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웅크린,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오후에 장맛비가 쏟아진다는 예보가 있어 멀리 가지 못하고 양수역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등산길-> 골무봉까지 이어지는 숲 속 오솔길을 걸어갔다 왔습니다. 북한강이 두물머리로 합쳐지기 직전 유유히 잔물결도 없는 완벽한 거울 같은, 호수 같은, 드넓은 강물을 내려다보는 두 봉우리, 골무봉, 노적봉을 물의 정원에서 바라보며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골무봉까지 만으로 잡고, 혹시 올라가는 도중 비가 내리면 우중에 내려다 보이는 강변 풍경이 물안개에 젖어 환상적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양수역 2번 출구 나와 산뜻한 출발입니다.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면 물소리길 안내는 보이지만 골무봉에 가는 길안내나 이정표는 없습니다. 길 건너가 산으로 가는 길은 이 마을길 뿐, 우측에 이마트 편의점을 끼고 마을길 따라 들어갑니다.
마을의 풍경은 깔끔하죠.
여기서 왼쪽으로,
현재 영업을 안 하고 있는 듯한 카페 앞으로 진입해서 우측으로 돌아나가면,
가슴 높이까지 무성한 잡목수풀에 덮여 길이 안 보입니다. 망설이다 헤치고 나아가니,
엉성한 블록계단을 올라서면 비석, 그리고 잡초가 무성한 묘,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오솔길, 그나마 잡초에 덮여 흐지부지,
아무도 찾지 않는 그래서 이름 없는 길인기, 조금 불안해집니다.
키 높이보다 더 무성한 잡초, 잡목, 칡넝쿨에 길은 정말 실종되었네요.
배낭에서 스틱을 꺼내 들고 헤치며 나아갑니다. 더 불안해지는데요.
거미줄, 나뭇가지에 핀 하얀 곰팡이가 사정없이 몸에 달라붙는데,
간신히 헤치고 나가, 그린 철망 옆,
길 양쪽은 낭떠러지, 조심하라는 경고 리본이 매어져 있습니다.
묻혀 버린 길인데 발을 헛디디면 큰일 나는 구간이네요.
안전 철망이 양쪽에 있으니 그런대로 믿고 전진.
개망초 꽃밭이 나타나지만 길이 막혀 반갑지 않네요.
앞쪽에서 들려오는 남 녀 두 사람 말소리가 있어
다시 스틱으로 헤치고 나가지만 계속 이러면 난감한데..
불안감을 주는 무성한 잡목 수풀을 헤치고 나와 드디어 능선길에 진입,
걷기 편한 숲 속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북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 했던 기대는 물 건너갔습니다. 나무들이 빽빽하고 무성해 하늘도 가리고 왼쪽에 북한강 보이지도 않고 우측에 부용리 마을도 안 보입니다. 새소리도 없는 적막한 숲 속, 길 따라 앞만 보고 가는데, 이정표도 없죠, 이야기 안내판도 없어 지루하고 심심할 수 있는 길이네요. 그래도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흙길, 낙엽도 수북이 쌓여 흙냄새가 좋은 산길입니다.
관심 별로 안 갖고 지나치곤 했던 삼각점이지만, 오늘은 심심해서 반가워요.
한번 읽어 봤더니, 인천 해수면의 고, 저를 평균한 평균 해수면에서부터 수준점(50m)을 설정하고, 수준점에서부터 삼각점 표석 상단까지 높이차(950m), 합 해발고도 1,000m, 이렇게 재는군요. 이런 삼각점이 2~3킬로 간격으로 전국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풍수가 좋은지 이 산에는 묏자리가 많이 보이는데요. 숲길 따라가다가 묘가 몇 기 모여 있는 이곳에 전망이 뚫리면서 양수대교, 양수철교, 운길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실은 골무봉까지 오늘 걷고 있는 이 산 이름이 궁금한데 알 수가 없네요.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옵니다. 이 능선 따라 멀지 않은 곳에 갑산 공원묘원이 있고 거기에 만인의 연인 최진실 남매가 잠들어 있는데, 그러면 이 산을 갑산이라고 봐도 되겠죠.
