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가족, 사진출처, 위키백과, 암(우) 수(좌)가 전혀 딴판이죠.
자료 사진을 먼저 올리는 이유는 오늘 원앙을 못 보았기 때문입니다.
분당 백현보에서 원앙을 보았다는 뉴스 기사도 있었고 블로그 포스팅도 본 기억이 있어서, 찾아가면 볼 수도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오늘 세밑 연휴에 백현보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백현보에는 새들이 가장 싫어하는 환경인 공사 중이네요. 얼마 전 구미 물놀이공원으로 달려갈 때는 건너편 자전거길이어서 이 쪽 공사 중인 걸 몰랐네요. 경계심이 유난히 강하고 극도로 예민해서 풀숲에 거의 숨어 다니다시피 하는 원앙이 이곳에 남아 있을 리가 없죠. 실망입니다.
백현보를 해체한다는 안내문입니다, 더 이상 농업용으로 보가 기능하지 않고 있어서 하천의 원활한 흐름과 생태계복원을 위해서 철거하기로 하였다는 공사안내문입니다. 철거 후 유속도 빨라지겠고 수량의 변화도 있을 것이어서 이곳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떠나간 원앙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도 알 수 없습니다. 한번 크게 놀란 녀석들이 돌아온다 해도 몇 년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백현보에 물은 다 빠지고
물 빠진 바닥이 드러나 있는데 악취마저 스멀스멀 풍기고 있습니다.
백현교
자전거는 철제난간에 매어놓고 카메라 꺼내 들고 그래도 혹시나 하고 수내교에서 금곡교 사이 왕복 약 5킬로 구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구간엔 까치들이 많네요. 억새풀 사이에서 놀다 우르르 산책길로 날아오는 참새들도 귀엽습니다. 겨울철새인 재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띄었고, 그리고는 논병아리, 쇠백로, 중백로, 쇠오리, 비오리, 가마우지, 왜가리, 요 녀석들은 공사현장을 피한 구간에서 별일 없다는 듯 노닐고 있었지만 원앙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부부 금슬이 좋다는 원앙, 그게 아니고, 알고 보니 짝짓기일 때뿐이고, 알을 낳으면 수컷은 나 몰라라 바로 둥지를 떠나버리는 바람둥이라는 원앙, 스토리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죠. 암 수가 너무 달라서 중국사람들이 서로 다른 새로 알고 수컷은 원(鴛), 암컷은 앙(鴦)으로 불렸었다고 하네요. 광릉숲 물가에 날아와 월동을 한다는데 거길 가면 볼 수 있으려나..
원앙은 약 2000년 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옛 선현들께서 원앙은 부부금슬이 좋은 한쌍으로 믿었고 그 믿음이 민속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을, 이제 와서 알고 보니 그게 결코 아니었다, 바람둥이다, 짝짓기 상대가 매번 바뀐다,라는 최근의 반론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바람둥이라는 반론이 맞다면 '한쌍의 원앙이 되어'라는 아름다운 금슬 칭송은 잉꼬새로 돌려와 할 것 같습니다. 잉꼬는 일본말로 작은 앵무새의 한 종류인데 우리말로는 '사랑앵무'라고 하네요.
오래전 아이들 어린 시절에 잉꼬 한쌍을 키운 적이 있었죠. 정말 둘은 말 그대로 물고 빨고 종일 붙어 지냅니다. 얼마 후 알을 낳았는데 딱 한 개였어요. 알을 번갈아 품는 듯하더니 어느 날 둘이 대판 싸우는 거예요. 보니 알은 깨져 있고, 싸우다 깨졌는지, 알이 깨져서 싸웠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냉랭해진 분위기가 며칠 계속되는 듯하더니 어느 날 한 녀석이 새장 문을 열고 탈출, 베란다에서 날아가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베란다 새시와 방충망이 없을 때였죠. 새 파는 집으로 연락을 했더니 남아 있는 새를 데리고 오라고 해서 새장을 들고 갔죠. 감식 결과 수놈이 도망을 갔다고 하네요. 잉꼬들은 영리해서 새장 문 들어 올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노란색 잉꼬가 그 집에 없어서 약간 녹색 깃털이 섞인 수놈을 골라 짝을 맺어 주었는데, 그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둘은 새장 홰 양쪽 끝에 등을 지고 앉아 쳐다도 안보길 한 달 여, 각자 모이도 찾아 먹고 물도 먹고 하지만 그동안 얼음장 같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 전혀 관심 없는 남남인 나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새 집 아저씨 말로는 그러다 둘이 정 붙인다고는 하는데 냉랭한 무관심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들인 수놈이 또 탈출하였습니다. 혼자 남은 암컷은 등만 보이고 있기를 며칠, 탈출한 녀석들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이 녀석도 내 보내 주자 싶어 새장 문을 열어 놨죠. 다음 날 보니 날아가 버렸어요. 노란 잉꼬새의 일편단심이었습니다. 원앙보다 진하죠.
참새들의 오후 나들이
까치들의
망년회
혼자여서 외로운 재갈매기
혼자 바쁜 논병아리
쇠백로
까치와 오리의 귓속말
배고픈 쇠오리
비오리 가족의
쉼
터줏대감 가마우지
해저무는 탄천
비행장 너머로 노을이 물들고 있습니다.
탄천(35), 분당 백현보까지 달린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56km(feat. 모토벨로 tx8프로).
백현보 상 하류인 수내교-금곡교 사이를 걸은 거리는 왕복 5.4km입니다.
글번호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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