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벌봉 남한산 정상 - 허물어지는 성곽은 현재 보수 중
하남에서 광주 방향, 남한산성 가는 길을 달리다 산곡 휴게소에서 법은사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들어갑니다. 콘크리트 임도가 끝나면서 이어지는 산길, 갈잎이 무성하고 인적이 드문 코스여서 산길은 낙엽에 묻혀 거의 실종, 조심해서 만만찮은 산비탈을 올라가면 남한산성 13 암문, 바로 옆으로 붙은 암봉이 벌봉입니다. 벌봉에서 남한산 정상은 불과 500 여 미터, 멀지 않죠. 새로 설치한 하얀 정상석이 제자리를 살짝 벗어나 있어 좀 어색해 보이기도 하네요. 벌봉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성곽은 영욕의 역사에 지친 듯 많이 허무러 져 있네요. 지금 한창 보수 중이어서 본래의 모습을 머잖아 갖추게 되겠죠. 남문처럼 위용을 갖춘 철옹성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들머리
자전거로 갈 수 있는 한, 산자락에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지점까지 콘크리트 임도 비탈길을
타고 올라가 어느 농원 주차장 하얀 철망 기둥에 자전거 매어 놓고 산행 출발하였습니다.
gps 찍어보니 남한산 정상까지 2.7km 되는 지점입니다. 벌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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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길이지만 거친 임도,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오후 햇살이 눈앞으로 비치면서 카메라도 눈부신 듯, 역광이 난반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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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길이 끝나면서 이어지는 자갈길에는 갈잎이 수북수북 쌓여 있습니다. 지나는 동네 어르신 한 분에 목례와 함께 인사 말 드렸더니 이 길로 올라갔다 능선 타고 내려오면 좋을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스틱이 없으면 나무 몽둥이라도 들고 가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들개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시네요. 혹시 몰라 적당한 나뭇가지 하나 줏어들고 올라갑니다.
목줄에 매어 있지만, 계속 짖어대는 저 녀석은
사나워 보이지는 않아도 경계심이 무척 많은 모양입니다. 날카롭게 짖어대네요.
나뭇가지로 바닥을 탁 탁 치면서 겁도 주고 휘파람으로 달래기도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이따 혹시 어두워졌을 때 떠돌이를 만나면 신경 쓰이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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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 묻힌 등산로 위례둘레길
이 길은 위례둘레길 4코스입니다, 길안내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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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밟는 소리, 숨 고르는 숨소리뿐,
아무도 없는 산길, 길이 잘 안 보이는 낙엽 쌓인 비탈길, 그래도 있을 곳엔 화살표도 달아주고 리본도 띄엄띄엄 달아 놓았습니다. 하얀 페인트로 표시한 화살표 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물 없는 마른 계곡, 없던 바위들이 나타나는 바윗돌 구간입니다. 낙엽 쌓인 돌길에 발목 조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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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윗돌 구간 지나 쉼터,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이런, 그런데, 물을 자전거 케이지에 달아 놓고 그냥 올라왔네요, 물 대신 갖고 있는 사과 한 알로 대신하였습니다.
잠시 쉬어주고 다시 출발,
앞에 능선이 보이죠, 바로 치고 올라가면 될 것 같은데, 너무 가파르고 길이 아닙니다. 우측에 보이는 리본을 놓치지 말고 우측 능선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능선에 올라가면 이정표, 샘재 갈림길입니다. 직진하면 좌 우 성곽에 이어지는 중앙에 통문처럼 보이는 암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한산성 13 암문입니다.
13 암문으로 올라갑니다.
좌 우 성곽은 관리 보수가 잘 된 듯하죠.
늠름한 벌봉 굴욕의 현장
병자호란 당시 벌봉을 청군에게 빼앗기면서 성 안까지 화포 공격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곳으로 침투하는 코스는 세(3) 군데, 산곡에서 계곡 따라 오늘 올라오고 있는 코스, 또 하나는 샘재에서 능선 따라 침투하는 코스, 또 하나는 상사창동에서 골짜기 따라 기습해 오는 코스로 추정이 됩니다. 동장대보다 높은 요충지, 요새인 이곳 벌봉을 빼앗기는 패배를 당하면서 결정적인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죠. 이곳을 빼앗기면서 얼마나 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잃었을지 수많은 원혼들이 이 산에 잠들어 있는 듯합니다.
