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는 예보도 있고 해서,
오늘은 자전거 없이 홀가분하게 배낭만 메고 나섰습니다.
우산, 비옷까지 챙겨 둘러메고 전철 탑승,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호명산을 찾아갑니다.
청평역에서 바로 산길에 진입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호명호수까지 이어지는 인기 코스죠.
청평역 2번 출구 나와 바라보면 앞에 보이는 저 하얀 다리가 보이죠, 자전거길 따라갑니다.
다리를 건너왔습니다. 2019년 11월에 지나가면서 그때는 못 보던 다리로 보이는데, 주탑이 독특하죠. 통기타가 연상되네요, 아무런 설명도 안 붙어 있지만, 이곳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통기타 치고 젊음을 노래했던 청평유원지였잖아요, 통기타 모양의 주탑이 그때 그 낭만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다리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여기를 건너갔을까, 검색해 보니 2012년도에 이곳을 건너가 호명산에 오른 산행기에는 철판다리라고 있었네요. 징검다리처럼 낮아서 물이 불어나면 잠기곤 했었습니다. 철판이라 물에 젖거나 눈 내리면 미끄러웠을 테죠.
12:51, 곧바로 등산로 입구입니다, 등산 안내판 세워져 있네요, 4개의 코스 중 오늘은 1코스를 따라 올라갑니다, 경기둘레길 22코스이기도 하네요.
길 옆으로는 계곡, 시원한 물소리가 경쾌합니다.
계곡 트레킹 하는 두(2) 분
계곡에서 등산로로 벗어나는 지점에 길안내 표시가 있어야 할 자린데, 없습니다. 계곡을 건너야 할지, 계곡으로 올라가야 할지, 애매한데, 우측으로 올라가는 나무에 어느 동호회에서 리본을 달아 놓았습니다. 리본 믿고 올라가면,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 안전로프 난간줄이 쳐져 있습니다.
가파른 급경사 오르막길을 쉼 없이 한 800 여미쯤 오르면 산스장 쉼터
산스장 쉼터 지나 다시 급경사 오르막 계단길
13:31, 두(2) 번째 만나는 쉼터에서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잠시 쉬었다 다시 출발,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 계단길,
안전로프 난간 계단길
13:58, 숨이 턱에 차올라 오르면 다시 쉼터(전망대)입니다. 청평댐이 바로 눈아래에 보입니다.
청평댐, 신청평대교, 강 건너 대성리로 가는 자전거길도 선명하죠.
전망대에 흑백무늬 선명한 나비출현, 왕세줄나비입니다.
전망대를 지나, 잠시 걷기 편한 흙길, 키 큰 소나무들이 즐비한 송림길, 이후는 다시 이어지는 로프계단 길,
비 쏟아질 듯 숲 속엔 어두워지면서 잔뜩 찌푸리는데, 보기 드문 나비 출현,
날개에 선명한 둥근 무늬가 예쁜 뱀눈나비 중에서
왕그늘나비로 보입니다, 첨 보네요,
예쁜 나비를 보고 발걸음도 가벼이 오르막 급경사 계단을 오릅니다. 그런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 14:30
한동안 쏟아지는 소나기에 오도 가도 못하고 우산 받고 버티다가, 더 젖기 전에 비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14:39
산속엔 짙어진 비 냄새, 나뭇잎 냄새, 흙냄새, 산냄새에 피톤치드 종합세트, 그리고 시원한 냉기, 산속에서 만난 소나기는 반가웠습니다.
시원한 소나기 소리
능선은 금방 짙은 안개에 잠겼습니다.
15:22, 비 맞으며 우산 쓰고 비옷 입고 짙은 산냄새 맡으며 올라간 호명산 정상, 헬기장이네요.
정상 632.4m
비가 줄기차게 내려 비 피할 곳도 없고 벤치는 흠뻑 젖어 앉아 쉴 곳도 없습니다. 그래도 서성이며 20여분이나 머물렀네요. 조망은 나무에 가려져 북한강이 조금 보일 텐데 그나마 안개에 잠겨,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짙은 안개뿐.
호명호수 방향으로 하산 출발(15:47)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 명품소나무들이 즐비한 송림길,
크고 작은 바위 능선길을 오르내리다가
급경사 오르막 계단(95개)
왼쪽에 큰 나무에 명지지맥 613m라는 패찰이 붙어있죠, 그 앞에 바위를 기차봉이라 하는가 본데, 설명문은 없는데요.
16:44, 비가 잦아들면서 안갯속으로 햇빛이 슬쩍슬쩍 들더니,
언제 비 왔느냐는 듯, 햇빛이 길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16:57, 바위에 물기가 좀 마른 것 같아 배낭 내려놓고 앉아 잠시 쉬어갑니다. 호명호수 약 1.5 키로 전방.
