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의 명소: 오징어게임 촬영지 교동초등학교와 실향민들의 애환과 삶의 터전 대룡시장
강화나들길 9코스도 지나가고, 10코스 때도 무심코 지나갔었는데 이 학교 운동장에서 영화 오징어게임을 촬영했다 해서 오늘 찾아 들려보았습니다. 학교 운동장은 요즘 흔한 인조잔디가 깔려 있지 않은 맨땅 흙바닥이네요. 흙을 밟을 수 있는 이 운동장이 오징어게임 제작진들 눈에 뜨인 모양입니다.
1906년 개교, 119년의 전통의 맥을 이어온 초등학교입니다. 개교당시엔 사립 '화개농업학교'였다가 1912년에 현 위치로 이전, '교동 공립보통학교'로 전환되었습니다. 당시에 교문 돌기둥이었던 유물로 추정되는 빛바랜 흰 대리석에, 세월에 풍화되어 한자로 새긴 교명이 흐지부지된 옛 비석처럼 교정 코너에 돌기둥 두 개가 옮겨져 있습니다. 그 옆엔 동문들의 뜻을 모은 한반도 모양의 100주년 기념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교동대교로 강화 본도와 연결된 것도 불과 10년 전이네요, 그전에는 강화든 연백이든 배를 타고 건너 다닐 수밖에 없었던 작은 섬, 교동도에 역사가 100년이 넘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도 많이 모여 살았고 섬쌀 주산지로 번성하였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임진강과 합수된 한강 하구 건너에는 이북땅 연백평야입니다. 전쟁 전에는 38선 이남 우리 땅이었죠. 교동도와 10리도 안 되는 가까운 뱃길 거리여서 농번기엔 서로 오가며 품앗이를 해주던 이웃들이었는데, 전쟁이 터지면서 이곳으로 피난을 내려왔다가 남북이 휴전선으로 갈리면서 강건너에 빤히 보이는 고향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이 되고 밀았습니다. 이들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리고 삶의 터전을 이룬 곳이 대룡시장이었습니다. 친절하고 인심 좋은 비좁은 골목시장, 그래서인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난정리 해바라기 정원(축제)에 다녀온 라이딩의 후속 포스팅입니다.
교동초등학교

교동초등학교

이 학교 운동장에 기훈(이정재)과 상우(박해수)가 땅바닥에 줄을 긋고 오징어게임을 하던 촬영장입니다. 기훈의 어린 시절이 이 학교를 배경으로 흐르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데 어느 시골의 폐교인가 하고 무심히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알고 보니 현재 초등 7 학급, 유치원 1 학급을 편성해 초등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교동초등학교였네요. 영화촬영 로케현장이었지만 그에 대한 안내문이나 촬영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좌측 돌기둥에 흐지부지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읽을 수 있는 한자로 새긴 교동공립보통학교(喬桐公立普通學校), 우측 돌기둥에는 아무런 글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개교 100주년 기념비

운동장 한편에 우뚝한 나무 한 그루, 이 학교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느티나무입니다.

오징어게임 제작진들은 흙바닥 운동장에 주목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향나무 울타리에 주목하고 싶네요.
대룡시장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눌러앉은 실향민들이 고향의 '연백장'을 본떠 만든 골목시장이 대룡시장입니다. 골목시장이라 했지만 골목보다 더 비좁은 통로에 오래되고 작은 노포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 옛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재래시장입니다. 왁지지껄 하지는 않지만 북적대면서 통로를 지나치며 팔이나 어깨들 심지어 엉덩이들이 슬쩍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 스쳐 지나가는 시장통로입니다. 친절하고 인심 좋은 시장이죠. 실향민 1세대들이 장사하던 옛 노포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 간판은 이발관, 철물점 등등이라 되어 있지만 이제는 이발소도 아니고 철물점도 아니죠, 커피와 찻집입니다. 이발관 앞에는 이곳에서 이발하고 간 연예인들이 누누누구라는 배너 광고판이 세워져 있기는 합니다.

대룡시장 골목스케치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클릭 2분 30초 영상 https://youtu.be/SDVKmPkpKtE

오늘은 연백 떡집에서 찹쌀떡과 인절미 두 팩을 사서 배낭에 담는데,

부친이 참전용사였다고 하면서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네요.

인절미

떡집 건너편 집은 '옛날 그 맛 팥빙수'집입니다. 살얼음이 오도독오도독 깨물어지는 맛이 요즘 인기 있는 사르르 녹는 설빙과는 족보가 다른 팥빙수입니다.

분량이 2인분이 기본이지만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네요.
다음에 다시 대룡시장을 찾는다면 팔뚝만 한 키다리꽈배기와 오늘 매진된 달술빵을 먹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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