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폭염 속에 깊은 산속 울창한 삼림, 그런 숲 속은 잠시 더위를 피하기 좋은 길이죠. 맑은 물이 콸콸, 물소리도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이 있으면 발도 담그고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늘 걸은 형제봉까지 오르는 코스에는 산 이름이 청계산이어서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계곡은 없네요. 하지만 전 코스 완벽한 숲 속 나무그늘 터널길, 쭉쭉 뻗어 빼곡한 전나무, 소나무, 참나무, 밤나무에 가려 하늘도 안 보이고 능선길만 보고 가는데, 좌 우 깎아지른 급경사 그 아래에 나무 사이로 마을, 들판이 희끗희끗, 푸릇푸릇할 뿐, 전혀 안보입니다. 매미들도 지쳐 우는 산길,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어 그늘져 어둑어둑한 흙길, 폭염 속에서도 산들산들 능선에 바람이 일어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국수역 앞, 청계산 등산로 안내판 근처에 자전거 매어놓고 1코스, 화살표 따라 걷기 출발
굴다리를 빠져나가 왼쪽, 신촌을 지나가는 산길코스로 올라갑니다.
오른쪽, 정자동 쪽으로 가도 되지만 아스팔트길이네요.
이쯤에 이정표 하나 추가 설치해 주면 좋겠어요. 길은 아스팔트 포장한 지 얼마 안 되는 깔끔한 길인데, 외길이긴
하지만, 이정표는 없고, 주변에 묘들이 보여 새로 조성한 묘원으로 진입하는 게 아닌가 잠시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지하 150m에서 대공으로 끌어올리는 지하수, 음용적합, 올라갔다 내려오는 하산길에 이 샘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빈 페트병 두 병에도 가득 담았습니다.
이곳은 용문산고지, 청계산고지, 예봉산고지를 연결하는 6.25 격전지였습니다. 이곳에서 호국용사의 유해와 전투복, 탄피, 수첩, 사진등 유류품이 발굴되었습니다. 잠시 묵념을 올리고 갑니다.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이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듯, 화장실도 보이고, 주변이 깨끗합니다.
그런데 주차된 차량은 없네요, 텅 비었습니다.
주차장에 청계산 등산안내도
주차장에서 청계산 정상은 4.7km, 형제봉은 2.9km,
이정표 따라 산길로 진입, 얼마 안 가,
빼곡한 전나무 숲으로 하늘도 안 보여요.
숲 속 그늘터널길 시작입니다. 길은 부드러운 흙길, 맨발로 걸어도 좋겠는데.. 하면서 걷다 보니 정말로 맨발구간이
나오네요.
오르막이 없는 걷기 편한 길
맨발권유 구간은 500m, 끝에 발 씻을 수 있는 약수터도 있다지만, 사양하고 계속 신발 신고 갑니다.
국수역에서 출발하여 2.5km 올라온 지점,
여기까지 쉼터나 벤치 하나도 없어 바윗돌에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잠시 쉬고 출발했더니 얼마 안 가 약수터네요. 쉼터도 있고, 맨발로 걸어왔다면 여기서 발 씻을 수 있겠어요.
물은 졸졸 나오는데 음용부적합, 아쉬워요.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다시 이 약수에 들려 손을 싰고 있는데 휘릭! 가슴이 황색인 딱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한 모금 찍어 마실 듯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빤히 쳐다봅니다, 녀석이 놀라지 않게 얼음땡, 꼼짝 않고 기다려주는데 한번 더 갸우뚱하더니 그냥 휘리릭 날아가버리네요. 녀석이 물 마시는데 방해가 된듯해서 미안하지만, 곧 또 올까 해서 카메라 꺼내 들고 한참을 기다려도 녀석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숨어보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 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나무 사이로 막혔던 전망이 잠깐 뚫리면서
당겨보니 멀리 남한강 물줄기가 살짝 보입니다.