쉬어주고 다시 출발, 험하지는 않지만 거친 바위 능선 타고 가다,
급경사 내리막입니다. 오늘 코스 중에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 양손으로 로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젖어서 더 미끄러워요.
동호인들이 지나간 흔적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옥색 긴 꼬리산누에나방'
장자터 고개, 호명호수 370미터 전방, 철망문을 통과합니다. 발전소 보호구역으로 통제되다가 2008년도에 개방되었습니다.
철망문 통과 후 계속 오르막 숨찬 길, 마지막 깔딱 고개를 오르면
나무사이로 보이는 안개에 잠긴 호명호수(17:57)
호명호수(전망대)에서 접어들고 오던 우산 집어넣고 비옷도 벗어 물기 털고 배낭에 접어 넣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상천역 4킬로 이정표 보고, 왼쪽 계단길로 내려갑니다(18:05)
마을버스 타러 가는 길
호명호 표지석
그사이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점점 더 멋진 구름이 피어오르네요,
여기에 노을이 물들면..
기다렸다 노을까지 보고 갈까? 하다가 아니지!! 마을버스 막차가 몇 시더라?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이제야 막차 걱정입니다.
호수에는 안개가 많이 걷혔어요.
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노란 버스가 보이죠, 마을버스가 노란 버스였나? 기대 반 의심 반,
노란 버스는 호수 둘레길 셔틀버스네요. 마을버스 배차시간표를 보니, 이런!! 막차는 17:50분에 떠나갔네! 놓쳤습니다. 왜 이렇게 막차가 일찍 끊기남!
어쨌든 이미 늦은 것, 양수발전의 좋은 점을 다시 생각해 보며 천천히 둘러봅니다.
발전용량 206,000kw x 2기
너무 멋질 것 같던 하늘의 구름이 희미해졌어요, 노을을 기다려 보는 건, 패스, 상천역까지 4킬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한국전력순직사원위령탑을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 보고(출입금지), 돌아내려오면서 하늘 한번 다시 올려다 보고,
차로를 따라 상천역으로 걸어내려가기 출발(18:38), 그런데... 이정표에 상천역 4킬로는 등산로로 하산하는 길인 것을, 등산로를 벗어나 차로를 따라 4킬로 내려와 보니 주차장이네요. 초소 앞에서 다시 4킬로를 더 걸어야 상천역!!, 합 8킬로가 되네요, 오늘 자전거 놓고 나온 대신 마을버스 놓치면서 아스팔트 내리막길을 8킬로, 걷기 알바 단단히 합니다.
호명호수로 마을버스가 출발하는 상천마트 앞 도착(20:25), 왼쪽으로 돌아 어두운 길, 길안내 화살표 따라 굴다리 빠져나가면 상천역입니다.
청평역에서 출발, 통기타다리-호명산 정상-호명호수까지 7.5km,
호명호수에서 마을버스길 차로를 따라 걸어 상천역까지 8km, 합, 오늘의 걸은 거리는 15.5km입니다. 호명호수 전망대에서 하산 등산로로 빠지는 이정표를 어디서 놓쳤을까. 호명호수 하늘에 뜬, 엷은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구름을 자꾸 쳐다보며 오다가 노란 셔틀버스가 보이기 직전에서 놓친 것 같긴 한데, 그 사이 상천역 4킬로라는 이정표를 두 번이나 보고 그대로 따라 걸었지만 출구를 못 봤네요. 마을버스 타려는 생각에 묻혀 잘 살피지 못한 불찰입니다. 그런데다, 등산 하산길이나 마을버스 찻길이나 별 차이 없나 보네 하고 어설픈 착각에 알바를 단단히 한 날이 되었네요. 문제는, 마을버스 시간을 미리 알아놓고 막차시간에 늦지 않도록 대비했어야 하는 건데, 소홀했어요.
글번호: 890
'걸어다닌 풍경 > 등산 등산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종도] 안개에 젖은 백운산 - 걷기 편한 너무 걷기 좋은 등산로 (18) | 2022.08.14 |
---|---|
[경기광주 초월] 쌍둥리 백마산 등산로(참나무 소나무 우거진 숲속길) (33) | 2022.08.07 |
동양최대의 인공폭포-용마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굉음과 함께 용마산 용마봉까지=중랑둘레길 (81) | 2022.07.12 |
[광주초월] 무갑리 제비마을 시원한 물소리 따라 무갑천 무갑산계곡 (34) | 2022.07.10 |
[하남 검단산] 푸른하늘 흰구름 두둥실 뜬 검단산 - 키 큰 전나무숲길 따라 시원한 계곡물소리 (0) | 2022.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