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성으로 가는 숲 속 길을 걸어올라 낙타고개 갈림길에서 우미내쪽으로 내려가 토평동 장자호수공원까지 갔다 오려고 출발은 했는데 낙타고개쯤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나무밑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올라오는 동안 살살 내리던 이슬비는 잠시 속임수였나 봅니다. 아차산성 쪽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고구려정 쪽 언덕에서 등산로를 타고 흘러내리는 거센 물살이 낙타고개로 모여들며 모두 우미내쪽으로 성난 계곡물살처럼 흘러 내려갔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순식간에 돌변한 흙탕물, 급류 물길이 되었습니다. 폭우 속 오늘 코스는 구리둘레길 1코스 일부구간입니다.
스틱을 꺼내 중심을 잡으며 조심스레 미끄러운 흙탕물, 급류 물살을 살펴 내려가면 바로 안전한 나무데크 계단길로 이어집니다. 한참을 내려가 계단길이 끝나면서 이어지는 오솔길은 두 군데나 길이 잠기어 솟구쳐 흐르는 물살을 크게 건너뛰어야 하기도 했죠. 우비는 입고 있지만 비는 계속 퍼부어 이미 젖을 대로 다 젖었습니다. 쉼터에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보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네요.
쉼터 처마에 맺혀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쉼터를 지나 이어지는 산길은 어느새 물에 잠기어 끊기었네요.
다시 저 물살을 건너 뛰어 미끄러운 바윗돌에 무사히 착지, 조심스레 엉금엉금, 그래도 비탈진 미끈한 바위가
다행히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네요.
건너가 보니 계곡물이 급류 되어 휩쓸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암튼,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는 시원은 합니다.
여기 바위산 어디엔가 큰 바위 얼굴이 있겠지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언뜻 안보입니다. 이 돌산이 아니고 좀 더 우미내쪽으로 내려가야 큰 바위얼굴 가는 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코스에서 벗어난 가파른 계단을 120m쯤 오르면 건너편 계곡에 큰 바위 얼굴이 한눈에 보입니다.
뭔가 온화한 표정은 아니죠.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역으로 열연한 배용준이 이곳 우미내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촬영 중 발견하였다고 하죠.
여기서 내려가 우미내쪽으로 계속 가려면 폭우로 끊긴 길을 신발을 벗고 바지도 걷어붙이고 물살을 헤쳐 건너가야
해서 장자호수공원까지 가려던 건 접고, 산길을 타고 올라 대성암(범굴사)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돌아나갑니다.
두꺼비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한강, 산 아래 마을이 우미내이고, 멀리 암사대교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비가 멎으면서 운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짙은 운무로 바로 코앞도 안개에 가려진 듯,
왼쪽으로 가면 대성암(범굴사), 오른쪽으로 가면 낙타고개
솔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작은 LED 전구 같죠.
아차! 죄 없는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아차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아차산성 망대지 일대, 아직도 발굴 중, 산성 개방은 언제일지..
언제 폭우가 왔었느냐는 듯 나뭇잎은 상큼하고 오솔길은 그냥 촉촉하기만 합니다.
오늘 폭우 속에 빗길 아차산 숲 속을 걸은 거리는 5.6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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