반대편, 부용리 쪽은 멀리 산만 보일뿐, 청계산이겠죠, 나무들에 가려져 있습니다.
가다 보니 능선을 가로지르는 새로 만든 아스팔트 포장 왕복 2차로가 보여 내려왔습니다. 터널 위 에코브리지로 갔어야 되는데 잡목 수풀에 덮여 길이 실종, 직진할 수가 없어 옆으로 헤치고 내려와 보니 여기가 소리개고개입니다. 이따 돌아갈 때는 산길 말고 바로 이 터널로 빠져나가 부용리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코팅지로 소리개고개 명찰을 달아 놓았네요.
차로를 건너 에코브리지 쪽으로 올라가 다시 능선길에 합류,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등산로 같네요. 아무도 안 찾는 외진 길인가 했더니 아니네요. 여기저기 무슨무슨 산악회, 동호회에서 찾아왔다 걸어 놓은 리본들이 매어져 있습니다.
산악회 리본들이 이렇게나 많이 달리다니, 멀리 포항에서도 왔었나 봐요, 포항 등산학교 29기 리본도 달려 있습니다. 동기회겠죠. 소리개고개에서부터는 알음알음 알려진 대로 동호회에서 많이 찾아오는 인기 코스이군요. 걷기 편해서 단체로 걷기에 딱 좋은 등산로 맞습니다.
첫 번째 만나는 쉼터에서 배낭 내려놓고 쉬어갑니다.
쉬었다 다시 출발, 쭉쭉 키 큰 적송들이 빼곡한 송림 길,
아직 아무도 만나지 못한 적막한 산길. 결국 오늘 산길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꾸무럭거리는 날씨 탓이겠죠.
두 번째 만나는 쉼터에는,
양수리 벚고개라고 현 위치 표시에 되어 있지만 보기에 고개 같지 않은데요.
드디어 등산로 안내 화살표가 나타났습니다. 반갑죠.
그런데 이런 안내는 등산로 입구와 중간쯤에도 달아 주었어야 하는데, 있긴 있었겠죠.
멸실되었나 본데 다시 설치해 주면 좋겠습니다.
골무봉 정상이 코앞인데 숨찬 오르막에 길은 흐지부지합니다.
안 보이던 바윗돌들도 보이더니,
쓸쓸해 보이는 정상은 사방이 나무에 가려져 보이는 건 나무들뿐,
골무봉 225m, 우리말 이름이겠죠. 정겨워요. 봉우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느질할 때
손가락에 끼는 골무 형상일까, 옛 선현들의 혜안이 놀랍습니다.
정상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더니 메뚜기 한 마리가 기어 나와 반가워하는 듯합니다. 아니 논 메뚜기인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ㅋ,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노적봉, 그리고 갑산공원이지만 오후에 내린다고 예보된 비를 피할 작전상, 서둘러 이 지점에서 하산하기로 합니다.
소리개고개 터널을 빠져나와 부용리 쪽으로..
양수 1리 골용진에서 양수 2리 가정 상촌지구로 신규 개설된 도로를 따라 내려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양수역까지는 가정천변을 따라 1.5km, 예보대로 맞네요,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 빗길에 펼쳐지는 전원풍경을 따라 내려갑니다.
이 길은 경기 옛길 평해길 2구간, 양평 물소리길 1코스, 많은 분들이 즐겨 찾아 걷는 인기 코스죠.
꽃동네 맞죠, 벌통 수십 개가 놓여 있습니다.
양수리 성당 앞은 해바라기 꽃밭, 아까 산길로 진입할 때는 성당 뒤쪽 마을길이었죠. 왼쪽은 양수역.
오늘 길가에 숨어 핀 들꽃입니다.
흰 패랭이꽃
원추리
쑥갓
양수역 앞 용담연못에 수련이 많이 피었을까, 비 맞아 함초롬한 수련을 만나보려 비옷 꺼내 입고 갔다 왔습니다. 하얀 수련들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하고 있네요. 장맛비 내리는 용담연못 풍경을 예쁜 하얀 수련과 함께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양수역에서 골무봉까지 걸어갔다 온 거리는 8.8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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