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쏟아지던 비가 아침에 멎어주었어요, 이런 날은 날씨가 이쁜 날이죠.
예봉산에서 하늘 높이 날아 내려오는 원색의 패러글라이딩, 모터글라이딩, 환상적이잖아요. 패러슈트에 매어달려, 가슴이 철렁, 박차고 뛰어내리는 이륙 장면을 볼 수도 있겠지.. 마음속에 기대를 걸고 철문봉의 이륙장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육교가 있는 삼거리, 팔당 1리 마을표지석에서 굴다리로 진입, 타고 간 자전거를 매어놓으면 혹시 비가 내리더라도 안심인데, 매어놓을 만한 기둥이나 휀스가 없네요. 마을까지 끌고 올라가다가 그린 철망 기둥에 매어 놓고, 등산로를 찾아 걸어 올라갑니다. 동네 끝, 막다른 길, 왼쪽일 것 같아 가 보았더니 텃밭에서 길이 끊기네요. 돌아내려와 이 길 저길 두리번거려 찾아보아도 등산로가 안보입니다. 팔당 1리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비인기 코스인 듯, 길 안내나 이정표 설치를 안 해놓은 모양입니다. 하는 수 없어 내비를 검색했더니 사진 한가운데에 보이는 전봇대 우측으로 시멘트 담을 끼고 가라는 경로가 뜨네요. 길 같지 않은데..
시멘트 담을 끼고돌아나갔더니 등산로라기보다는 잡초가 무성한 풀숲 길인데, 막혀있지는 않으니 일단 전진해 봅니다.
헤치고 올라가 바로 등산로 길안내 화살표를 발견, 반가워요.
길은 걷기 편한 흙길로 이어지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천하대장군이 민망스럽게 쓰러져 옆의 큰 나무에 기대어 있네요, 오른쪽의 천하여장군도 마찬가지, 기대어 있습니다.
낙엽이 푹신하고 부드럽고 비 맞아 촉촉한 흙길에 오르막이 급해지면서 바위 돌길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길이 거칠거나 험하지는 않네요.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 정글 비슷한데요. 쓰러진 나무들엔 버섯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녹색 이끼들에 뒤덮여
부식되고 있었습니다.
길엔 밤나무 꽃이 무수히 떨어져 쌓여 있어 밤꽃 향기가 그런대로 진한데, 축축해진 낙엽에서 부식되는 냄새가 섞여
부엽토 냄새로 번지고 있지만 코가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은데요. 오히려 비 맞아 나뭇잎이 젖어 있어 스치는 바지와
양말에 스며들어 눅눅해지는 게 신경 쓰입니다. 그렇게 등산로 같지 않은 길을 사람들이 밟아 놓은 흔적을 살펴 밟아
올라가니 능선에 합류.
이젠 등산로 같습니다, 게다가 부드러운 흙길, 걷기 좋아요.
등산로 재확인
바윗돌들이 길을 막고 버티고 눌러앉아 있어 이리저리 돌아갑니다.
바윗 돌길 지나면 명품 소나무들이 많이 모여 있는 송림길,
팔당역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합류지점, 이정표도 있는데, 철문봉 안내는 없네요, 예봉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첫 번째 만나는 쉼터, 잠시 쉬어갑니다. 팔당 1리에서 올라오는 길엔 1킬로도 넘는 구간에 쉼터도 없고 벤치도 없었어요,
이정표도 없었죠.
한적한 등산로에 오늘 처음 만나는 등산객 두 분은 벌써 하산길인가..
산길은 거칠거나 험하지는 않지만 오르막 경사로 숨찬 코스, 계단 하나도 없는 오르막에 숨 고르며 올라가다 보니,
요기만 올라가면 철문봉입니다.
철문봉에 표지석은 없네요, 조안면 능내리에서 올라오는 길은 정약용 3형제가
걸어온 길, 그래서 목민심도!
철문봉 쉼터 벤치에 두 분은 통화 중, 카톡 중,
철문봉 벤취에 함께 앉아 쉬고 있는 귀요미, 화려한 날개 무늬가 돋보입니다. 적갑산에 갔다 와서 봐도 같은 벤치에서
맴돌고 있었어요.
철문봉에서 적갑산까지는 1.1km,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걷기 편한 길입니다.
고사목을 지나 이륙장이 보이면서 몇몇이 모여 있는 게 보여, 이륙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
그런데 다가가 보니 패러슈트가 안 보이네요. 이들은 텐트 펼치며 무박 캠핑 준비 중, 급 실망, 그런데 내려다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어 시원합니다!!
이륙장 바닥엔 미끄러지지 않도록 망으로 덮여있고,
도움닫기라고 해야 되나, 육상 용어인데, 산아래 허공으로 달려가 박차고 오르는 패러슈트! 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의
상상입니다.
흐린 하늘이 좀 야속하죠.
패러글라이더들이 이륙장에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임도나, 등산로 외의 접근로는 따로 안 보이는데요.
일단 진중리 임도를 타고 차량으로 올라올 만큼은 올라오겠죠. 아무튼, 한번 뛰어내리자고 팔당에서부터 이 높은
산을 올라오는 것은 젊음과 용기, 열정이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오늘 이륙장은 무박 캠핑족들에게 점령되었습니다.
멋져요, 멋집니다!
이륙장 뒤편으로 가서 보면 예봉산 정상이 가깝습니다. 예봉산 레이다 관측소의 눈부시게 하얀 돔 지붕은 오늘 걷는
등산길의 좌표인양 여기저기에서 나무 틈새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습니다. 가리고 있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철에
전망이 좋을 듯, 하지만 그땐 추운 게 문제죠.
적갑산 가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운길산
철쭉과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지나갑니다.
날개 다 떨어진 기둥뿐인 이정표
호젓.. 조용..
별 특징이 없어 보이는 적갑산, 바윗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박한 좁은 봉우리, 사방이 나무들에 가려져 조망도
없는 봉우리, 지금 이 시간 오후 4시 50분, 아무도 없습니다. 잠시 쉬고 다시 철문봉으로 돌아가 오던 길로 하산해야죠.
등산로 같지 않은 흐지부지한 길, 팔당 1리 마을까지 조심조심 내려가 매어두었던 자전거 타고 귀가하였습니다.
팔당 1리-철문봉-이륙장-적갑산까지 걸어갔다 온 거리는 8.1km,
하남-팔당 1리 마을까지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4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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