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내근은 고구려 때 불렸던 여주의 최초 지명이네요. 오늘의 봉화길 제6길은 골내근길, 즉 여주의 황금들판길이 되겠습니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수원 - 이천 - 여주를 이었던 협궤열차의 흔적을 상상하며 걷는 길이기도 하죠. 수려선 협궤열차는 1930년 부설되었던 열차로 이 남한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인천항까지 운송하기 위한 열차였습니다. 부발역에서 출발 - 아미리 과수원길 - 수정리마을회관에서 스탬프 찍고 - 양거리 들판길 - 양화천 들판 둑방길 - 신지리 들판 기러기떼 - 세종대왕릉역에서 종료한 14.8km입니다.
부발역 - 수정리마을회관
부발역은 봉화길 제5길, 6길, 8길, 세(3) 코스의 출발점이지만 1번 출구 나오면 어디로 진행하는지 출발점 길안내 표시가 안 보여 두리번거리게 되죠. 오늘 다시 살펴보았지만 스티커나 화살표를 찾을 수 없네요. 지난번 5길을 역코스로 부발역에서 출발할 때 죽당천 다리 건너에 세워져 있는 제6길 안내판을 확인하였던 터라 오늘은 바로 부발역 뒤쪽으로 가는 굴다리를 빠져나갔습니다.
죽당천 길가에 제6길, 8길 안내판이 함께 세워져 있지만 어느 쪽으로 출발해야 하는지 아무런 표시가 없습니다.
죽당천변 둑방길을 따라갈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매의 눈으로 쳐다봐도 직선으로 뻗은 둑방길에 후속 리본이
안 보입니다. 오늘은 죽당천에 구피잡이 하는 분들도 없네요.
그런데 길 안내판에 그려진 코스 안내도를 살펴보니 코스는 전철선로 우측방향으로 멀어지게 그려져 있네요. 죽당천을 따라가는 길은 전철선로 좌측으로 진행하는 길인데 안내도에는 전철 좌측으로는 지나가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중간 경유지인 수정리 마을회관을 검색하니 뜨는 경로가 부발역 쪽으로 진행, 아미리로 가는 경로가 되네요. 그래서 일단 아미리 쪽으로 진행, 가다가 코스에 복귀하겠지 하면서 다시 부발역 쪽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현대교회와 아미리 마을회관을 지나갑니다.
아미리 마을길
아미리에는 과수원이 많네요. 과수원길을 따라갑니다.
가다 보니 전철선로 밑을 통과하네요, 이럴 수가.. 전철 밑으로 지나갈리가 없는데..혼란스럽네요.
오늘 코스를 종료하고 체크해 보니 부발역차량기지 진출입 선로였습니다.
한 2킬로쯤 진행해 온 지점 언덕길 교통표지판에 수정리가 나타납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리본 하나 못 보았는데
아무래도 코스를 많이 벗어난 듯하지만 이제 되돌아가기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계속 직진입니다. 중요 경유지인 듯, 수정리 교통표지판은 수시로 나타나네요. 수정리에 무슨 숨겨져 전해지는 향토문화재 아니면 옛이야기라도 있는지, 무슨 노거수 수호목이라도 있는지 살짝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수정리
수정리 마을입니다. 왼쪽에서 길이 나와 이제 코스에 복귀하나 보다 했는데 주변에 리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정리 마을회관 앞 전봇대에 하늘색 리본이 보입니다. 4.5km만에 오늘 보는 첫 번째 리본입니다 샛길이라곤 오른쪽에서 나오는 좁은 논길 하나뿐인데 코스는 도대체 어느 쪽에서 이 마을회관에 접속되는지 두리번거려 살펴보아도 샛길이 안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려선 협궤열차의 흔적은 상상은 해보지만 어딘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오후의 따스한 햇볕을 듬뿍 받고 서 있는 스탬프함, 꾹 찍었습니다. 바로 옆에 세워진 골내근현 안내판 외에 수정리에 기대를 걸어보았던 별다른 숨은 이야기는 없는가 보네요. 논밭 건너 저편에 노거수가 한 그루 보이긴 하지만 그냥 패스하기로 합니다.
