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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나루는,

'갈수기 때는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홍수 때는 마을 앞까지 물이 올라와 기겁하여 배에 가재도구를 싣고 마을 안쪽으로 대피하고 집이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동아줄이나 새끼줄로 집을 묶어놓기도 하며 삶을 이어가던 곳..'

'수청다움에 물들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안내판에 수청리는 그렇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수청리나루터는 쉼을 돌아보는 내 마음의 쉼터, 그곳에 지금 하얀 나룻배 한 척이 정박해 쉬고 있습니다. 

 

드넓은 백사장과 갈대밭이 있었고 바위 절벽으로 경치가 빼어나 겸재 정선 선생이 경교명승첩 첫 장에 그린 녹운탄(綠雲灘)이 바로 이곳 수청리라 하네요. 팔당호가 생겨 수몰이 되기 전 옛날 옛적 풍경입니다.

 

수청리 마을사람들이 강 건너 신원리, 도곡리로 건너 다니던 나룻배는 언제부터인가 운행을 접고 있나 보네요. 대합실에는 그래도 소파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딱딱한 나무 의자가 아니고 왜 푹신한 소파일까. 유리창엔 승객들에 당부하는 코로나 수칙도 붙어 있습니다. 나룻배는 모터 동력선으로 보이는데 잠겨있는 내부에는 붉은색 구명조끼들이 보여, 언뜻 보면 잠시 쉬고 있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2014년 방송된 휴먼다큐멘터리 로드다큐 만남에서 '맑고 푸른 물이 흐른다'로 아름다운 물결이 넘실대는 이곳 남한강과 함께 살아가는 수청리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적이 있었죠. 그땐 목선이었는데 20년이 넘게 나루터에서 그 배를 저어온 뱃사공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도 담담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이곳 나루터가 복원되고 쉼터 조성이 된 게 2017년, 나루터의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그런데 배는 운행중단이라니 공교롭네요. 이제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손님이 없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관광용으로라도 운행하면 어떨지, 청정지역을 무리해서 한 바퀴 도는 운행이 아니라 강건너편에 다녀오는 정도, 기왕에 다니던 뱃길이었잖아요. 그런 손님들도 있잖을까 싶어요. 지금은 정박해 있는 하얀 배 하나로도 감성 물씬 묻어나는 나루터 풍경이지만 너무 오래 놔두면 잊혀진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곳,

 

감추어 두고 싶은 그곳,

 

훌쩍 떠나와 지친 마음의 쉼을 돌아볼 수 있는 수청리

 

가을바람 일어 가을빛이 물들고 있습니다.

 

억새

 

그리고 갈대꽃술이,

 

푸른 하늘에 붓질하듯

 

가을바람에 산들거리고 있습니다.

 

해 뜨는 여명도 너무 아름다울 듯,

 

해지는 노을에 넋을 잃을 듯,

 

비 오는 날도 좋고 바람 부는 날도 좋겠고,

 

키 큰 억새풀 사이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가슴엔 온통 가을빛으로 흠뻑 물들죠.

 

나루터를 300년이 넘게 지켜보고 있는 노거수 느티나무

 

수청리는 푸른 강물이 여울져 물살이 세다는 청탄(靑灘), 물푸레여울,

큰말로 불리기도 합니다.

 

배는 멈추어 섰어도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느티나무는 더 이상 쓸쓸하지 않습니다.

 

이제 곧 단풍이 곱게 들 텐데, 너무 예쁘겠죠, 잎이 다 지고 단풍도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할퀴듯 찬바람이 스치고, 언 강물에 눈이 내려 쌓이면 그날의 나루터 풍경은 녹운탄에 그려 넣을만한 한 폭의 산수화 틀림없겠어요. 지금도 너무나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 풍경이지만, 나목을 그려보는 건 겨울에 다시 오리라는 다짐인 듯합니다.

 

자전거로는 퇴촌-분원리 쪽에서 접근해도 좋고, 양평역에서 출발, 양근대교 넘어오는 코스도 좋습니다. 승용차가 편하겠지만 주말엔 병목구간에 정체가 있습니다. 퇴촌에서 마을버스도 다니고 양평에서 하루 두 차례 버스도 다니고 있긴 하지만 시간대를 맞추려면 좀 느긋하게 기다리기도 해야겠죠. 남종면에 들어서서 강변길을 달리다가 수청 1리 마을표지석 보고 다리(수청교)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나루터입니다. 시간이 여유 있으면 마을 고샅길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어요. 물안개 피는 고즈넉한 물가 마을의 정취를 길고양이와 함께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수청나루터 유래(안내문) 중간에 겸재의 진경산수화 녹운탄이 조그맣게 삽입되어 있죠. 그 앞에 서서 눈으로 보면 그런대로이지만 진귀한 이 그림에 해설을 곁들인 그림이 있어 캡처해서 아래에 올립니다. 강건너에서 청탄을 한눈에 보는 듯 눈에 선하네요.

 

출처: 문화경제 2020 09 14 겸재그림길(62) 녹운탄 해설 이한성 옛길 답사가

 

나룻배가 다니던 시절의 내룻배 탄 풍경은 아마도 이랬을테지요..황소, 가방을 멘 소년, 닭을 안고 있는 여인, 자전거를 잡고 있는 소년..장욱진 화백(1918~1990)이 어릴 적 고향에서 본 강나루의 풍경을 그린 명작 '나룻배'입니다<그림 해설 출처: 한국경제 2021 07 26 [그림이 있는 아침]전쟁통에 그려낸 고향풍경>

 

 

나루터 주변에 방긋방긋, 가을햇살을 머금고 있는 예쁜 꽃들도 만났습니다.

 

하얀 분홍바늘꽃

 

분홍바늘꽃

 

쑥부쟁이

 

구절초

 

돌양지꽃

 

백당나무

 

부처꽃

 

두메부추

 

송엽국

 

꼬리풀

 

수국

 

 

 

 

 

나루터 쉼터 주변을 산책한 거리는 1km, 

양평역에서 출발, 양근대교 넘어서 수청리나루터까지 자전거 라이딩 왕복 거리는 30.1km(feat. 도마스펠리체 700-25c),

이 코스는 몇 년 전 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갓길이 없거나 좁아서 아쉬웠는데, 혹시 강변 따라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그전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남한강을 끼고 달리는 인기코스입니다. 내리막에서의 상큼함이 매력적인 코스여서 자전거들이 많이 찾고 있는 코스입니다. 지금은 내부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 코스에서 꼽히는 카페가 힐하우스였었죠. 지나면서 보는 힐하우스는 옛 모습 그대로인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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