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들이 날아오는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을 당정뜰로 이름을 바꿨네요. 하남 산곡천이 한강에 합수되는 이곳 물가에 형성되는 몇 개의 모래톱을 당정섬이라고 해왔는데 고심 끝에 당정뜰로 바꾸었나 봅니다. 예쁜 이름, 잘 어울리네요. 올래도 귀한 겨울 손님, 백조 큰고니들이 어김없이 날아왔습니다. 지난 11월 언제인가 지나다 보니 선발대로 날아온 녀석들 십여 마리 보이더니 오늘은 보니까 여기저기 모래톱에 흩어져서 한 3백여 마리도 넘겠는데요. 특유의 낡은 트럼펫에서 나오는 깨진 소리 같은 울음소리, 우는 소리인지, 환희의 소리인지, 강가의 적막을 흔들어 깨고 있었습니다.
모래톱 물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조용합니다.
그러다 한 두 마리, 두세 마리 날아오릅니다, 심심한가 보네요.
앗, 대 여섯 마리나 날아오르네요. 무리 떼 지어 날아오르기를 기다리는 진사님들, 한껏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게 합니다.
그런데 다시 조... 용...
그래도 간간히 몇 마리씩 날아오릅니다.
그러다 하늘에 적막을 깨는 요란한 헬기 소리에 졸고 있던 녀석들도 일제히 고개를 빼들고 경계심을 보이더니 이내 잠잠, 그런데 울음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녀석들끼리 뭔가 헬기 소리에 대한 소통을 하는 모양입니다. 헬기소리에 녀석들이 놀라 하늘로 떼 지어 날아오르지 않을까 잔뜩 기대한 진사님들이 실망입니다. 오늘은 춥지 않은 날, 녀석들이 좀처럼 날아올라주질 않네요.
모여 있던 녀석들이 하나 둘, 두셋씩 짝을 지어 슬슬 정탐에 나서는 듯 흩어집니다.
모래톱 아래 멀리 한강 물 한가운데까지 유유히 헤엄쳐 가는 녀석들도 있네요.
회색은 어린 녀석들이라 했는데 덩치는 더 크네요, 요 녀석은.
고니는 작은 눈이 매력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녀석들은 태평입니다.
오리들이 더 경계심이 많은 듯 멀리 떨어져 모여 있습니다.
간간히 한 두 마리 움직일 뿐, 꼼짝도 안 하고 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오리들도 날아오를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고니들이 흩어져 떠나간 자리에 날아오는 왜가리 한 마리,
왜가리는 고니들이 별로 환영하지 않는 녀석, 왕따인가 봅니다.
어느새 백로 한 마리도 끼어들었습니다.
흩어진 고니들, 여기저기 모래톱으로 다 숨어든 모양이죠, 오늘 하루 잠자리를 찾아간 듯하네요. 하늘로 날아오르지도 않고, 날아오는 녀석들도 없고, 해 저무는 당정뜰, 진사님들도 하나 둘 카메라 챙겨 떠납니다. 녀석들이 하늘을 떼 지어 날아다니는 에어쇼를 보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는 듯하지만 기약은 없죠. 쌀쌀해지는 저녁 강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페달을 밟아 귀가하였습니다.
오늘 라이딩 거리는 36.4km입니다.
글번호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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