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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비가 내리더니 자전거 타고 달리는 내내 한강엔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따라왔죠,

하늘도 안 보이고, 강 건너 저편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에 흠뻑 젖은 풍경 속으로

촉촉한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려갔습니다. 팔당댐 호수에는 아직 얼음이 풀리지 않았네요. 

멀리 끝자락에 백로 한 마리, 왜가리 한 마리 각각 짝을 잃은 듯 가까이 서서 망연자실한 듯 얼음판 위에 멍하니 서 있습니다.

 

 

 

 

지난번에 3백여 마리가 모여 있던 양수대교 아래 갈대습지에 살펴보니, 고니는 한 마리도 안보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녀석들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 월동을 마치고 북쪽 추운 곳으로 모두 떠나간 것으로 보이네요. 

양수역 앞 가정천은 고니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최적의 현장이어서 오늘 다시 찾은 것인데 접근하면서 들으니 녀석들 특유의 울음소리가 들려 반가웠죠. 그 반가움도 잠시, 연못 저편 저 멀리 불과 몇 마리 안 되네요. 이미 녀석들이 다 떠나간 모양입니다. 금년엔 타이밍이 영 안 맞네요. 올겨울 세(3) 번째 오는데 올 때마다 녀석들과 운이 안 맞네요. 녀석들의 샛별같이 작은 까만 눈동자를 금년에는 못 보는군요.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 삼각대를 붙잡고 응시하고 서있는 진사님들의 숫자가 더 많아 보입니다. 

 

 

 

 

연못엔 오리 몇 마리 놀고 있는데 그래도 심심치 않게 가마우지 한 마리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얼음 녹은 물에 웅성거리던 큰 기러기들이 날아올라 고별비행을 하듯 한 바퀴 돌고 두물머리 쪽으로 사라졌습니다. 

 

 

 

 

기러기도 몇 마리 남지 않은 연못은 조용합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스스로 기약하면서 현장을 떠나 가까운 조안면 시우리로 달려갔습니다. 

작년 9월에 찾았다가 고압전기선으로 산길 입구가 차단되어 있어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왔던 큰명산엘 다시 시도해 보려는 것이죠. 가까운 청평에 호명산이라는 산이 있잖아요. 호랑이 우는 소리를 낸다 해서 호명산이라는데 큰명산은 무슨 울음소리를 내는 큰 산일까 하는 흥미로운 궁금증이 남아 있기도 해서입니다. 

 

머치고개, 월문리와 시우리 경계선, 잣나무집 앞 버스정류장에 자전거 매어놓고 걷기 출발,

 

조안면 시우리는 범죄 없는 마을입니다.

 

잣나무집 올라가는 길로 진입, 쭉 따라 좀 가면,

 

등산로 입구에 이정표, 천마지맥 누리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죠. 3중으로 쳐져 있던 전기선은 철거되었네요, 뭔가 불거졌던 갈등이 잘 풀린 모양이죠.

 

시작은 널찍한 임도 따라 올라갑니다. 잣나무 솔잎이 수북하죠, 솔잎은 여기뿐이었습니다.

 

갈잎이 수북한 오르막길

 

아침에 내린 비로 길바닥이 질척해져 미끄럽네요.

 

나무는 참나무 외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길엔 온통 갈잎으로 수북합니다.

 

임도는 30~40도의 급경사 오르막입니다. 포클레인 같은 장비들 통행을 감안한 임도를 개설한 듯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원래의 등산로는 임도가 개설되면서 흐지부지 된 듯하네요.

 

올라가다 뒤돌아 보니 고래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고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도 따라 올라가면서 봐도 길안내 이정표는 하나도 없습니다.

 

어느 산악회에서 파란 리본을 달아놨네요. 올라 다닌 흔적도 보여 파란 리본 믿고, 임도에서 벗어나 급경사 절개지역을 올라갔으나 수북이 쌓인 낙엽에 묻혀 길은 어디가 어딘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일단 능선을 향해 낙엽 쌓인 오르막 비탈을 나뭇가지 헤집고 올라가 능선에 합류. 여기까지 쉼 없는 급한 오르막길을 한 1km 정도 올라왔는데, 험하지는 않지만 힘들고 숨차 오르는 오르막입니다.

 

능선 따라가면서 하얀 플라스틱 사각통이 심심찮게 나타나는데 전에 이정표로 쓰였던 설치물인가 봅니다.

 

하얀 사각통 위에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여기가 정상인가 싶을 만큼 그럴듯한 바윗돌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윗돌들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정상이 보입니다.

 

정상은 아까 바윗돌 능선에 비해 오히려 조촐하죠. 삼각점만 박혀 있을 뿐, 의자 하나도 없고 쉴만한 넓적한 바윗돌 하나도 없습니다. 잡목으로 우거져 주변을 내려다보는 전망도 촘촘히 가려져 있어 그대로 보잘것이 없습니다. 큰명산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문도 없네요, 무슨 울음소리를 내는 산인지 궁금증은 플리지 않고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산은 분명히 큰 산이 아닌데도 큰명산이란 이름이 붙었으니 더욱더 궁금하기만 합니다. 올라온 길 그대로 하산 시작 (15:55), 하산완료 (16:42). 하산길에 남 2, 여 1, 3인 1조 한 팀 말고는 아무도 만나지 못한 호젓한 산길이었습니다.

 

큰명산 정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내려온 거리는 2.5km,

덕소-팔당-양수리-양수역까지 달린 자전거 라이딩 30.7km, 양수역에서 시우리 머치고개까지 달린 라이딩 9.8km, 

머치고개-월문 3거리-덕소-한강자전거길로 달린 23.4km, 오늘의 자전거 라이딩 거리 합 63.9km(feat. 모토벨로 tx8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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