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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천만 인구 밀집도시, 서울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

정상에 서면 만경대, 인수봉이 손에 닿을 듯, 산아래 천길 낭떠러지로 수려하게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 절경, 비경에 감탄. 그리고 황홀. 넋 나간 줄 모르고 푹 빠져들고 말죠.

 

말로 표현이 어렵네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인가, 한마디로 이런 당당한 포스, 자존감에다 어디서 다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비인간 절경, 비경입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험한 바위, 돌길은 하루재부터 인수봉을 비켜 올라갑니다.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초겨울의 높은 하늘에 솟아오른 거대한 암봉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인수암을 지나면서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돌길, 계단길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기어올라야 하는 암봉에 철봉길, 끝까지 내리막이라곤 한 발자국도 없는 당당한 모습입니다. 

 

가을단풍, 낙엽 떨어지니 여름에 울창한 나뭇잎에 가려져 있던 바위산의 절경이 전라의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네요. 그 사이사이에 한줄기 얼음골이 햇빛에 슬쩍슬쩍 반사되어 보이고, 가까운 계곡에는 살펴보면 고드름도 숨어 있고, 그늘진 곳은 냉골, 등산길 낙엽 속엔 결빙도 숨어 있습니다. 눈과 얼음으로 덮일 겨울산으로의 변신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운대 가는 길 아치문,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2.1km, 멀지 않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숨찬 오르막길, 모두들 힘차게 출발합니다. 우측에 백운대 탐방센터, 그 옆에 화장실.

 

35분 경과, 하루재 도착.

 

백운대는 직진 1.4km, 우측으로 꺾어 올라가면 지난번 올라갔던 영봉.

 

하루재 쉼터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쉼터에서 바라 보이는 인수봉의 위용에 마음이 설레죠.

 

하루재에서 인수봉으로 슬며시 다가가는 듯한 살짝 내리막길, 그리고 이어지는 평지길은 인수암까지 얌전합니다.

 

인수암 직전에 마지막 화장실, 꼭 들려가세요.

 

인수암 뒤로 인수봉

 

인수봉에 혹시? 하고, 밧줄에 매달린 클라이머들 없나 살펴봅니다. 눈으로 보기엔 까만 점이 하나 보이기는 하는데..

 

210mm 망원으로 당겨보니 커플인가, 두 사람이 등반 중이네요.

 

인수암 지나서부터 다시 오르막, 돌길.

 

왼쪽의 높은 봉우리(만경대)에 가려진 그늘 속엔 찬기운이 가득,

 

가파른 철제 계단길에 오르기 직전, 숨어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근처 바위에 앉아 잠시 쉬어갑니다.

 

냉골엔 벌써 빙벽, 고드름으로 동장군 맞을 준비 중,

 

계단길은 힘은 들어도, 안전하죠. 한참을 오르다 중간에 잠시 숨고르고,

 

백운산장 앞 '백운의 혼' 탑(비석)

 

6.25 전쟁 발발 직후 후퇴 중, 이곳에서 젊은 목숨을 자유와 바꾼 두 용사의 넋이 잠들어 있습니다.

 

산장은 코로나로 폐쇄 중, 화장실도 폐쇄,

 

산장

 

산장 옆에 세워져 있는 북한산성 안내문. 북한산의 여려 봉우리를 잇는 산성, 11.6km를 이렇게 높은 산등성이에 불과 6개월 만에 완성하였다니 놀랍죠. 돌짐지고 오르는 민초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산장에서 백운봉 암문 200m, 백운대 정상까지는 500m, 본격적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계단길, 철봉길, 갈림길에서 계단길 선택

 

백운봉 암문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고 지원병의 비상출입문

 

왼쪽에 만경대와 오른쪽에 백운대를 연결하는 성문으로 북한산성 8개의 암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 원래 문짝이 있었으나 없어졌다고 하네요.

 

우측으로 북한산성 성곽 따라 올라갑니다.

 

오늘 백운대에 오른 어린이는 둘, 여자 아이 1, 남자아이 1, 둘 다 씩씩한 모습. 오늘 올라온 수많은 등산객 모두에 등린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철봉 구간, 두렵지만 철봉 꽉 움켜쥐고 살펴 밟고 조심조심 올라가면 절대안전, 한순간 방심하면 추락위험 구간,

 

뒤돌아 보니 만경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네요.

 

점점 가팔라지고 난이도가 올라가는데, 믿을 건 철봉, 접지력 좋은 등산화뿐.

 

오르고 내리고 서로 비켜가기에 엉키기도 하고,

 

안 미끄러워 보이지만, 바위도 여기저기 미끄러워요. 군데군데 지하철 돌계단 닳듯이 닳았어요.

