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역 2번 출구 나와 걷기 출발, 맑음터공원까지 1.8km 걸어가 오늘의 코스인 제8길에 진입하고 스탬프도 찍었습니다. 그런데 스탬프함이 에코리움 입구 안쪽 벽에 부착되어 있어서 한참 두리번거리며 찾게 됩니다. 건물 밖에 있겠지 하고 건물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출발 전에 GPS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스탬프함의 구체적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내비 보고 찾아가는 것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보다는 이정표, 길안내 표시 보고, 물어도 보고 해서 찾아가는 게 더 건강하게 보이죠. 스탬프함을 찾는 것도 미션이다라고 하여 건물 안쪽으로 살짝 들여놓은 것이라면 나름 보물찾기 하는 트릭으로 봐줄 수도 있죠. 제8길, 제9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눈에 잘 띄는 출발점 주변에 스탬프함을 두지 않은 이유가 뭘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오늘 코스는 말끔하게 정리된 오산천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가 궐리사 뒤 여계산으로 올라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독산성 입구까지 걷기 편한 숲 속 오솔길 코스입니다. 제7길 세마교-독산성-보적사 구간은 지난번에 우중에 산행을 했기에 오늘은 패스하고 세마역으로 걸어가 마쳤습니다.
오늘 걷는 오산천변 구간은 수량도 풍부하고 물도 맑아 보이네요. 멀리 맑음터공원의 에코리움 타워가 보입니다. 예보상으로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는데다 잔뜩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에 우산 하나 가지고 출발했는데 한 두 방울 흩뿌리고 있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조급한 마음에 개울가에 아담하게 조성된 꽃밭에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보이는데도 사진도 안 찍고 서둘러 지나쳐 버리고 말았네요. 꽃밭을 지나면서 언뜻 본 두메양귀비 라고 하는 하얀(해맑은) 양귀비꽃이 눈에 어른거리며 자꾸 생각이 납니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인데 가을이 코스모스를 앞세워 슬쩍 끼어들려 하고 있나 봅니다. 계절을 뛰어넘는 개량종인가, 아니면 계절을 모르는 변종인가..
궐리사에 들어왔습니다. 궐리지에 따르면 병조참의와 좌승지를 지낸 공서린이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낙향하여 이곳에 서재를 열고 은행나무를 심고 후학 양성에 전념하였다고 하는데 은행나무에 북을 매달아서 학업을 독려하는 신호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종 33년(1538)에 다시 조정에 나갔으나 중종 36년에 별세하자 은행나무도 이때 말라 죽었다가 2백 년 후에 은행나무가 다시 살아났다고 하네요. 정조께서 16년(1792)에 이곳에 사당을 짓도록 하고 궐리사라는 현판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궐리사를 상징하는 나무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수령이 올해로 273년이나 되는 노거수입니다.
유학에서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가지 성품을 인의예지라 하죠,
궐리사란 정조가 조선으로 이주한 공자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이곳에 공자가 태어난 중국 산동성 곡부현의 실제 지명을 따다 붙여 내려준 것입니다. 공서린은 공자의 64대 손입니다. 궐리사는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헐리기도 하였으나 고종 31년(1894)에 제단을 마련하여 다시 제향을 올리기 시작하였고 고종 37년에 건물을 갖추어 사당에 공자의 영정과 장각(藏閣)에 성적도(聖蹟圖=공자의 행적을 그린 그림에 해설을 붙인 도설서)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1993년 7월 중국 산둥성 곡부현에서 기증 받은 공자상입니다.
공자상 우측에 맹자(孟子), 증자(曾子),
공자상 좌측에 안자(顔子), 자사(子思),
오른쪽 담 너머에 1996년에 세운 행단(杏壇=강의실)이 있습니다.
계단입구에 대소인하마비(下馬碑)가 있고, 내삼문에 성묘(聖廟)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참조 <궐리사 안내문>
성묘 앞 향나무는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궐리사를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 외삼문을 나와 왼쪽으로 가면서 궐리사 담(울타리) 끼고 산길(여계산)을 오르게 됩니다. 오르막이 있어 숨이 차 오지만 천천히 오르면 숲길의 청량함에 힘든지 모르게 되는데 숲 속의 산소 같은 공기에 취했는지도 모르죠. 산에는 지금 밤나무꽃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여 가다가 오르막 끝이 보이고 안보이던 리본도 보이면 반갑죠. 고인돌공원까지 산길은 2km입니다.
은빛개울공원 주변에 고인돌이 있어 고인돌공원이라 하네요.
무성한 억새풀에 가려 안 보이는 실개천이 은빛개울입니다.
가운데 실개천이 흐르고 오른쪽으로 가면 고인돌공원입니다.
이곳은 큰 바위가 많은 마을이라고 하여 묘바위, 검바위, 금암이라고 하는데 이곳 금암동에 있는 고인돌은 모두 11기로 확인되고, 그중 9기가 경기도 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되어 있고 나머지 2기는 고인돌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고인돌(지석묘)은 덮개들이 모두 흙속에 묻혀 있다고 하는데 잔디밭에 그냥 평범한 돌들 같아 보이는데요.
고인돌은 지역에 따라 그 모양과 이름이 조금씩 다른데 외형에 따라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으로 구분된다고 하네요. 그럼, 여기 공원에 보이는 고인돌은 개석식인가요. 참조 <고인돌 안내문>
여계산 정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 초소(전망대)가 있고, 내리막길로 이어지면서 독산성 보적사 입구 일주문이 멀지 않습니다.
독산성 입구에서 돌아내려 세마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방금 지나온 삼천리연구소 뒤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날씨가 비가 올 듯 꾸물거리다가 큰맘 먹었는지 비 내리는 걸 참아주네요. 해 질 무렵 구름이 걷히고 시원한 저녁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오산역 2번 출구 나와 걷기 시작, 제8길->7길(독산성 입구까지)->세마역까지 걸은 거리는 13.3km입니다.
첨 듣는 얘기지만 오산에도 바닷배가 들어왔었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서해의 바닷물이 오산동 일대의 오산천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산 곳곳의 공사 현장에는 어느 정도 깊이로 파고 들어가면 갯벌 흙이 나오고 옛 지명들도 보면 포구를 연상시키는 위포(은계동), 어인포(초평동), 황새포(두곡동), 갱변(강변) 나루(갈곶동), 선창들(누읍동), 밀머리(원동) 등이 남아있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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