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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봉까지 걷기 좋은 산길, 이어지는 관산 가는 길에 길을 잃고 낭떠러지에서 헤매다니..

 
관산을 '땀 흘리며 만나는 광주의 절경'이라고 광주시청 홈에 소개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급 관심이 가게 되죠. 그런가 하면 '짙은 녹음과 잡목으로 자칫 길을 잘못 들기 쉬운 산이다'라고 한국의 산하에는 소개되어 있습니다. 호기심 유발 되는 짧은 호평입니다. 어떤 분은 정글 투어, 밀림 투어, 오지 산행이라고 포스팅에 올렸네요. 코스를 잘 못 잡으면 인적이 거의 없는 오지 탐험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겠습니다. 지난번 앵자봉을 다녀올 때의 산길은 부드러운 흙길, 걷기 좋은 대모산 품속 같은 길이었는데, 그런 기대를 안고 그날 들려보지 못한 소리봉과 관산을 오르기로 하고 오늘 산행을 출발하였습니다. 소리봉을 지나 무갑산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부드러운, 걷기 좋은 흙길 맞네요. 그런데, 그 후 어디선가 길을 잃고 엉뚱한 벼랑길로 내려가 헤매다 낭떠러지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 판단하고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험한 벼랑길 구간에 계단도 없고 안전 로프도 없다니.. 하면서 돌아온 것인데 검색을 해서 살펴보니 어디선가 코스를 이탈, 벼랑길로 접어들어 헤맨 것이었습니다. 길을 잃을 수 없는 능선길인데 길을 잃다니.. 세월 탓인가 봅니다. 그래도 추락 위험이 높은 벼랑길을 별일 없이 두 발 네 발 엉금엉금 조심조심 되돌아 나와 안전한 산길로 올라온 것에 감사하죠. 
 
교통편
갈 때: 13-2 버스 승차, '관음 2리 정자'에서 하차->광주공영 12 버스 승차->천진암성지 주차장으로 이동 하차
올 때: 천진암성지 주차장에서 내려오다 중간에 38-40 버스 승차, '관음 2리 마을회관'에서 하차->13-2 버스 승차
 

들머리는 천진암성지 주차장

 
원래는 관음 2리 마을회관 앞을 들머리로 해서 올라가려고 했던 것인데 13-2 버스에서 내려 이정표를 확인하니 관산 6.51km로 되어 있네요, 소리봉까지는 2.5km를 더 가야 하니까 합 9킬로쯤 되네요. 천진암주차장에서는 5.5킬로였던 것이 기억되어 들머리를 천진암주차장으로 변경하고 31분 기다려 광주공영 12번 버스를 타고 천진암주차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천진암성지 주차장 입구에서 우측 길 따라 조금 올라오면 이정표 보입니다. 
 

소리봉 거쳐 관산까지 5.5킬로 맞네요. 우측 청소년야영장 쪽으로 출발,
 

청소년야영장 - 앵자봉갈림길 - 소리봉 - 무갑산길림길

 

왼쪽은 청소년야영장 입구, 등산로는 우측으로, 
 

청소년 야영장을 지나 올라가는 길가 어느 개집에서 기어 나와 지난번에
밉상으로 짖어대던 녀석이 오늘도 밉상으로 짖어댑니다.
 

덥지만 오늘은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산바람도 솔솔, 설레게 합니다. 장마철 날씨가 변덕스럽긴 하지만 오늘은 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어제 내린 비로 길가 잡초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있고 길은 축축합니다. 
 

사진에는 밋밋하죠, 만만찮은 경사의 거친 임도를 따라 올라갑니다.
초반에 숨 차 오르는 구간입니다.
 

사유지 무단통과 금지 경고문을 보고 왼쪽으로 진행하면 국수나무가 무질서하게 자라
길이 흐지부지하지만 헤치고 나가면 잡목 속에 이정표 보입니다.
 

잡초 속에 황금빛 나리꽃 한송이 눈길을 끄네요.
 

쉼터가 있을 자리인데 없습니다. 1.7킬로 정도 진행해 온 지점,
 

관산까지는 3.8킬로 남았습니다.
 

 
두 아름 세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눈에 뜨이네요. 
 

굴참나무 능선길은 만만찮은 오르막 급경사 구간, 
 

오르막 급경사 구간은 숭실대 학교림이라는 노란 말뚝이 세워져 있는 언덕까지 이어집니다.
 

잠시 숨 고르는 평지길에 바윗돌입니다. 바위도 없는 산길에 큰 바위가 나타나는데 다시 보니 물곰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좀 닮았네요. 지난번에는 저 물곰바위 위에서 잠시 쉬어 갔었죠. 오늘은 패스.
 

 
다시 눈에 뜨이는 아름드리 굴참나무,
 

앵자봉 갈림길 쉼터, 배낭 내려놓고 잠시 쉬어갑니다. 앵자봉은 좌틀, 소리봉은 직진, 
 

소리봉 0.45km, 관산 2.74km, 잠시 쉬어주고, 소리봉을 향해서 출발, 
 

내리막길에 이어지는 개미허리 구간에 양쪽 안전로프 구간, 이후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소리봉입니다. 
 

gps상으로 고도 605m, 이정표 말뚝에 소리봉이라고 쓰여 있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표시도 없습니다. 높은 봉우리 같지도 않고 별 특징도 없네 하기 쉽지만 황소등을 타고 바라보는 황소 엉덩이어서 그런 감이 안 오는 것이죠. 황소 꼬리에서 바라보면 엉덩이는 절벽이잖아요, 소리봉이 그런 모습입니다. 
 

