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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역에서 출발, 기곡리에 박대통령 별장을 찾아가 둘러보고 나서, 갈잎이 수북한 나지막한 각골산 숲길을 돌아내려와 출발점인 도고온천역으로 돌아오는 순환코스입니다. 이 길에 아산둘레길에서 온천마실길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아 마치 온천나들이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코스는 온천 스파리조트를 살짝 비켜 지나가네요.

마실 간다는 말은 충청도지방에서는 아래동네 윗동네 잠깐 다녀온다는 뉘앙스인데 부산지역에서는 먼 거리 여행을 간다는 뜻으로 쓰이던데요. 같은 말이지만 지방에 따라 전해지는 의미의 차이가 크네요.

오늘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기대하기를 박대통령 별장이었지만 가서 보니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는 거의 폐허 수준이어서 괜히 찾아간 듯싶은 씁쓸한 방문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제 시진 1리 용궁댁 길에 가기 위해 장항선 무궁화호열차를 오랜만에 타 보았는데 오늘도 무궁화호 열차를 타보고 싶네요. 그래서 오늘의 행선지를 어제이어 아산둘레길로 잡고 도고온천역에서 하차, '온천마실길'을 출발합니다.

1호선 전철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바로 장항선 도고온천역행 티켓 발권하고, 귀경길도 검색을 해보니 이런! 영등포, 용산 가는 상행선은 좌석이 매진되어 입석만 남아 있습니다. 입석이라도 우선 도고온천역 출발 19:00 열차로 예매하고 기다리다가 익산행 열차에 승차, 바로 다음 정차역인 도고온천역에서 하차하였습니다.
 

온천대로 - 기곡리들판길

 

1번 출구 나와 우측으로 신창, 아산으로 가는 온천대로를 따라갑니다. 차량들은 고속도로처럼 쾌속 질주하고 있는데 인도가 없네요. 갓길도 너무 좁아 조심해서 걸어갑니다. 아산둘레길 '걷쥬 아산' 길안내 스티커가 안 보여 gps 경로 다운받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측 마을은 시진 3리
 

교통표지판에 '도고온천' 좌틀 화살표 보이죠. 보행자작동 버튼을 누르고 신호 바뀌더라도 좌우 살펴 조심스럽게 건너갑니다. 
 

신호등 건너가 기곡리로 들어가는 들판길입니다.
 

이어지는 들판길에 Y자 갈림길에서 직진합니다. 왼쪽으로 가는 길은 각골산으로 올라가는 길, 
 

길가에 노란 감국, 살살 짖는 순둥이,
 

한우농장에 우공들이 지나는 길손이 궁금한 듯 관심을 보입니다.
 

DOGO 콘도 건물이 가운데 우뚝 솟아 보이는 삼거리 골목길(기곡리 31길 9번지)에서 코스에 진입하였으나(출발해서 1.8km 진행된 지점), 주변에 코스 길안내 표시는 없는데요. 
 

도고온천의 랜드마크라 해도 될 들판에 우뚝 솟은 더위트 도고(DOGO) 콘도를 좌측에 두고 직진, 길가에 은행나무 가로수는 잎이 다 떨어졌습니다.
 

기곡 1교 앞에서 좌틀, 도고천 개울길을 따라갑니다. 
 

은행알을 열심히 줍고 게시는 분께 '많이 줏으셨네요' 인사를 건네니, '네에, 대통령별장 가시나유, 쭉 가셔유'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고 대통령 별장을 찾아가는 걸 바로 알아차리는 눈치 빠른 분이시네요, 묻기도 전에 알려주는 충청도 인심이십니다. 
 

떡방앗간을 지나 데크길로 올라서 따라갑니다. 
 

박대통령 별장

 

'박대통령별장'이라고 큼직하게 쓴 입간판이 보이는데 주차 차량으로 가득하네요.
 

단층 건물이 박 전 대통령이 가끔 찾으시던 별장입니다. 건물은 수수해 보이는데 가득한 차량들은 별장을 찾아온 분들이 아니고 옆에 사우나 스파를 찾아온 분들입니다. 건물 앞에는 입간판 외에는 별장에 대한 아무런 안내문도 없습니다. 
 

