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이 좀 이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푯대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을 찾아 올라간 건데 올라가 보니, 봉우리 이름이 참경봉이네요. 올라가면서 좌우 양 쪽에는 수목장들인데, 참배나 성묘 차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다가 먼저 가신 고인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어서 길이 아닌 데는 삼가면서 조용히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올라갔습니다. 상당히 가파르네요, 그런데, 우거진 숲길에 문득 새소리도 안 들리는데..라는 적막감에 뒤돌아 보게도 되는군요. 수목장에 들어서면서 그냥 발길을 돌려 내려갈까 하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렇게 의도치 않게 수목장으로 이끌리어 올라가게 된 것에 어떤 종교적인 의미를 둘 수는 없겠죠. 하지만, 잘 모르고 있던 수목장이라는 데를 지나가게 되어 수목장이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겉으로 보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일진이 그렇게 되어 있었나 봐요. 여기저기 돌에 애절한 글들이 쓰여 있고, 큰 나무에다 스웨터 하나, 목도리 하나 그리고 털장갑 한 켤레, 그렇게 감싸 걸쳐놓았는데 추모의 정이겠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웨터나 목도리가 욘사마가 입던 이미지 그런 느낌을 주네요.
아마도 이름도 없던 봉우리였었는데, 이곳은 산 아래 청란교회의 수목장으로 봉우리 이름을 지으면서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뜻으로 짓지 않았나 싶어요, 참경봉(參驚峯)에는 the peak amazing grace라는 의미를 담은 듯합니다. 봉우리의 고도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GPS상으로 보니 221m였습니다. 여늬 산 정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야간 보안등이 두(2) 군데나 설치되어 있네요. 특이해 보이지만 이곳을 공원으로 본다면 이해가 되죠.
정상 쉼터 벤치에 잠시 쉬어줍니다. 산 아래 교회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아 쉬게 되어 있네요. 오늘 생각지도 않던 수목장의 봉우리에 올라오게 된 것은 문호교회에서 올라가는 푯대봉 등산로가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강을 내려다보는 정상뷰를 염두에 두고 푯대봉을 오르려 했던 것인데 진입로가 막혀 있어 날머리로 보이는 도장 1리 쪽에서 역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문호리에서 도장리로 이동했던 것이죠.
참경봉은 큰 나무들이 정상을 에워싸고 있어서 사방이 막혀 아래 교회도 안 보이고 하늘만 보입니다, 보안등이 눈길을 끌죠.
원래는 문호교회 자전거거치대에 자전거 매어놓고 푯대봉에 오르는 산행을 시작하려 했었죠.
교회에서 길 건너 보이는 부동산 사무실 왼쪽 옆길로 올라가면 되는데,
올라가 보니, 이게 뭐죠, 개인사유지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고 등산로가 아닙니다라고 되어 있네요. 어찌 된 영문일까. 사유재산권의 정당한 행사인지 횡포인지 고개가 갸우뚱 해지지만, 어쩔 수 없죠. 기존에 올라가던 등산로의 흔적이 보이기는 하는데 그냥 안내문만 걸어놓은 게 아니라 기존의 등산로를 뭉개버려 거의 수직 절벽으로 해놓은 것을 보니 심술스러워 양해 바란다는 말에 공감이 전혀 가지 않네요. 양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달아납니다. 주변에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능선으로 오를만한 길이겠다 싶은 흔적은 한 군데도 안보입니다. 무작정 잡목 잡풀을 헤치고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기는 무모해 보입니다. 마침 부부인 듯한 두(2)분이 다가와서 진입로를 찾아 함께 찾아보고 오르려다 쉽게 포기하고 돌아가네요.
그래서 날머리로 보이는 도장 1리로 이동했습니다.
도장 1리 마을회관 앞 쉼터 정자에 자전거 매어놓고 두리번 찾아보아도 등산로 진입 안내는 안 보입니다.
마을 끝에 산자락 쪽으로 걸어가 살펴보아도 진입로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네요. 이쪽이 아닌 모양입니다. 내비를 찾아 검색을 해보니 길안내도 안 뜨네요, 당황!. 암튼, 도장 1리는 잠실로도 불리나 봅니다. 옛적에 누에를 치는 마을이 아니었나 싶은데 요즘에야 누에 치는 마을이 어디 있겠어요. 마을 앞, 근처 논에는 특이한 벼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롱벼, 사두초, 묽은 차나락 등 생소한 명칭인데 벼이삭이 까만 게 참 특이합니다.
동네 뒷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없는 것 같아, 일단 눈앞에 보이는 저 능선으로 오르기로 하고 무궁화공원 가는 길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 산 쪽으로 올라가면 될 것 같은 직감으로 따라 올라갑니다. 능선에 오르면 푯대봉 연결되는 이정표를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죠.
왼쪽으로,
깔끔해 보이는 전원주택들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 직감으로 수목장인가 본데..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다 이정표가 하나 보입니다. 드디어 푯대봉 가는 등산로에 연결이 되는구나, 했는데 다가가 보니 아닙니다. 인생의 숲길로라는 화살표로 되어 있습니다. 수목장으로 가는 이정표인가 보네..
갤러리
수목장
조형물, 사랑이야기
청란교회
교회 뒤, 주기도문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아직도 푯대봉 가는 능선에 연결될 것 같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Ship Thief, 무슨 종교적 의미가 담긴 것일까.,
천국으로 보내는 우체통이겠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일까,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오릅니다.
기회와 변화의 갈림길, 올라가면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가족들이 참배나 성묘로 오르기엔 길이 너무 거칠고 가파르네요, 그래서 입구에 튼튼한 등산용 지팡이를 비치해 놓았나 봅니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니 참경봉입니다, 푯대봉에선 점점 더 멀어진 것 같고 시간이 늦어 더 진행하기는 무리로 판단, 이곳에서 잠시 쉬어주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만큼 카메라 집어넣고 스틱 꺼내 들었죠(15:26). 푯대봉은 서종대교 쪽으로 이동해서 그 근처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다음에 찾아볼 생각입니다.
다 내려왔습니다(16:02), 저 능선 너머에 푯대봉일 텐데요.
문호리까지 내려가는 좁은 차로에 승용차들이 꽉 차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자전거는 그 옆으로 슬슬 슬 내려갑니다. 승용차들이 답답할 텐데, 이럴 때 자전거 타는 맛을 알 수 있겠죠. 북한강에는 수상스키가 크게 물살을 가르며 맴돌고 미끄러져 달리지만 차량들은 제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북한강변 자전거길, 문호리 가는 길, 오랜만인데 좌우에 깔끔하게 정비해 놓았네요.
하남-팔당-문호리-도장 1리 마을회관까지 달린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80.4km(feat. 모토벨로 TX8프로),
도장 1리 마을회관에서 참경봉까지 올라갔다 온 거리는 3.2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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