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양촌리라는 마을 이름에 친근감이 들죠. 오래전 인기 장수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마을이 양촌리였기 때문에 혹시 그 마을이 여긴가 싶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마을입니다. 환하게 달빛이 비치는 마을을 상상해 보면 마을길이 더욱 정겨워 보이죠. 하지만 늦은 밤 달빛길을 걸으려면 주변에서 1박을 하든지 자차 이용 늦게 귀가를 하든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달빛을 상상해 보며 걷기로 합니다. 그런데 진입하고 보니 마을길이 아니라 달빛길은 양촌리 마을 둑방 아래 남한강변에 홍수가 넘나들던 드넓은 습지를 걷는 길이네요. 강변에 국내 최대의 저류지가 조성되어 있고 바로 그 저류지 습지를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이 되겠습니다. 습지엔 얼마 전까지 흐드러지게 피었던 노란 금계국은 다 지고 지금은 키 큰 물억새가 쑥쑥 자라올라 푸르게 푸르게 무성해지고 있는 풍경입니다. 바람도 자고 있는 무더운 여름날, 수풀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개개비들이 짝짓기 짝을 찾는 소리가 자못 처절하네요.
오늘은 자전거를 이용, 양평역에서부터 양촌리까지 달려갔습니다.
양평역에서 라이딩 출발, 갈산공원에서부터 이어지는 명품 자전거길은 벚나무 가로수 터널길이 되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버찌를 자전거 바퀴가 톡 톡 투득 터트리며 달립니다. 이 명품 자전거길은 현덕교를 지나 앙덕리까지 이어집니다.
현덕교 위에서 내려다 본 왼쪽은 흑천, 오른쪽은 남한강과 흑천의 합수부, 강물에 잠긴 뭉게구름이 그림 같습니다.
앙덕리 전망대 쉼터까지 6킬로 가로수 터널길을 신나게 달립니다. 앙덕리 마을회관에서 1킬로 정도 이어지는 오르막 자전거길이 오늘의 난코스, 타고 가는 사람들보다 내려서 끌고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고개, 그 후미개 고개를 넘으면 개군레포츠공원까지 내리막길, 신나게 내달리는 야~ 호~ 보너스 라이딩입니다. 이후 이포보까지 이어지는 남한강 자전거길,
이포보 지나 담낭리입구에서부터는 여강길 9코스가 되네요.
여주 저류지입구
9코스길을 벗어나 9-1코스 진입지점에 이정표 확인하고 좌틀,
양촌리 마을을 통과, 마을회관 지나 둑방 자전거길 쉼터에 자전거 매어놓고 오늘의 9-1코스 출발하였습니다. 왼쪽으로 둑방길 따라 둑방 아래로 내려가면,
빨간 스탬프함이 안보이네요. 이곳이 원래 9-1코스 시 종점이었던 것을 이전한 모양입니다. 350미터 직진하라 했는데,
직진해 배수로를 건너는 쪽다리를 넘어가니 바로 좌틀 화살표가 보이네요, 그대로 따라갑니다.
보이는 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키 큰 물억새, 그리고 무더운 파란 하늘, 뭉게구름, 그런데 앗!! 저 앞에 죽을 둥 살 둥 길을 가로질러 풀숲으로 황급히 숨어 들어가는 허리띠만 한 뱀! 한 마리, 간발의 차이로 천적과 조우를 면했습니다. 뱀 조심하면서 자꾸 땅만 보며 걷게 되는데요.
드넓은 연꽃 습지
이 쯤에 있어야 할 빨간 스탬프통이 안 보이네요.
200미터를 더 가야 스탬프함이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
스쿠터를 타고 온 분도 있네요.
중간 스탬프통은 남한강대교 바로 밑에 있습니다. 가면서 왼쪽으로 두리번 살피지 않고 직진 화살표(우측 사진에 말풍선 표시)를 보고 직진하면 스탬프통을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겠는데요.
다시 이어지는 9-1코스 안내 화살표 따라갑니다. 그런데 시 종점 스탬프통은 길이 어긋나 비켜온 모양입니다. 아까 350미터 직진하라는 화살표 대로 직진했어야 했나 보네요. 순환 코스이니 가다 보면 만나게 되겠죠.
거의 직선 주로를 지나 한참만에 커브를 돌아가는 지점에 낚시꾼 둘, 부자지간인 듯 뭘 잡는지 궁금,
다시 멀리 남한강 대교가 보이는 직선 주로, 저 앞에 스탬프통으로 보이는 물체가 보이기 시작, 오늘의 스탬프통은 위치를 특징지어 설명하기 난감합니다.
스탬프 찍는 순간에 머리 위로 낮게 날아가는 경비행기,
길가 자귀나무 몇 그루에 붉은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직선 주로에 검은등 할미새 한마라가 나타나 망원으로 갈아끼웠지만 녀석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직선주로 끝에 기다리고 있는 오늘의 마지막 스탬프통에서 시 종점 스탬프를 꾹 찍어주고 코스를 종료,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달빛보다는 금계국이 한창이거나 억새꽃 은빛물결을 함께하는 계절에 더욱 어울리는 코스가 되겠네요. 여강길 홈에는 '습지는 계절에 따라 그 풍경이 조금씩 바뀐다. 안개가 낀 날 여주저류지는 비밀의 정원이 된다. 새와 바람,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느껴 보자. 여름엔 연꽃이 장관이고 가을엔 키를 훌쩍 넘는 물억새가 시심을 자극한다. 양촌달빛길은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길이다.'라고 코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매어놓은 둑방길 쉼터로 돌아갑니다. 호우기간 주의 안내문에 한 가지 추가, 뱀 조심!
돌아오는 길, 올 때 신나게 내달린 후미개 고개를 끙끙대며 자전거 끌고 올라갑니다. 앙덕리 마을회관 자판기에서 생수하나 꺼내 물보충하고, 양평역에서 경의중앙선에 승차, 구리역에서 하차하였는데 갑자기 소나가가 퍼붓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소나기가 잦아들어 비옷 꺼내 입고 달리는데,
암사대교 아래에서 다시 소나기가 퍼붓네요. 다리 밑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 비를 피했습니다. 여름철 라이딩에는 이런 변수도 있답니다.
오늘 여강길 9-1코스 양촌달빛길을 걸은 거리는 7.9km,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60.5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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