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마라톤, 물병,
글 제목이 좀 어색하죠, 서로 잘 안 어울리는 듯한 단어들이 모여 있으니요.
자전거길에서 벌어지는 동호회의 마라톤 대회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자전거길에는 사실 전용길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옆에 도보산책 전용길이 있는데도 굳이 자전거길로 걷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에 민감한 자전거들에게는 상당히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봄, 가을철에 심심치 않게 열리는 것이 바로 마라톤 대회로 수십 명의 동호인들이 자전거길을 점령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면서 자전거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죠. 왜 옆에 있는 산책길을 뛰지 않고 자전거길로 뛸까, 듀애슬론인가, 아무튼 서로가 불편한데요. 오늘 이야기는 그로 인한 불편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요, 물병을 내던진 해프닝에 관한 것입니다.
마라톤 대회를 보면, 정식 큰 대회이든 동호회 대회이든 중간중간에 마라토너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물이나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거나, 스펀지에 물을 묻혀 놓거나 해놨는데, 그러면 뛰어가면서 하나 얼른 집어 들어 한 모금 축이고 휙 내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죠, 그런 장면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질 않잖아요.
어느 날 안양천 자전거길, 석수동 근처 어딘가 무궁화꽃이 곱게 핀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호회 마라토너들이 길게 줄을 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가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피하거나 띠링 띠링하면서 속도를 줄여가고 있었는데, 앞에 뛰던 한 분이 돌아서 앞을 막아서며, 숨찬 소리로,
"물 좀 주세요!"
자전거를 바로 세우면서 입 대고 마시던 생수병 말고 아직 입에 안 댄 생수병을 건네 주자, (정식 대회 중계화면을 보면 마라토너들은 벌컥벌컥 들이켜지 않던데..) 목이 몹시 탄 듯 벌컥벌컥 마시더니,
생수병을 휙 내동댕이 치고는 몸을 휙 돌려 앞으로 뛰어 달아나 가버리는 거예요. 순간, 좀 당황스러웠으나, 아!! 휙 내던지는 게 무의식적이었나 보다, 하면서 자전거로 달려 금방 뒤 따라붙었는데,
뛰면서,
"죄송했습니다--"
"정신 나갔었나 봐요--"
"물, 감사합니다--"
.
.
"네--, 완주하세요.."
백운호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니
자전거길에 버려져 있던 수많은 일회용 컵들은 말끔히 청소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듀애슬론의 인기가 핫하잖나요.
트라이애슬론에서 수영을 뻬고 런(5km)+사이클링(40km)+런(10km), 이런 조합으로 뛰고 달리고 뛰는 변종이라 하겠는데 동호인들은 스스로를 철인이라 부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대회가 심심찮게 개최되고 있고 많은 철인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뛰고 달리는 조합은 정해진 건 없어서 5+20+5으로도 하기도 하고, 아니면 더 줄이기도 하고, 또는 몇몇이 모여 자기들만의 10+10으로 즐기는 분들도 있어 재밌네요.
자전거(사이클링)와 마라톤(런)은 이렇게 찰떡궁합이 되면서, 그래서 자전거길을 당연히 뛰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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