암문은 성곽에 문루를 세우지 않고 낸 통문이죠. 적들이 알지 못하는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곳에 만들어지는 문인데, 비밀스럽게 물자를 통과시키는 비밀문이기도 하죠.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이곳을 빼앗기면서 외성은 적에게 내준 결과가 되고 내성으로 철통방어를 꾀했지만 결국 침략에 굴복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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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높이로는 철통방어가 불안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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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문 왼쪽으로 올라가면 벌봉입니다.
밖에서 바라보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벌봉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안 쪽에서 보면 늠름한 암봉, 봉암성 따라 절경을 이루고 있지만, 성 밖에서 보면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급 급경사 절벽,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그럼에도 빼앗겼습니다. 비록 빼앗기긴 했지만 강력한 저항을 했을 것으로 보아 청군의 손실도 상당했으리라 짐작은 되죠. 그런데 이곳에서의 격전에 관한 안내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습 침투에 허를 찔리며 일격에 허무하게 내주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런 참담한 굴욕의 역사를 되돌아보기보다는 빼어난 절경, 늠름한 벌봉에서 깊어가고 있는 만추의 아름다운 성곽 풍경에 젖어볼 생각으로 최단코스로 잡아 올라온 것이죠.
벌봉 바로 앞,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청 태종이 반드시 벌봉을 깨트려야 한다고 작심을 하고 왔던 모양입니다.
적장이 벌봉의 전략적 요충지임을 꿰뚫어 보고 집중 공격을 한 것이네요.
벌봉에 올라 본 벌봉의 빼어난 모습들입니다.
성 밖에서 드론 뷰로 벌봉을 한 장에 담으면 늠름한 위용이 뚜렷한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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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봉을 빼앗겼던 것에 절치부심, 숙종 12년에 시작하여 이곳에 새로운 성을 쌓아 전략적 보강을 했네요. 이곳 험한 지형에 4개월 만에 축성을 완료하였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그런데 벌봉 주변 성곽은 세월을 못 이겨 많이 허무러 져 밀면 그대로 무너질 것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수북이 쌓인 낙엽, 허물어진, 무너진 성곽에 가을이 쓸쓸히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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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봉에서 남한산 정상에 가는 길엔 늦은 오후의 햇살이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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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의 일부도 많이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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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 정상 보수 중인 성곽
새로 놓인 말끔한 정상석,
정상은 이곳에서 100 여 미터 떨어진 곳인데, 성곽 보호상 이곳에 정상석을 설치한다는 설명문이 붙어 있습니다. 충분히 양해는 되지만 왠지 정상석이 뻘쭘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주변 성곽은 파헤쳐지고 보수 중이어서 정상의 정확한 위치를 성곽에 올라가 확인해 볼 수 없었습니다. 보수공사 현장에 출입금지 금줄이 둘러쳐져 있네요. 이곳은 벌봉보다 10 미터 정도 높지만 정상의로서의 존재감은 벌봉보다 많이 밀리죠. 남한산에 있어 남한산성인데 남한산은 점점 존재감이 잊혀 가고 있네요.
무너진 성곽의 보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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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에 이어지는 웅장한 성곽처럼 보수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되어 남한산성,
그 철옹성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되찾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6:08 하산 시작, 올라온 길 그대로 하산합니다. 하산완료 17:15
길이 안 보일 정도로 쌓인 낙엽에 날이 추워지면서 밑에 얼음이 얼면 급경사에 여기저기 눈에 안 보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낙상의 위험이 큰 코스입니다. 가을엔 스틱 필수, 겨울엔 아이젠 필수 코스입니다.
오늘 산행 거리는 5.3km,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56.3km입니다.
글번호: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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