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함박눈이 되어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에 눈다운 눈이 없어서 반갑네요. 오늘은 어딜 가도 하얀 설경이 펼쳐질 것만 같은 운 좋은 날이렸다? 어딜 가볼까, 하다가 '물의정원'이 떠올랐습니다. 북한강 강변 따라 펼쳐지는 고요한 물의 정원, 넓은 들판에 하얗게 눈 내리는 설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운길산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리는 전철의 차창에 흩날리는 눈발이 흩어지고 있고 차창 너머로 지나쳐가는 들판에도 하얗게 쌓여가고 있어 설렙니다.
운길산역에서 내려 걷기 출발, 경의 중앙선 전철 철교 아래, 밝은 광장으로 내려갑니다.
[영상] 철교 아래, 함박눈 내리는 영상입니다.
강바람에 눈발이 휘날리며 속눈썹에 달라붙네요,
물의정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 함박눈 내리는 설경에 흠뻑 취해서 이해인 님의 시 '눈 내리는 날'을 옮겨봅니다.
"눈 내리는 겨울 아침,
가슴에도 희게 피는
설레임의 눈꽃
오래 머물지 못해도
아름다운 눈처럼
오늘을 살고 싶네
차갑게 부드럽게
스러지는 아픔 또한
노래하려네
이제껏 내가 받은
은총의 분량만큼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쏟아지는 눈
눈처럼 사랑하려네
신(神)의 눈부신 설원에서
나는 하얀 기쁨 뒤집어쓴
하얀 눈사람이라네"
함박눈은 점점 더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날이 춥지 않아 쌓이면서 반은 녹아 흙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강변에 늘어선 버드나무는 강물을 향해 누은 모습이 멋스럽습니다.
오늘 이곳 설경을 찾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데요,
몇몇 가족 지나갔고,
몇몇 커플이 다정히 지나가고,
카메라 들고 혼자 온 분들이 더 많습니다.
카메라도 장비빨이 있어 보이는,
망원렌즈, 대포 망원까지 들고 온 분, 삼각대 대 놓고 카메라에는 빗물 카바까지 씌우고 했으니 사진 고수 진사들인가 보죠,
눈길을 걸어 마음 정원까지 갔습니다.
마음의 정원 용진나루를 반환점으로 해 돌아갑니다.
어느새 눈이 멎으면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안개 속에 수묵화 같던 풍경이 햇빛이 비치면서 수채화로 바뀐 듯하죠, 눈 내린 설경이 산뜻해졌어요.
자전거길엔 눈이 다 녹았네요.
붐 꽃 파종을 준비하면서 꽃밭에 흙을 잘 골라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찬 바람도 일고, 기온도 급히 내려가는 듯,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손이 시리네요.
비상용으로 가져간 충전용 손난로로 곱은 손을 녹여주고, 주머니 속이 따뜻합니다.
춥지 않던 날씨가 이렇게 급히 바뀌는군요.
운길산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멀리 운길산역이 보이죠.
햇살이 비치며 운길산도 모습이 또렷해지고,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입니다.
오늘 늦게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봄꽃이 피거든 다시 보세나, 물의정원을 뒤로하고 운길산역으로 돌아가 마무리, 오늘 걸은 거리는 5.5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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