여주 지명의 변천사가 흥미롭습니다. 고구려 골내근현에서 신라 때 황효, 고려 때 황려, 황리, 영의, 여흥, 다시 황려, 여흥으로 바뀌었다가 조선 태종 때 여흥부, 여흥목으로 승격, 1469년 여주로 바뀌었다는 스토리입니다.
수정리 마을회관에서부터는 길안내 이정표와 리본이 자주 보이네요.
마을 어디에서도 눈에 뜨이는 오렌지색 지붕의 수정교회,
인삼밭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여기 과수원엔 복숭아 판매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양거리 마을 표지석 지나 양거 1교에서 왼쪽 둑방길로 진입,
한적한 둑방길입니다. 왼쪽은 양거리 들판, 오른쪽은 실개천,
둑방길에 세워진 이야기 안내판엔 여주지명인 골내근에 관한 네(4) 가지 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주의 지명에는 누런(黃) 색과도 관련이 있고 말(馬)과도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설명입니다.
양화천 둑방길
곧게 뻗은 둑방길, 우측엔 폭이 상당히 넓은 개울이지만 물이 가물어 있네요.
한참을 가도 오리도 없는 개울인가 했는데 모래톱에 오리들이 보입니다.
오리들이 민감한 듯, 100미터도 더 떨어진 모래톱인데도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푸드덕 날아오릅니다.
흰뺨검둥오리들 틈에 쇠오리도 한 마리 보이네요.
백로와 왜가리는 저공 비행하면서 영역을 점검 중인가 봅니다.
수량이 넓은 곳에는 오리 떼들이 한 삼백여 마리 되겠는데요.
청둥오리 몇 마리 어린 새끼 오리 몇 마리도 섞여 있습니다.
매화교 지나 다시 물 말라버린 개울, 왼쪽은 매화리 들판, 쭉 뻗은 둑방길, 끝이 없는 둑방길, 황금들판길이 상상됩니다.
어디서인지 오리들이 높게 날아갑니다.
둑방길 끝, 수문표지판에 보니 쭉 따라온 우측의 개울이 양화천이네요. 우측으로 용은교를 넘어갑니다.
용은교 옆 전봇대에 붙은 양방향 이정표는 이 지점이 오늘 코스의 딱 가운데 지점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용은교 넘어가 좌틀, 용은리 들판길, 다시 양화천 우측 둑방길입니다.
머리 위 전깃줄에 날아와 앉은 작은 새는 때까치입니다.
매류천을 돌아 나오는 U턴 길, 애견과 함께 산책하고, 애견과 함께 자전거 달리고..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날아갑니다.
여유 있게 논두렁길을 돌아보는 것 같죠.
계속 걸어온 둑방길은 자전거길입니다.
신지리 - 세종대왕릉역
신지리 마을풍경, 기와집이 딱 한 채 남아 있습니다.
신지리 들판에 기러기 떼, 녀석들이 조용하네요.
몇몇이 날아들고,
우르르 날아오르고,
삼백 마리 넘겠는데요, 기러기들은 메마른 들판보다 질척한 들판을 좋아하나 봅니다.
기러기들이 떼 지어 있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신지2리 마을회관 앞 물레방아, 그 옆에 쉼터, 정자는 태평정입니다.
태평정은 1986년 이곳을 다녀가신 전 전대통령의 '농민들을 격려하신 참뜻을 새기고자 10만 군민의 정성을 모아
세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지리 마을회관에서 돌아보면 세종대왕릉역이 보입니다. 역사의 건물이 세종대왕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평범한
모습입니다.
굴다리를 빠져나와 세종대왕릉역은 우측으로 100여 미터쯤에 보이는데, 마지막 이정표에는 1킬로가 남았다고 해
어리둥절합니다.
세종대왕릉역 앞에서 코스를 종료하면서, 오늘 걸은 거리는 14.8km입니다.
결국 수정리 마을회관까지는 코스 아닌 경로를 걸은 셈이네요. 트랭글 같은 앱 켜놓고 따라가면 이런 일 없겠지만 현장에서의 이정표나 리본 등 길안내를 보고 찾아가는 현장감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어서 오늘처럼 코스이탈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속 리본이 계속 안 보이면 직전 지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원칙을 이번에는 무시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내도에 그려진 코스와 오늘 걸은 gps상의 경로는 아주 흡사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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