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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양평 둘러보기,

오늘은 용문역에서 내려 출발, 옛 구둔역(폐역)을 다녀왔습니다. 음대생 서현(수지)과 건축학도 승민(이제훈)의 풋풋한 첫사랑을 '전람회의 그림'의 잔잔한 선율을 배경으로 그려낸 영화 '건축학 개론'이 촬영된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인기 코스죠. 아침에 눈발이 날려 혹시 하얗게 눈이 쌓인 구둔역의 철길을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용문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리는 차 창가에 언뜻언뜻 잔설 풍경이 스치고 있어 기대를 부풀게 했고 용문역에 내리면서 보니 플랫폼에도 흩날리던 눈발이 살짝 깔려 있었습니다. 눈은 더 내릴 듯 말 듯 하늘은 회색빛 짙은 안개에 가려 있었습니다.

 

원래는, 다시 전철로 지평역으로 이동해서 걷기 출발하려던 것이었는데 지평역으로 가는 전철은 오후 4시 10분에 하나 있네요. 너무 늦어져 하는 수 없이 용문 버스터미널(정류장)로 가서 버스로 지평까지 이동하려고 알아보니 지평 가는 버스는 또 방금 떠났고 다음 버스는 1시간도 더 기다려야 해서 일단 1시 10분에 출발하는 화전가는 버스로 이동, 화전교 지나서 하차, 지평 쪽으로 걷기 출발하였습니다. 지평역에서 출발하려던 것보다 한 3km 더 걷는 코스로 되어버렸습니다.

 

화전교(마룡 교차로)에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그릇고개입니다. 이 고개를 넘으면서 지평면에 진입하게 됩니다.

 

지평면에 들어서 지평의병로를 따라가는 길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함박눈이 되어 펄펄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농로에 금방 눈이 하얗게 쌓이기 시작하네요.

 

들판에 멀리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내립니다. 빠르기도 하네요, 어느새 출동해서 트럭이 염화칼슘을 살포하면서 지나갑니다.

 

지붕 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치들이 카메라를 꺼내자 후두득 날아가 전깃줄에 앉았습니다. 안개가 짙어서 하늘이 뿌옇습니다.

 

그러던 중, 두 마리가 날아와 다시 지붕 위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지붕엔 눈이 벌써 수북이 쌓였습니다.

 

월산리 고개를 걸어 올라가면서 좀 힘은 들지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설경을 걷는 발걸음은 가벼운데, 그사이 눈은 그쳤습니다. 찻길은 금방 다 녹았어요. 고개를 내려오면서 보니 왼쪽에 엄청 큰 저수지(월산 낚시터)는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빙어 송어 축제 현장이라는데 언제부터인지 날짜는 안 보이고 낚시터는 한산합니다.

 

그래도 수십 명이 모여들어 어름 구멍을 뚫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멀리 지붕이 빨간 건물이 석불역입니다. 하루에 열차가 두 번 정차하는 간이역이지만 빨간 지붕 파란 건물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핫플레이스입니다. 걸어서 석불역을 지나오는 사이 강릉을 오가는 KTX는 수시로 고속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자유를 위하여 함께 싸운 전적비' 앞에 잠깐 머물렀습니다.

 

'1951년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이곳 쌍굴에서 한미불 3국 연합군 병사들이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다'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잠시 묵념을 올리고, 다시 출발.

 

여기 갈림길에서부터 구둔역까지는 약 1km,

 

여양 2로를 벗어나면서 뒤돌아 보니 오른쪽에 산이 높아 곧 해가 넘어갈 것 같기도 한데,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리는 일신 2리 마을입니다.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구둔역입니다.

 

구둔역은 1940년 건립된 건물로 등록문화재 296호입니다. 

 

그런데 역 건물 안으로는 앞뒷문이 모두 잠겨 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네요.

 

왜 잠가놨는지 안내문도 없습니다.

 

아무튼, 거기다 실망스럽게도 이곳엔 오늘 눈이 내리지 않았나 봅니다. 녹은 흔적도 안 보입니다. 눈은 없지만 그래도 간이역 철길엔 언제나 추억이 아련합니다.

 

졸업하고 세월이 흐른 후 서현(한가인)이 승민(엄태웅)의 건축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머뭇하는데, 나, 서현, 양서현! 했을 때에야 알아보죠. 영화 속의 첫사랑은 그랬습니다.

 

구둔역을 지나 안동, 부산까지도 갔네요, 강릉은 물론이고.

 

전 역은 아까 지나온 석불역, 다음 역은 매곡역,

 

저 커플은 영화 속 서현과 승민의 철길 데이트 장면을 셀카도 찍고 그대로 따라 해 보려는 듯한데요.

 

열차의 페인트가 너무 삭았나, 들떴어요.

 

그때도 코레일이었었네요.

 

열차 하부 부속장치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열차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무리 기다려도 청량리행 열차는 오지 않고 있지만 추억 속의 기차는 저기 저만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두 분 머뭇거리다가 부탁으로 선로 위에서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나란히 선 샷 찍어 드렸습니다.

잘 나왔다고 좋아하네요.

 

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고백하는 고백의 정원도 있습니다.

 

구둔역을 둘러보고 내려와 일신 2리 버스정류장입니다. 걷기를 마무리하고 시간표를 보니, 용문행 버스를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되네요. 그래서 용문 택시 콜, 10분도 안 돼서 택시 배차, 승차, 16분 만에 용문역에서 내렸습니다. 택시 요금 16,400원. 구둔역을 갔다 오는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네요. 전철-버스, 연계 시간을 사전에 꼼꼼히 알아보고 했어야 하는데, 암튼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편하겠으나 서울서 출발한다면 장거리 운전이 되겠죠. 청량리 출발 무궁화호 열차는 일신 역에서 하루에 4번 정차하니 열차시간표에 맞춰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겠습니다. 구둔역에서 일신역은 1.2km 정도로 가까워 걸어갈만한데 청량리행 막차 17:57분을 놓치면 안 되겠죠. 자전거족이라면, 용문역에서부터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차로에 갓길이 없거나 좁은 구간이 많아서 조심 라이딩해야 합니다. 그래도 지나는 차량들이 많지 않아서 자전거 타고 갔다 올만은 한데, 다만, 무왕리 넘어가는 고개가 길고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서 숨이 턱에 차 오르는 오르막 힘든 구간이 될 거예요.

 

오늘 걸은 거리는 12.1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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