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는 한양도성 성곽이 지나가고 북한산 자락에 고색창연한 고택과 현대식 저택들이 함께 어울리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성북로 따라 별 다름없는 도시 풍경이 펼쳐지다가 뒷길 산동네로 올라가면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동네 마을풍경도 숨어있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태풍도 조용히 지나갔는데 오늘 더위는 물러나지 않은 듯 하늘은 희뿌옇습니다.
최순우 옛집
먼저, 등록 문화재 258호인 최순우 옛집(고택)에 들려 둘러보았는데 이 고택은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가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던 집입니다.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 전문인으로 도자기와 전통 목공예, 회화사 분야에서 한국미의 재발견에 힘쓰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분으로, 우현 고우섭 선생과 만남을 계기로 1943년 개성부립 박물관에 입사, 1974~1984년까지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박물관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라고 하네요.
고택의 평면 형태는 ㄱ자형 본체와 ㄴ자형 바깥채가 마주 보고 있는 튼ㅁ자형 구조입니다.
기둥머리에는 소로와 부연 등으로 외관을 장식하여 1930년대에 서울지역에서 유행한,
도시형 한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곳에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하기도 하였습니다.
친필현판, 직접 모은 수장품, 마당의 나무와 식물들은 그분의 안목과 생활의 맛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으며 이곳은 당시 문화계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인근지역 재개발로 한때 허물어질 위기에 몰렸으나 2002년 시민성금으로 매입하여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참조 <최순우옛집 안내문>
길가 카페 앞에 세워놓은 차량의 도색이 너무나 화려해서 눈에 뜨이네요.
성락원 주택단지
성락원 주택단지로 오르는 길 양쪽에 큰 저택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락원 주택단지는,
외국 대사관들의 주택단지입니다.
영문으로는 Diplomatic Village - Ambassador's Residences로 부기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외국 대사관저들은 아프가니스탄, 호주,
콜롬비아,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일랜드,
앙골라, 시에라리온, 중국, 스웨덴, 브루나이 등입니다.
인근에 있는 '우정의 공원'(빗물정원 Raingarden)에는 48개국 국기가 게양되어 있습니다.
심우장
서울특별시기념물 제7호인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거처로 총독부와 등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은 가옥입니다. 소를 찾는다는 뜻의 심우(尋牛)는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깨닫는 10단계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심우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선생은 성북동 깊은 산골짜기에 기거하며 소, 즉 본성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심우단계로 돌아가 조국과 민족을 깊이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일송 김동삼(1878-1937) 선생은 만주지방의 항일 무장투쟁의 지도자로서 독립선언과 민족유일당을 이끈 독립운동가입니다. 그는 1931년 하얼빈에서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겪다가 1937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하였는데,
만해 한용운 선생이 그의 주검을 수습하여 이곳 심우장에서 5일장을 치러주었습니다.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은 불교개혁가이자 시인으로 법명은 만해(卍海)로 필명으로도 사용하였습니다. 아명은 용운, 충남 홍성 출생, 불교 수행자이기에 앞서 일제강점기에 저항운동에 가담하였습니다.
출가는 1905년 백담사, 만해의 시는 민족주의와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1926년에 님의 침묵을 발표하였습니다.
선생은 또한 1919년 대한독립선언 대표 33인 중의 한분이시기도 합니다. 참조 <심우장 안내문>
북정마을
심우장을 돌아보고 나오면 골목 담벼락에 북정마을을 꼭 다녀가라는 정성을 담아 쓴 쪽지가 붙어 있어서 골목을 따라 올라가 보는데..
산동네 마을이 시작됩니다.
골목을 조금 올라가면 한양도성 성곽이 보이기 시작하고..
다닥다닥,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풍경이 정겹습니다.
북정마을길로 접어들면 성북동고택 산책길을 잠깐 벗어나게 되지만,
서울 도심 뒷길의 사람 사는 산동네의 정경이 눈앞에 반겨 맞이해 주는 듯하네요..
고택산책길 주변에는 최순우 옛집 외에 오늘 둘러보지 못한 윤이상 집터, 조지훈 집터, 운우미술관, 최사영 가옥, 천주교 성북동성당, 길상사, 한국서예관, 한국가구박물관,
삼청각, 동방대학원대학교, 이태준 가옥, 이종석 별장, 간송미술관 등등 둘러볼만한 데가 많은데..
그래도 심우장에서 북정마을로 이어 지나가는 이 좁은 골목길에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분들이 더 많네요.
시작은 한성대역 5번 출구에서 나와 걷기 시작,
코스안내 표시는 없지만 성북로 따라가면 됩니다.
전구간 오르-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걷기 편한 길,
북정마을길에 조금 오르막 골목길이 있지만 길지 않습니다.
성락원->길상사에서 삼청각 방향으로 내려오면 심우장 입구 보입니다.
북정마을에서 내려와
다시 한성대역 5번 출구로 돌아와 트레일링을 마치며 오늘 걸은 거리는 7 km입니다.
오늘 내내 희뿌옇던 하늘이 오후 늦게 개이면서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오늘 걸은 성북동고택 북촌산책길 안내도입니다. 이 안내도에는 '성북동 22경 산책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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