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의왕시 구석구석 안 보이는 데가 없으니 의왕시의 전망대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물론 날이 좋은 날 이야기죠. 좁은 능선길이 크고 작은 바위능선으로 이어져 사방이 거칠 것이 없는 탁 트인 전망이어서 해돋이 해넘이도 황홀한 풍경이겠죠. 그래서 모락산의 일출은 의왕 8경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모락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기는 간단치 않은 급경사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져 숨차 오르는 구간이 반복되는 데다 안전로프 구간과 나무계단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만찮은 등산로입니다. 계단이 없다면 맨손으로 오르기 어림없는 까칠한 암봉이 정상부에 세 개나 모여 있습니다.
첫 번째 오르는 봉우리가 임영대군이 은신해서 국태민안을 빌었다는 사인암입니다. 모락산의 정상으로 손색이 없는 봉우리이지만 웬일인지 더 높은 것도 아닌데 세 번째 봉우리인 국기봉이 정상 대접을 받고 있네요. 국기봉 하단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사인암에서 팔각정까지의 구간에는 모락산성에 대한 안내문이 두 군데나 세워져 있지만 능선 주변에서는 산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어디 있는지 길안내도 없어서 산성은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산은 올라간 길 그대로 하산하였습니다.
들머리는 문학공원입니다. 이정표 보고 나무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아파트 건물과 건물 사이로 능선길이 남아 있네요. 걷기 좋은 부드러운 흙길입니다.
둘레길에는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네요.
산령각(山靈閣) 앞에서 등산로와 둘레길이 갈라집니다. 산령각에 대한 안내판은 새워져 있지 않네요.
등산로는 급경사 오르막길로 돌변, 안전로프 구간이 이어집니다.
없던 바위돌들이 나타나면서 바위능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급경사 오르막 계단길,
급경사에 숨차 오르는 구간입니다.
급급경사 철계단을 숨 고르며 올라가면
첫 번째 봉우리입니다. 이정표에 정상까지 713m로 되어 있네요.
출발해서 첫 봉우리까지 1길로 정도 진행해 온 지점이네요.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이 첫 번째 봉우리를 사인암(舍人巖)이라 했는데, 세종대왕의 넷째 왕자인 임영대군의 한과 그의 국태민안 이야기와 연관됩니다. 계유정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고 단종을 폐하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을 반대하고 피신해 내려와 이곳 모락산에 은신하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곳 바위에 올라 궁궐을 바라보고 절하며 종묘사직을 걱정하고 국태민안을 기원하였다고 하네요. 그 후로부터 임영대군이 '한양을 사모하던 산'이라 하여 모락산(慕洛山)이라 부르고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던 이 바위를 사인암이라 하였다는 설명입니다. 舍人은 단양의 사인암에 얽힌 전설을 떠올리게 되죠. 고려시대에 도끼를 들고 상소를 올린, 즉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우탁 선생이 사인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단양에 초막을 짓고 기거했던 바로 옆의 바위를 우탁 선생을 기리기 위하여 사인암이라 하였습니다. 아마도 임영대군께서도 우탁 선생의 기개와 혼을 자신이 절을 올리고 있는 모락산의 바위에 그대로 담아주고 싶은 깊은 생각에 직접 사인이라는 관직을 바위에게 내리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시대에 사인은 정 4품 관직으로 의정부의 실무를 도맡아 보는 자리였습니다.
봉우리의 멋진 모습, 암봉의 늠름한 자태와 사인암에 얽힌 임영대군 이야기들로 이곳이 모락산의 정상으로 손색이 없을 텐데 정상은 무슨 이유인지 세 번째 봉우리인 국기봉에게 양보된 듯하네요.
사인암
사인암에서 내려가는 능선에 기암괴석
능선에 큰 바위들을 쏟아놓은 듯하죠.
바위능선이지만 이렇게 걷기 편한 구간도 있습니다.
두 번째 봉우리로 가는 능선에 세워놓은 모락산성 안내문, 퇴뫼식 석축산성으로 전체 길이는 878m라는 구체적인 설명인데, 주위에 산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산성이 있었다면 장대가 자리했을 널찍한 공간에는 한가운데에 어느 개인의 묘자리가 자리하고 있어 의아스럽습니다.
모락산전투 기념비
이곳 모락산에서 4일간의 사투에서 중공군을 격퇴하고 승전함으로써 1번 국도와 47번 국도를 통제할 수 있었고 한강 이남전선에서 수도서울을 사수하려는 중공군의 의도를 무산시킨 전과를 거두었다는 설명입니다. 전투에서 산화한 영령들께 잠시 묵념을 올렸습니다.
팔각정에서 정상까지는 320m,
팔각정 옆에 모락산성 안내문이 또 세워져 있습니다.
두 번째 급급경사 봉우리를 오르는 급급경사 철계단
세 번째 봉우리인 정상, 국기봉으로 연결되는 낙엽 쌓인 편안한 길,
국기봉에 오르는 급급경사 철계단,
마지막 깔딱 고개 급경사 암봉을 오르는 급경사 철계단
국기봉
정상이 널찍하지는 않지만 쉬어가기 좋은 쉼터,
국기봉 하단에 모락산 385m,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노라마뷰, 산아래 의왕시 풍경이 미세먼지로 희뿌옇네요.
15:42분 하산 시작, 올라온 길 그대로 하산하였습니다. 17시 12분 문학공원에 하산완료.
들머리 문학공원까지 2.8km 걸어갔는데요, 찾아가기는 평촌역 4번 출구 나와 직진, 내비에 문학공원 찍고 따라가는 걸 권장드려요. 문학공원에 하산완료 후, 가까운 계원예술대학교 앞 정류장에서 1-1 사당행 버스에 승차, 인덕원역 1번 출구에서 하차, 4호선 환승 귀가하였습니다. 오늘 산행(왕복) 거리와 평촌역에서 문학공원까지 찾아 걸어간 거리를 합산, 오늘 걸은 거리는 8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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