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은 조선시대에 매를 풀어놓고 새 사냥을 즐겼던 곳으로 매봉이라고도 불리었던 만큼 예부터 새들이 많았던 곳으로 보이죠. 태조 이성계, 태종 이방원께서도 이곳에 들려 매사냥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봄이면 노란 개나리꽃동산으로 더 유명한 응봉산이지만 그 응봉산을 바라보는 용비교 아래는 중랑천, 청계천이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합수부로 많은 새들이 찾아들고 있어, 도심 속의 으뜸 철새도래지로 꼽히고 있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함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이성계를 맞이하려고 응봉산 자락 나루터로 마중 나온 태종에게 태조가 느닷없이 쏘아날린 화살이 빗맞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살곶이다리를 중심으로 상류, 하류 쪽에 탐조대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기도 합니다. 2024년 1월에는 원앙이 200여 마리나 떼 지어 찾아왔다고 해서 이곳 용비교 아래 모래톱은 순식간에 탐조 1순위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기도 했었죠.
올해도 원앙이 떼 지어 찾아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러시아의 극동과 백두산 일대 천연림 나무구멍에서 번식을 하고 중국 중남부, 일본, 한국,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가서 겨울을 난다는 세계적인 희귀조, 멸종위기 동물 1급으로 지정된 호사비오리가 중랑천에서 목격되었다는 뉴스와 포스팅이 올라오고 있어 기대감에 자못 흥분되지 않을 수 없죠. 목격된 정확한 위치가 중랑천 어딘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일단 용비교 부근으로 잡고 오늘 자전거를 타고 나갔습니다.
용비교 부근 살곶이 조각공원 앞 탐조대입니다.
가마우지들이 떼 지어 몰려 있고 물가에 단골 텃새들인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물닭, 백로, 왜가리들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이곳에는 특이하게도 재갈매기가 어김없이 찾아들었네요.
차갑지 않은 돌에 배 깔고 미동도 없이 일광욕 중인 자라 한 마리, 덩치가 만만치 않은데요.
앗! 호사비인가??, 흥분되었지만 뒷머리에 흩날리는 갈기, 댕기가 안보입니다. 사촌 격인 비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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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 녀석은 댕기머리가 있긴 있지만, '검은머리흰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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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흰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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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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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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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부리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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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찾아왔던 원앙은 이번 겨울에는 떼 지어 다른 곳으로 찾아갔나 보네요. 원앙은 냇가 따라가면서 여기저기 보이지만 떼 지어 모여 놀지 못하고 한 두 마리씩 흩어져 다른 오리들 사이에 끼여 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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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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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릉교에서 다시 용비교 쪽으로 오던 길 되돌아가면서 호사비를 재차 살펴 찾아보았지만 안 보이네요. 오늘 녀석을 만나보는 운이 없는 모양입니다. 중랑천에 텃새들은 우르르 끼리끼리 떼를 지어 노닐기보다는 다른 오리들과 섞여 있는 모습들이 관찰됩니다. 군자교 지나서부터는 그나마 오리들도 별로 보이지 않네요. 물도 깊지 않고 모래톱도 좋아 보이는데 웬일인지 텅 비어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강에 빨간 모터보트 한 대가, 늦은 오후의 기우는 겨울 햇살이 잠긴 강물을 세차게 가르며 쾌속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강 - 중랑천 월릉교까지 달린 라이딩 왕복 거리는 43.9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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