누리장나무꽃
산길에 흔히 보던 돌무더기 몇 군데 있었지만 그냥 지나 보냈는데 보니, 이곳엔 꼭 사막에 몽구스 가족이 서서
망을 보는 듯, 재밌어 보여요.
잘 가고 있습니다, 형제봉까지 1.4km 남은 지점,
두 번째 만나는 쉼터는 세 분이 점령 중,
갈림길에 서 있었던 이정표가 부러져 쓰러져 있습니다. 왼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이 사람이 더 많이 다닌 듯 길이 다져져 있고 험하지도 않아 보여서 한참을 따라가 보다가 능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해서 원위치로 돌아와 쓰러진 이정표(청계산정상 2.5km) 방향으로 올라가 보니, 경사는 심하고 험한 바윗돌 길이지만, 일단 정상을 향하는 길로 판단, 숨차지만 바윗돌길을 숨 고르며 올라갑니다.
세 번째 쉼터, 잠시 쉬어갑니다.
허름하지만 이정표 만나니 반가워요, 아까 쓰러진 이정표에서 쓰러진 방향으로 오르막 바윗돌길로 올라온 선택이
맞았네요.
정상 직전엔 늘 그렇듯 깔딱 고개가 기다리고 있죠, 안전로프 잡고 올라갑니다.
다가가면서 산불감시초소인가 했는데, 정상입니다.
형제봉 정상 507.6m, 형제봉에 얽힌 설화는 없는 듯, 안내문이 없네요. 청계산 정상이 형, 이곳이 아우, 그렇게
근처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 둘이라서 형제봉이겠지 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정상에 전망대는 무박 캠핑장으로 인기 있을 듯, 그런데 이 시간 아무도 없습니다.
양평 시가지가 보이는 전망은 흐리지만 확 뚫려 시원시원하죠.
이곳엔 아기공룡도 있어요.
파노라마뷰
나무들 사이로 청계산 정상이 보입니다, 2km는 더 가야 되는데, 높은 봉우리 봉우리 사이 심한 오르막 내리막 깔딱 고갯길, 왕복 4km, 더위에 무리하지 말고 그냥 내려가라는 아우성이 머릿속에서 요란하네요.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50분, 이미 늦은 하산 시간, 청계산 정상은 다음에 다른 코스로 올라가 보기로 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길로 발걸음 가볍게 내려갑니다.
하산길에 눈에 띈 아티스트 거미
다 내려왔습니다. 지하 150m에서 퍼 올리는 샘터에서 물도 마시고, 빈 페트병에도 담고 내려갑니다. 국수리 마을에
오후 6시가 지나 길게 기운 햇살이 아직도 따가워 보입니다.
국수역 주차장, 일일주차 4천 원, 주차장은 아까 올라갈 때 보아도 그랬는데 몇 대뿐, 텅 비어 있습니다.
국수역에 매어놓았던 자전거 타고 귀가 중,
얼음골 냉기가 가득한 5개의 터널, 도곡터널, 부용 1, 부용 2, 부용 3, 부용 4 터널을 지나 여섯 번째 터널, 용담터널이 제일 길어서 제일 시원한 터널입니다. 한여름에 자전거 타는 맛, 바로 이맛이죠. 시원한 냉장골에 마냥 쉬어가고 싶어요. 팔당에 터널이 하나 더 있죠, 봉안터널에서도 쉬어갈까.
용담터널 빠져나와 쉼터에서 바라보니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있습니다. 왼쪽 오솔길로 내려가면 부용산 등산로 입구에 용담 약수터입니다.
실컷 마시고 빈 페트병에 가득 담았습니다. 찬물에 김이 서렸네요.
팔당호에 노을이 잠겼습니다.
국수역에서 출발, 걷기 좋은 삼림 나무숲 속 그늘 터널길, 형제봉 정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온 거리는 8.5km,
팔당, 양수리, 국수역까지 달린 자전거 왕복 라이딩 거리는 78.5km(feat. 모토벨로 TX8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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