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어렵겠지만 물 위에 뜬, 솥뚜껑보다 더 큰 둥근 잎들이 모두 물아래 한 포기에서 올라온 잎줄기입니다. 그렇게 두(2) 포기에서 자란 큰 연잎들이 연못을 뒤덮고 있죠. 한가운데 호박덩이만 하게 부풀어 오르던 털북숭 꽃망울이 예상보다 일찍, 오늘 9월 15일 아침 하얀 꽃잎을 터트렸습니다. 한낮에는 쨍쨍 내려쬐는 햇빛을 받아 활짝 피어 더욱 풍만해지면서, 다소곳한 모습, 여왕의 품격에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자태에 눈이 부시죠. 내일 오전에는 분홍색으로 변할까, 모레저녁에는 붉은색으로 변해 밤에 물속에 잠기면서 꽃이 질까, 그 직전에 여왕의 루비크라운을 볼 수 있을까, 놓치지 않고 그 단아한 모습, 그 화려한 빛깔을 담아보고 싶어요.
<수정> 2021 9월 16일 아침 8시 반,
어제 순백의 하얀 꽃이 하루가 지나 이렇게 변했어요, 믿기지가 않네요.
어제 오후부터 분홍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나 봐요, 하룻밤 지나며 짙은 분홍빛에 자주색이 물든 꽃잎으로 변신되었네요, 어제 오후 해지기 전에 들려봤어야 했는데, 엷은 분홍빛이 물든 꽃잎은 놓친 듯싶네요. 자세히 보면 흰꽃잎이 겉꽃잎으로 보이죠, 겉은 흰색을 유지하면서 속이 분홍빛-자줏빛으로 변하는 모양입니다. 지금 한가운데 겹겹이 닫혀있는 꽃잎이 열리면서 크라운을 만들어 마치 여왕의 머리에 대관식을 하는 듯 진한 루비처럼 붉은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절정인데,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담아야 할 텐데.. 그런데, 이미 색깔이 짙어진 것으로 보아 그사이 대관식을 벌써 마치고 꽃잎이 닫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얀색일 때 진한 향기로 유혹, 딱정벌레가 날아들면 꽃잎이 닫힌다는데 어제 딱정벌레가 일찍 날아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딱정벌레는 꽃 속에 갇혀 기어 다니면서 열심히 수정작업을 하고 있겠죠, 목숨 건 꿀샘탐험입니다. 꽃을 다시 열어 딱정벌레를 날려 보내주고 꽃잎이 다시 닫히고 물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화려하지만 꽃으로서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인데, 실은 수정이 끝난 포자를 안고 들어가 씨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9월 16일 오후 5시 4분, 언제 지났는지 대관식(크라운) 절정은 지나간 모양입니다, 시들고 있는 게 분명하죠.
9월 16일 오루 8시 28분, 꽃은 시들고 남루해 물에 잠기고 있네요. 모르는 사이 딱정벌레도 다녀갔고 신비스럽고 황홀한 대관식도 마치고 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절정을 놓쳤어요, 정성을 기울여야 할 모양입니다. 꽃이 핀 첫째 날은 15일이 아닌 전날, 14일이었고 15일 오후부터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 15일 밤에 대관식을 마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게 아니라면, 보통 3일 걸린다는 변화 과정이 이번에는 속전속결, 2일째에 마무리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딱정벌레가 일찍 날아들었다고 볼 수밖에요, 그래서 수분(수정)이 빨랐고, 분홍빛, 붉은빛으로도 빨리 변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속에 털북숭 꽃망울이 하나 부풀고 있어 한번 더 꽃을 피우지 않을까 기대는 걸어봅니다.
9월 17일 아침 09:00, 어제저녁에서 12시간이 경과한 모습은 물에 다 잠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꽃잎이 다 지고 씨방만 남기까지 서서히 잠기나 봐요. 수척하고 색 바래 초라해 보이지만 새 씨앗을 잉태한 신비한 새 생명의 모습입니다.
<수정> 2021년 10월 8일, 3주 만에 다시 부풀어 오르던 꽃망울이 터져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순백의 하얀 꽃이 눈부시죠.
10월 8일 09:00
작은 수련들에는 흰색, 연분홍색들이 흔하잖아요, 그런데 아차산생태공원 연못에는 희귀종 빅토리아수련에 가려져 눈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연보라색, 붉은색, 연노란색, 색색의 작은 수련들이 활짝 꽃피어 있습니다. 그래서 연못풍경이 더 아기자기하죠. 연못 한가운데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는 인어상 뒤로 하얀 물줄기 분수가 튀어 오르고 있고 주변에 색색의 깜찍한 수련꽃들이 피어 몰려 있어 카메라 들고 찾아온 분들이 많네요.
색색의 작은 수련을 영상으로 모았습니다.
나루공원에서 생태공원을 왕복한 산책거리는 2.5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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