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제5길을 용주사까지 와서 마쳤기에 제6길 출발을 용주사에서 했으나 융건릉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동네분에게 물어보니 멀지 않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코스를 이탈하여 융건릉으로 향했습니다. 융건릉이 왜 제6길 효행길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직접 걸어가 보니, 가는 길에 보행할만한 갓길이 없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차선표시도 없는 좁은 길에 노선버스와 승용차들이 달리는 길 가장자리 풀숲을 밟으며 간신히 걸어가지만 차가 스쳐지날 때마다 불안 불안합니다. 그나마도 능역 울타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길가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피해 가며 가운데를 들락날락, 달리는 차를 피해 걸어갔습니다. 길가에 걸어놓은 무단주차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무색합니다.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의 릉 40기로 등재되어 있는데 그중 융건릉은 아마도 여주 영릉 다음으로 능역이 크지 않을까 싶네요. 융건릉은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찌르는 장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푸르름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융릉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장조)와 모친 혜경궁홍 씨(현경의왕후)를 모시고 있고, 건릉에는 정조와 그의 비 효의왕후를 모시고 있습니다.
융릉 정자각입니다.
능에는 난간석이 없고 병풍석만 있는데 병풍석에 연꽃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는 것은 아버지의 넋을 위로하고자 한 정조의 효심이 담긴 작품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능침까지 직접 걸어 올라가 병풍석을 살펴볼 수 없는 게 아쉬워요.
정조가 당시 양주에 있던 부친의 묘(영우원)를 이곳으로 옮기고 현릉원이라 하였으나 고종 때 황제로 추존하면서 융릉으로 바꾸었습니다.
정조가 부친 곁에 묻히기를 원하여 부자를 이곳 한 구역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홍살문에서 조금 내려오면 곤신지입니다. 원형 연못 곤신지는 융릉이 천장 된 이듬해 1790년에 조성되었으며 곤신방(坤申方=남서방향)은 융릉의 생방(生方=풍수지리용어로 묘지에서 처음 보이는 물을 말함)으로 이곳이 풍수상 좋은 곳, 길지(吉地)이기 때문에 판 연못이라고 합니다. 참조 <융릉-곤신지 안내문>
융릉만 돌아보고 출발점인 용주사로 돌아갔는데 융릉을 돌아본 길을 포함해 왕복 4.5 km 되네요, 건릉까지 갔다 오면 한 6km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용주사 앞에서 오늘의 코스에 진입하는데 좀 혼란스럽습니다. 이정표와 화살표 표시 방향이 서로 엇갈리게 되어 있어 그런데, 횡단보도 앞 철봉에 표시된 방향표시를 보고 건너, 용주사 효행원 담을 우측에 끼고 텃밭 쪽으로 들어가면 코스에 진입하게 됩니다. 가다가 안녕초등학교 앞에서 또 이정표의 진행방향이 헷갈리게 되어 있어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정문 앞->오른쪽 방향, 새로 난 길로 가면 코스이탈됩니다. 왼쪽 방향 샛길로 직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학교 담을 끼고 돌아가면서 보면, 붉은 장미꽃다발이 머리 위에 소담스럽게 늘어져 있고 길바닥에는 꽃잎이 떨어져 흐트러지고 무심히 밟히고 있습니다. 길 옆 논에는 어떤 분이 혼자 들어가서 모를 심고 있는데, 크지 않은 논이지만 혼자 다 심기에는 힘들 텐데요. 모를 심고 있는 이곳 안녕동에는 만년제(萬年堤)라는 저수지가 있었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뒤 논밭 들판 어디엔가였을 텐데 표식이 없어 그 위치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만년제는 정조 임금이 인공적으로 조성했던 여러 저수지 중의 하나인데 강이나 천의 한쪽을 막아서 조성하는 저수지와는 달리 사방에 제방을 쌓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사다리꼴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한가운데는 둥그런 섬을 만들어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모양도 독특하지만 기능과 역할도 다양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농업용수를 대는 기능을 했는가 하면 그 독특한 모양과 위치 때문에 만년제를 융릉의 풍수지리와 연관 지어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의 모습을 많이 상실되어 복원계획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평택화성고속도로 아래 굴다리에 붙여놓은 꽃뫼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노총각 어부와 꽃선녀 이야기인데요, 나무꾼과 선녀이야기처럼 운명적으로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때가 되어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겨진 어여쁜 딸 화심이를 못된 사또가 탐을 내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참수명을 내려 망나니가 큰 칼을 휘두르는 순간 하늘이 열리고 화순이를 하늘로 데려가면서 하늘에서 빨간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그 꽃은 어부가 선녀를 처음 만나 청혼할 때 선녀 머리에 꽂아주었던 바로 그 꽃이었다고 합니다. 어부는 떨어진 꽃잎들을 모아 선녀와 화순이와 함께 살던 자기 집 오두막집 곁에 묻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꽃비가 쌓여서 이루어진 이 꽃무덤을 꽃뫼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꽃뫼를 화산(花山)이라고 하네요. 참조 <삼남길 이야기 안내판-만년제-꽃뫼>
왼쪽에 냇물폭이 넓은 황구지천을 따라 둑방길을 걸어가면 저 끝에 세마교 보입니다. 우측에는 길 따라 무궁화를 심어 놓아 꽃이 피면 정다운 무궁화꽃길이 되겠습니다.