소리봉에서 관산까지는 2.3km, 내려가는 내리막을 보면 헉! 깜짝 놀라게 됩니다. 
 

계단이 없으면 걸어 내려갈 수 없는 벼랑이죠. 계단은 64개, 한 개 한 개의 계단 높이가 거의 40센티여서 성큼성큼 밟고 내려가기엔 무릎에 부담스럽습니다. 
 

계단이 끝나고서도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 안전 로프난간길입니다. 
 

무갑산, 관산 갈림길입니다. 관산까지는 1.6km,

 

무갑산갈림길 - 관산

 

오늘 산길에는 쓰러진 고목들이 여러 군데 보입니다.
 

거대한 암릉이 나타나네요, 왼쪽 옆으로 돌아가는 우회길 선택, 
 

밋밋한 봉우리로 이어지는데, 저 끝에 벼랑이 있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이 길이 맞나 망설이다 엉금엉금 주저앉기도 하고 앉아 네발로 거친 바위들을 붙잡고 50여 미터를 내려왔습니다. 내려와 뒤돌아 보고 찍은 사진상으로는 실감이 안 나지만 거의 낭떠러지입니다. 여긴 계단이나 안전로프 설치되어 있어야 할 곳인데.. 없네요.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제2 벼랑이 또 나타났습니다. 거친 바윗돌 구간이어서 바위 끌어안고 잡고 내려오기는 했지만, 등산로가 상당히 위험스러워 보이는데요. 추락의 위험이 여기저기 숨어 있습니다. 외줄 로프라도 달아줘야 할 구간인데.. 없네요. 바윗돌 구간이 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은 덜 위험하죠. 바위도 없고, 나무도 없는 흙길 벼랑이 더 위험하고 정말 위협적입니다. 작은 돌은 밟으면 미끄러지고 굴러 내리고..
 

이 아름다운 풍경은 절경이지만 절경으로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제3 벼랑, 앞쪽을 내려다보면 낭떠러지 절벽이기 때문입니다. 왼쪽의 급경사 비탈은 한 40여 미터 되는데 큰 돌, 바위도 없고 나무도 없고 축축한 낙엽만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아이젠을 신어도 소용없을 것 같은 게 비에 젖은 낙엽만 수북이 쌓여 있고 사람이 올라 다닌 흔적은 전혀 안보입니다. 그럼, 길이 실종 된 것인가. 우측 5시 방향으로 보니 토끼가 다니던 길 같은 외줄기 희미한 흔적이 보이네요. 이 길인가, 따라가 보지만 급경사 비탈을 옆으로 통과하는 것이어서 한발 헛디디면 바로 미끄러지며 추락입니다. 그렇게 50여 미터 희미하게 보이던 외길이 흐지부지 그마저 안 보이네요. 다시 절경 벼랑으로 원위치, 내비 검색을 해보니 불통지역이네요. 아쉽지만 이 길은 아니다 싶어 포기하기로 하고 돌아갑니다. 카메라 집어넣고, 스틱도 집어넣고, 만반의 준비, 150여 미터 되는 절벽 같은 급경사 벼랑길을 네발로 기어서 올라왔습니다. 
 

하산 길

 
관산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하단 말인가..
푸념 속에 터덜터덜 아까 쓰러진 나무를 다시 넘어와 한참을 오는데 나비 한 마리 출현, 잠시 잡념을 잊었죠. 
 

 
날개가 좀 해진 것 같긴 하지만, 동그란 뱀눈이 예쁜 부처사촌 나비로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 황금빛 날개를 단 나비 한 마리가 휙 지나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녀석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맥없이 걸어 내려오는 산길에, 무슨 새인지, 울음소리가 해맑은 산새소리가 계속 따라와 보이지 않는 녀석의 울음소리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푸른 하늘에 비구름이 밀려나간 하루였습니다. 
천진암성지 주차장은 닫혀 있고 기다리고 있는 마을버스는 없네요. 한참을 걸어 내려오다 38-40 버스에 승차, 관음 2리 마을회관에서 하차, 건너편에 이마트 24에서 생수 2병 구입, 한 병은 단숨에 마셔버리고, 15분 기다려 13-2 버스에 승차, 귀가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검색해 보니, 위 사진, 바로 이 지점, 31이라는 삼각 번호통이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는 포스팅이 있네요. 왼쪽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되니 이 지점에서 코스를 이탈한 모양입니다. 우측 방향을 보긴 했지만 왼쪽 방향이 코스인 것으로 직감, 왼쪽으로 진행했던 것이죠. 사진을 찍은 방향이 정확히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지점에서 이탈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겠는데요. 하지만 이 지점이 이탈 지점이라면 이정표가 필요한 곳이네요. 그리고 아까 벼랑 낭떠러지 시작되는 봉우리에는 '등산로 아님' 경고문 하나 세워줘야 할 곳으로 보입니다. 
 
오늘 산행 거리는 8.9km입니다.
 
관산은 다음에 관음 2리 마을 회관 쪽에서 오르는 코스로 잡아 봐야겠네요. 
 
 
 
글번호: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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