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사 계곡에 숨어 핀 복수초와 바람꽃을 만나보려 운길산으로 달렸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멎는 듯했지만 짙은 안개에 이슬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죠.
자전거길에 벤치들이 다 젖어 있어 쉬어갈 장소는 다리밑뿐, 미사대교 아래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운길산 역에서 오르막 길을 타고 올라와 세정사 입구,
바리케이드 철봉에 자전거 매어 놓고 걷기 출발, 계곡으로 진입.
밤새 내린 봄비로 계곡물이 불어 났네요, 계곡엔 아직도 여기저기 얼음이 남아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에 부풀고 있는 새순, 꽃망울은 흠뻑 젖어 있는데,
노란빛이 감도는 꽃망울은 곧 터질 듯하죠.
물이 불어난 계곡에 미끄러운 낙엽과 바위들을 피해 스틱도 없이 조심스럽게 살펴 밟고 가기에 좀 부담스럽네요. 일단 계곡을 벗어나 포장도로로 나가 세정사로 올라가서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겠다는 생각으로 계곡을 이탈, 포장도로로 가기 전 작은 밭고랑을 밟고 지나려는데, 아뿔싸, 이게 뭡니까. 밭은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속은 발이 정강이까지 푹 빠지는 곤죽이네요. 봄비에 흙이 부풀어 늪이 된 모양입니다. 왼발도 푹 빠져 오른발 빼내려 하니 신발은 안 빠지고 양말 신은 발만 쑥 빠지네요. 큰일 났습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흙탕물 곤죽에 엉망 되는 것인데, 왼손엔 카메라, 왼발 외발 학다리 자세로 오른발 신발을 손으로 잡어 빼내 간신히 다시 신고 뒷걸음으로 늪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였습니다. 이런 봉변도 있나.
진흙이 엉겨 붙어 잔뜩 떡이 된 저런 신발로 걸어서 세정사로 올라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합류점을 살펴보니 올라 다닌 흔적은 희미하긴 하지만 길이 없네요. 그런데 그나마 빗물에 젖어 있어 스틱도 없이 내려가다간 틀림없이 미끄러질 것으로 보여 야생화 찾아보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포기, 돌아내려왔습니다.
자전거 타고 돌아오는 길, 양수대교 아래 양수리 갈대습지,
고니가 300여 마리나 노닐던 곳이었는데, 모두 떠나갔나 봅니다. 한 마리도 안 보이고, 물닭 몇 마리 놀고 있습니다.
팔당댐으로 이동, 댐 아래 배알미동에는 다시 안개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고니는 한 마리도 안 보이네요, 가마우지 두(2) 마리만 작은 돌에 올라앉아 있죠. (숨은 그림 찾기)
고니들이 노닐던 물에는 오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붉은 머리 흰죽지, 댕기머리 흰죽지들이네요.
팔당대교는 짙은 안개에 잠기고,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도 안개에 젖었는데,
그 많던 고니들은 한 마리도 안보입니다, 모두 떠나갔습니다.
그 자리에 모여든 오리들
그런데 오리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갈대숲 속에 고니 한 두 마리가 숨어 보이네요?
몇 마리 더 있습니다.
여섯(6) 마리인가 봅니다.
크게 울기도 하고
이 녀석들은 왜 못 가고 남아 있는 걸까
낙오된 것일까
마지막 마무리 후발대인가
곧 건강하게 떠나갈 것으로 믿어야죠,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철수,
수정; 2022 03 16, 다시 보니 야생 거위도 있나 싶지만, 녀석들은 거위였습니다. 거위와 고니 너무 닮았죠. 구별포인트는 부리에 있습니다. 거위는 뾰족한 노란 삼각형 부리, 고니는 둥근 노란 부리 끝에 까만 부위가 구별포인트. 지난 2월 26일 이곳에서 시민 90여 명이 참여한 고니 환송회가 열렸다고 하네요. 배불리 먹고 잘 가라고 고구마 채를 썰어 뿌려주었다고 합니다. 멀리, 중국, 몽골, 시베리아까지 3천~8천 킬로를 날아야 하는 녀석들, 지금쯤은 고향에 다 도착했겠죠.
저녁 무렵 팔당대교에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습니다.
강 건너는 잘 안 보이네요, 다시 보슬비가 뺨에 느껴지면서 옷깃이 촉촉해집니다.
돌아오는 길, 보슬비가 헬맷을 타고 방울방울 굴러 내립니다.
짙은 안개에 잠긴 한강
저녁 물안개가 피어올라
거울 같은 강물
호반의 도시로 변했습니다.
한강감시선착장에 정박 중인 하얀 모터보트 두(2)척
짙은 안갯속에 하루종일 봄비가 내리던 날의 스케치였습니다.
어두워지면서 비는 멎었는데 (안내판에 물총새, 고라니.. 그런데, 세모고랭이는 뭐지..)
세정사 계곡에서 헤맨 거리 1km,
짙은 안갯속에 하남-팔당을 달려 운길산 세정사 입구까지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68.1km(feat. 모토벨로 tx8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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