스파 사우나 간판에 '별장'이라는 특정어를 붙였네요. 
 

별장의 문은 잠겨 있고 입구에 놓인 큰 항아리에는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몇 년간인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관리를 안 한 것인지 항아리에 먼지가 흰 눈 쌓이듯 했네요. 대통령이 들렸던 시절부터 놓여 있던 항아리라면 녹아 있는 세월만 해도 수십 년인데 이대로 그냥 방치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2009년만 해도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던데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잠겨 방치되고 있는지 씁쓸해 보입니다.

대통령 별장이었다면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에서 소유했던 안가(安家)였을 테고 보안 경비 또한 당시 규정에 맞췄을 텐데 어쨌든 기념물로서 보존되어야 했을 건물과 땅이 제3자 소유로 넘어간 듯해 아쉽습니다. 다시 되 사 소유권을 돌려받아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캠프데이비드나 청남대처럼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예로 '도고별장' 그런 식으로 해서 대통령 임시 휴양용 시설(기념물)로 관리되었어야 할 것을 '박대통령 별장'이라고 마치 개인 소유처럼 이름을 붙인 것이 일부 편향된 세력들에게 거부감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 포천 산정호수에 가면 김일성 별장이 있습니다. 강원도 화진포에도 있죠. 그 이름만으로도 거부감이 큰데 우리 땅에 별장이라니 그 거부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화진포에는 이승만 별장도 있습니다. 대비되어 거부감이 전염될 수 있을 터인데 가 본 적이 아직 없어서 관리가 되고 있는 건지 도고에 박대통령 별장처럼 방치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구에 '도고별장스파피아' 입간판, 그 우측에는 낡고 낡은 철판이 하나 매달려 있습니다. 혹시 당시에 만들어 놓은 간판인가 해서 확대해 보니,
 

낡은 철판에 '박대통령별장'이라 쓰여 있고 밑에는 (주)도고별장스파피아라고 쓰여 있는 걸 보아 후에 민간업체에서 만들어 붙여 놓은 안내판으로 보입니다. 너무 초라해 보이네요.
 

별장을 지나 나와 '희망의 거리'를 건너갑니다.
 

그대로 직진, 은행나무 거리입니다.
 

도고파크빌 앞에서 좌틀, 기곡로 따라가다, 
 

맨하탄호텔 앞에서 길 건너 각골산 숲길로 진입, 
 

각골산 숲길

 

산길 입구에 '도고온천둘레길'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출발 후 3.6km 진행된 지점). 아산둘레길 길안내판은 오늘 코스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데요. 
 

울창한 키 큰 송림길에,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 있습니다.
 

이어지는 명품스런 소나무길에,
 

주변 은행나무에서 흩날려 쌓인 은행나뭇잎이 갈잎을 덮어주고 있네요.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산 아래는 참나무 반, 은행나무 반, 
 

오후의 햇살이 역광으로 길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숲길을 벗어나, 
 

임도 - 기곡리들판길 - 도고온천역

 

4.6km  진행된 지점부터 포장된 임도 따라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에 찬바람이 살짝 부네요.
 

임도를 다 내려와 다시 기곡리 마을길,
 

아까 오늘 코스에 진입했던 그 자리, 삼거리 골목길(기곡리 31길 9번지)
 

들판길 따라가면서 앞에 보이는 어제 올라갔다 온 도고산의 해 질 무렵 풍경
 

기곡리 들판 너머로 해가 지며 살짝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 배추밭은 오늘 수확하고 있네요. 우측에 도고온천역이 보입니다.
 
도고온천역에서 코스를 종료, 오늘 걸은 거리는 7.2km입니다.
혹시 하고 발권용 키오스크 찍어보니 17:22분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20분 전에 지나갔네요. 예매해 둔 19:00 열차를 70분 기다려 승차, 1시간 반 만에 영등포역에서 하차, 1호선 - 5호선 환승 귀가하였습니다. 입석이었으나 운 좋게도 3 호칸 빈자리에 앉아 올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글번호 1165 오블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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