 

겁먹는 구간, 까마득하죠. 여기서 포기하면 등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올라가는 분도 있네요.

 

 잠시 삼각산 설명을 보면서 숨을 고릅니다. 인수봉(810.5m), 만경대(787m), 백운대(836.5m), 그래서 삼각산, 지금 그 삼각산 정상에 서 있습니다.

 

위험지역 출입금지 경고문이 민망합니다.

 

줄 선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길게 늘어선 인증샷 대기줄이 끝이 없습니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보이죠.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없는 정상입니다. 백운대에 몰려드는 상서로운 흰구름 백운(白雲)은 오늘 이렇게 구름처럼 몰려든 젊은 그대들, 그대들이 바로 백운(白雲)이어라.

 

인증샷을 마치고 조심조심

 

정상 바로 아래에 진짜 넓은 마당바위가 있네요, 2백 명은 거뜬하겠어요.

 

셀프샷도 멋져요.

 

통일 염원을 새긴 통일서원 비석, 한국산악회에서 세웠네요. 기다리면서 한 번쯤 읽어 볼 수 있도록 큰 의미를 새겼습니다.

 

이곳 백운대 정상에 새겨진 암각문, 글자는 잘 안 보이지만 경천애인(敬天愛人) 네 글자와 함께 자신이 탑골공원에서 독림만세를 도창(導唱)하였다는 걸 새겼네요. 1886년 해주에서 출생한 독립운동가 정재용 선생이 새겨놓은 암각문입니다. 당시에는 철봉은 물론 계단도 없는 험할 데 그지없는 위험한 등반길, 그런 암벽들을 맨손으로 어떻게 오르셨을까.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닌데 몇 날 며칠이 걸렸을까. 연장이라곤 망치와 끌, 정 정도였을 텐데, 홀로 새겨놓은 선생의 강한 소명의식을 존경합니다. 그러고 바라보니 바로 옆 게양대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더욱 의미 있어 보입니다. 

 

백운대 정상 836m, 하산 시작 15:10, 게걸음 뒷걸음으로 철봉 잡고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큰 바위는 베레모 쓴 공룡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죠, 그 너머에 만경대,

 

사자봉

 

베레모가 슬슬 벗겨질 듯, 공룡의 머리에 가려진 뒤쪽 바위는 큰 바위얼굴, 안보입니다.

 

인수봉엔 북벽을 세(3) 사람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앞서 오른 리더는 자리를 확보, 뒤 따르는 동반자에게 출발, 대기 같은 등반신호를 주는 듯, 수신호가 빈번합니다.

 

한치의 빈틈도 없도록 확실하게, 팀워크를 이뤄 오르는 모습, 장합니다, 대단해요.

 

하산하면서 뒤돌아 보니까 아까 그 클라이머들 맞죠, 셋이 인수봉 정상에 올라섰네요.

 

무엇 때문에 죽을 둥 살 둥 밧줄에 매달려 올라갔을까, 젊음, 열정이겠죠.

 

 

오늘 등산로에서 만난 산냥이 셋(3), 놀라워라, 수직벽을 사분사분 기어 올라가네요. 나무 위로 올라가 졸기도 하고, 녀석들 눈빛을 보면 뭐라도 주고 싶어 지는데.. 떡을 조금 주니 마지못해 받아먹네요. 백운대 탐방지원센터 도착, 하산완료(17:11).

 

북한산 우이전철역 2번 출구 나와 걷기 출발, (아침에 날씨가 영하여서 자전거 안 타고 전철이용), 산행 출발점인 백운대탐방지원센터까지 2.5km 구간,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거리 두기도 해야겠고, 해서, 워밍업 한다는 핑계로 나름 정당화시켜 걸어갔지만, 멀진 않아도 만만찮은 오르막입니다. 그래서 택시 타고 가는 분들도 많아요. 넷이서 합승인데 승객의 편의성과 기사님 편익이 어우러진 관행인 듯하네요. 혼자 타고 가기는 사치스럽고 넷이 일행이면 택시이용도 좋아 보이는데, 합승이 아닌 일행 승차는 아무래도 눈치 보이겠죠. 걸어서 45분, 그런데 내려올 때는 그보단 빠르겠지 했는데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네요, 이해불가. 오늘, 우이역 2번 출구-탐방센터-하루재-백운대 정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온 거리는 9.7km.

 

그동안 등산화가 닳아 망설이던 백운대를 지난주 구입한 새 신발을 신고 올라갔다 왔습니다

착화감(fit) 별 5, 뽀송뽀송 별 5, 접지력 별 4, 무게 별 4, 만족도 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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