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코스 진입로(들머리)를 못 찾겠습니다.
마명 1리 마을입구에 다리 하나가 있죠. 코스 안내도에는 마명 1교라고 되어 있지만 무명교인지 정작 다리에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이 다리 양쪽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출발은 스므스했는데 산자락 어디에도 산길로 진입하는 후속 이정표나 안내 화살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갈잎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길이 묻혀 있는 건가요. 겨울철 비시즌에 그만큼 산객들이 찾지 않는 비인기 코스인가. 아무리 길이 묻혀 있다 하더라도 길에 사람이 다녔던 흔적까지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는 건데, 어쩠든, 그래서 길안내 이정표를 요소요소에 붙여놓아주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멸실됐다면 바로바로 새로 달아주어야죠. 그런 게 세심한 관리, 기본이죠. 오늘의 5코스 중, 마명 1리 구간은 지번상 포천시에 속하고 나머지 구간은 남양주인데 관리 책임이 어느 지자체인지 해당부서의 담당 직원 한 사람이라도 직접 마명 1리에서 출발, 현장 점검해 보면 길을 못 찾는 상황에 바로 문제파악이 될 거예요. 아무리 콘텐츠가 좋은 명품길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명품길이라 할 수 없죠.
오늘 헤맨 GPS 경로입니다. 깃발이 꽂혀 있는 포인트가 마명 1리, 오늘의 출발점이자 도착점. 다리를 건너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쭉 따라가는 길이 1번 파란색 구간입니다. 1번 구간 꺾이는 곳에 오늘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본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1번 구간에서 만난 주민인 듯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그 이정표가 자기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 길가에 붙어 있어 그 방향으로 앞산에 올라가 보았는데, 길이 없더라는 것, 코스 안내표시 못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아 나오다 만난 젊은 남성분이 서운동산 쪽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직진해 내려간 길이 2번 하늘색 구간입니다. 이 분에게는 물어보는 과정에서 미스언더스탠딩이 있었던 듯, 그분은 둘레길 코스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그냥 큰길 따라 진접중학교 쪽으로 가는 길로 이해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해서 서운동산까지 헛걸음이 길어졌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 트라이로 트랭글을 실행시켜 5코스 검색을 했더니 아니? 검색이 안되네요. 광릉숲길 3km만 뜨는군요. 그러다 3번 길 구간에서 만난 주민 한 분이 앞산에 묘지 옆으로 해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는데 자기도 산길을 찾아 올라가 보았지만 길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촌 쪽에서 많이 올라가더라고 하네요.
코스 안내판에 그려진 5코스 경로를 보면 마명 1리에서 곧바로 앞산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그려져 있잖아요. 그래서 포도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산 쪽으로 쭉 올라가 보았죠. 날이 풀려 녹아 질퍽해져 반죽이 다 된 길에 신발이 푹푹 빠지는 흙길을 올라갔더니 산길로 이어지네요. 혹시 코스에 연결되나 싶어 기대되었지만 주변을 다 둘러보고 나서 보니 그 길은 묘역을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매우 거친 접근로였습니다. 묘지 뒤로 원시림 같은 숲 속을 올라가면서 헤매다 내려왔습니다. 늦은 오후, 길도 없는 숲 속, 멧돼지가 출몰하는 야산인데 무작정 능선으로 올라가 볼 생각은 무모하죠.
지난번에 진접중학교 쪽에서 출발, 선돌산 산길을 걸어 군사시설보호구역임을 표시한 시멘트 말뚝까지 갔다가 돌아내려 갔는데 오늘 역방향인 마명 1리에서 출발, 그 군사시설보호 말뚝까지 갔다가 돌아내려와 5코스를 완주하려던 생각을 접고 그냥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스관리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할 수 있을까, 심한 모욕을 받은 그런 기분입니다. 오늘 진입실패한 코스를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습니다. GPS상 헤맨 거리는 4.5km. 뭐 꼭 코스를 걸어야 되나요. 어느 곳에서나 걷는 건 마찬가지, 그렇게 생각해 주면 언짢은 마음이 좀 풀리기는 합니다. 오늘 겨울답지 않게 참 따듯했죠. 날은 참 걷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마명 1리 앞 다리난간에 자전거 매어놓고 걷기 출발은 상큼했습니다. 이 지점에 자전거 놓고 걷기 출발한 분이 한 분 더 있는가 봅니다.
위의 GPS 경로 중 1번 경로에서 오늘 세 번째 본 이정표입니다. 진접중학교를 가리키는 화살표 그대로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출입금지 쇠줄이 쳐진 막힌 길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가면 허허벌판, 그래도 그 벌판을 지나 산자락까지 접근해 두리번 찾아봐도 후속 이정표는 안 보이고 산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2번 경로구간: 서운동산 쪽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백마상, 이 동네 마명리에 말과 관련된 무슨 전설이 있는 건지 궁금해요.
서운동산은 가족이 함께 휴식하기 좋은 관광농원이네요.
2번 경로 끝: 서운동산 앞에서 좁아진 왕숙천 건너편에 평화의 쉼터, 이곳은 6.25 격전지였습니다.
다시 돌아가 4번 경로: 포도밭에서 쭉 올라간 길은 산길로 이어졌지만 코스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4번 경로: 원시림 같은 숲 속을 계곡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4시 15분, 포기하고 내려와 마명리 다리에 매어두었던 자전거 타고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자전거 타고 마명리로 가는 길에서 본 왜가리입니다. 왜가리들은 각자 맡은 영역을 지키는 듯 수백 미터씩 떨어져 카리스마 포스로 홀로 서 있는 모습만 보였는데 오늘 부평리로 넘어가는 부평교 아래 왕숙천에는 두 마리가 함께 있는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한쌍이겠죠. 부평교에서 따라가는 왕복 2차로인 부마로는 갓길이 넓어 자전거 타고 가기 좋았습니다. 남양주 구간이 끝나고 포천시계를 넘어가는 고개마루애서부터는 갓길이 좁아 차로를 타고 달리지만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괜찮습니다.
마명리(馬鳴里)는 말이 우는 동네, 말울이.
늦은 오후, 마명리에 뜬 낮달이 파리하죠, 허전해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 왕숙천이 한강에 합수되는 합수부에 낚시꾼들은,
어둠 속에서도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왕숙천, 31번째 라이딩을 마명 1리까지 달려 왕복한 거리는 70.7km(feat. 모토벨로 TX8프로)입니다.
글번호: 708
'걸어다닌 풍경 > 광릉숲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숙천(33)-용암천(8)-광릉숲둘레길3코스 소풍길(무지랭이약수터-내루골포도밭) (0) | 2021.02.01 |
---|---|
왕숙천(32)-광릉숲둘레길4코스 무림리마을풍경(이곡초등학교-무림1리 송정리-무림2리 내누리) (0) | 2021.01.31 |
왕숙천(30)-용암천(7)-광릉숲둘레길 2코스 중말고갯길(비루고개-중말고개-무지랭이약수터) (0) | 2021.01.24 |
왕숙천(29)-광릉숲둘레길5코스 왕숙천물내음길(생태습지-선돌산길) (0) | 2021.01.16 |
왕숙천(28)-광릉숲둘레길 7코스 산림욕길(생태습지-포천市界) (0) | 2021.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