사람들은 개망초꽃이라고 무시하지만 나비는 개망초꽃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습니다,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개망초 꽃술에 앉아 꿀샘을 더듬고 있습니다.
어느 분이 길가의 무궁화나무들을 손보면서 주변에 개망초들이 낫으로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어서, 잘리기 전에 하얀 개망초 꽃을 매크로로 클로즈업해 담아주었습니다.
황구지천을 넘어가는 세마교입니다. 오늘의 코스 제6길 화성효행길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어지는 제7길 따라 독산성까지(2.4km) 더 가기로 하고 목적지 변경하였습니다.
세마교를 넘어 한 400 미터쯤 가면 독산성 올라가는 숲길 오솔길로 진입하게 되고, 이 길은 계속 숲길로 이어져 독산성 삼림욕길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융건릉에서부터 한두 방울씩 흩뿌리던 빗방울이 빗줄기 되어 내리기 시작하네요, 밤부터 온다던 비가 일찍 내리는군요.
보적사에 오르는 길, 우측 돌담아래에 스탬프함에서 스탬프 찍고, 비는 점점 굵어져 비상용으로 준비해 간 작은 접이식 우산을 펼쳐 썼지만 옷과 산발이 젖기 시작합니다.
보적사 둘러보는 것도 포기하고 올라왔던 길을 역방향으로 400여 미터 내려가 주차장에서 콜택시를 불렀으나 무응답, 다시 불렀으나 무응답,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코스 따라 1km 정도 걸어 내려가니 보적사 일주문이고, 큰길도 나오고, 카페, 음식점들도 영업 중입니다. 가까운 세마역을 검색하니 1.9km 나오네요, 코스 이탈해서 세마역까지 우산 쓰고 걸어가 전철탑승, 귀가하였습니다. 병점역에서 2번 출구 나와, 34번 버스로 용주사까지 이동, 걷기 출발, 용주사->융건릉->용주사->세마교->독산성 보적사->세마역에서 트레일링을 마치면서 오늘의 걸은 거리는 15.8km입니다.
독산성 보적사 올라가는 입구의 돌담 앞에 세워져 있는 스탬프 함 아래에 보면, 역방향으로 가야 고인돌공원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오렌지색 3겹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그대로 역방향으로 내려오면 코스 안내 표시는 계속 나타나지만 그냥 일주문으로 나가게 됩니다. 독산성과 보적사, 세마대를 둘러보려면 역방향으로 내려오지 말고 보적사 돌담길 따라 올라가야 되는군요. 헷갈리는 안내표시였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아래에 오늘 코스에서 헷갈리는 이정표와 안내표시 화살표를 모아보았습니다.
(우) 용주사 입구의 이정표입니다. 이 화살표 표시방향으로 따라가면 세마교 방향과는 반대로 코스 이탈되고 계속 가면
융건릉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는 횡단보도 건너 왼쪽으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야 코스 진입하게 됩니다.
(좌) 안녕초등학교 정문 앞 전봇대에 붙은 안내표시입니다. 오른쪽 뒷걸음 방향으로 가라는 것 같은데 그대로
따라가면 코스 이탈됩니다. 앞에 보이는 횡단보도 건너가면 직진하라는 노란색 표시 보입니다.
(상) 안녕초등학교 왼쪽 샛길을 지나 우측으로 들어가는 곳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는 화살표의 색깔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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