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역 2번 출구 나와, 철도박물관 가는 길 따라 1킬로 정도 걸어가 어두컴컴한 굴다리를 빠져나가면 바로 왕송호수입니다. 눈앞에 차단기가 내려지면서 레일 바이크들이 줄줄이 지나가네요, 모두들 즐거워하는 표정들이죠. 녹색 철망 휀스에는 잠자리 한 마리 앉아 졸고 있는 뜨거운 한여름날의 후텁지근한 오후입니다.
호수에는 이번 장마로 떠내려온 부유물들을 제거하는 청소배 두(2) 척이 열심히 걷어내고 있습니다. 원색의 파라솔이 눈에 띄어 멀리서 언뜻 보면 낚싯배인 줄 알겠는데요. 호수 가운데로 뻗쳐 있는 얕은 모래톱인지 부유물 토사물톱인지 가마우지들의 쉼터네요. 녀석들이 날개도 말리고 잠시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에 들어가 잠수하는 가마우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별 관심 두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녀석이 한 뼘도 더 되는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습니다. 눈으로는 분명히 순간을 봤는데 카메리를 들이대지 못했네요. 이럴 때 눈 깜짝하면 그대로 센서로 전달되어 순간을 감지, 바로 찰칵 찍히는 카메라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 녀석은 그래도 배고픈 듯 계속 잠수했지만 이후는 모두 허탕이었습니다.
부유물도 많이 떠 있고 물에 수초들이 쓰러져 있는 데다 수면을 수련이 뒤덮은 웅덩이에는 물닭들이 헤집고 다니면서 뭔가가 있는지 부지런히 물어 올리는 듯, 바빠 보입니다. 수면 위로는, 스멀스멀 열기가 느껴질 만큼 뜨거운 오후, 수면을 낮게 날아다니면서 짝짓기 상대를 찾아 둘이서 짝을 이루어 솟구쳐 오르는 나비잠자리들의 유혹이 더 뜨겁습니다. 아래 영상에 나비잠자리를 모아 담았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볕에 뚝방 가로수가 좀 빈약하죠, 나무 그늘이 아쉽네요. 끝없이 이어지는 뚝방길 따라 걸어갑니다. 한 바퀴 돌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 중간에 탈출구, 없어요.
참새도 더위 먹은 듯, 도망갈 생각이 없나 봅니다.
쌀잠자리는 졸고 있네요, 한여름 뜨거운 햇빛에 지친 모습입니다.
풍차가 있어 이국적이죠.
지금 한창 제초작업 중이어서 여러 대의 예초기 소음이 한꺼번에 울리면서 시끄럽습니다.
주변에는 진한 풀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레일바이크 출발점에는 대기 중인 바이크가 더 많네요, 무더위 탓이겠죠.
이때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 한 마리, 찍을 때는 직박구리인가 하면서 찍었는데, 아닌데요.
물까치이지 싶은데, 멋쟁이 세련된 물까지라 하기엔 좀 남루해 보입니다, 어린 녀석인가.
이제 거의 반쯤 돌았습니다, 수문을 지나 뚝방으로 다시 올라가니 레일바이크 스타트 피니쉬 라인이네요.
그런데 꾸무럭거리던 날씨가 빗방울이 후두득 날리더니 소나기 되어 내립니다. 얼른 우산을 꺼내 들었는데 나비도 풀잎으로 비를 피해 숨어들고 잠자리는 우연이겠죠. 우산 아래로 숨어드네요, 진짜 우산 속으로 피한 것일까..
풀잎으로 숨어든 네발나비,
보기 쉽지 않은 네발나비를 풀섶에서 찾아 찍었습니다.
예민한 녀석이어서 좀처럼 내려 앉질 않아 사진 찍을 기회를 잘 안 주는데,
소나기 덕을 좀 보았네요. 멋쟁이 나비답게 날개 무늬가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죠.
이 손톱만한 녀석은 나비인지 나방인지,
언뜻, 진짜 같은 뱃사공 조형물,
잘 만들었네요.
나룻배 출발합니다..
왜가리, 백로도 무더위에 지친 모습이죠.
그래도 배는 고픈 듯, 물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의왕역에서 출발, 왕송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의왕역으로 돌아가 마무리,
오늘 걸은 거리는 7.5km입니다. 호수 한 바퀴는 약 5킬로 되겠는데요.
레일바이크도 호수 한 바퀴를 도네요.
레일 때문에 호수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 제한적이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철도박물관엘 잠깐 들려보아도 좋겠죠.
의왕역 가는 길, 벽화에 그려진 의왕 8경, 의왕에 가볼 만한 데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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