표가 세워져 있을 텐데 없으니까 없겠죠. 산꾼들만 알고 올라다니는 숨겨진 비탈길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기도 등산로 입구는 아닌 듯싶습니다. 높은 산이 아니어서 오늘 어렵잖게 찾을 것 같아 서둘러 출발, 쉽게 생각했나 보네요, 들머리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곤지암역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걸은 거리는 9.5km,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에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글번호: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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