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바라보는 외관은 좀 육중하다는 느낌은 받았으나 어둡고 낡아 보여서 사실 별 관심이 없이 지나치곤 했던 건축물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였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어 호기심에 오늘 찾아가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문이 잠겨 있지 않을까 했는데 실내외 모두 개방되어 있고 아래층 카페도 영업 중이네요.
'꿈마루'라 해서 실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겠지 하고 무심히 지나치곤 했던 건물입니다. 사실 꿈마루보다는 카페가 글씨도 크고 눈에 먼저 띄죠. 이 건물이 클럽하우스 기념비적인 건물이라면 정면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카페는 개인적으로는 좀 글쎄요로 보여요.
영친왕이 하사금을 내려 이곳에 골프장을 짓고(1927년 착공, 1930년 6월 개장) 친히 골프를 치던 군자리골프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18홀 골프장이었네요. 군자리골프장 후신인 한양 cc 홈(연혁)에 보면 1921년 조선철도국이 조선호텔 유객을 목적으로 효창원(효창공원)에 9홀을 개장(7홀만 운용), 청량리로 이전, 1925년 군자리로 이전하기로 하였다는 기록도 확인됩니다. 그보다 오래 전인 1897년 원산 해변의 세관구역 내 영국인들이 6홀을 만들어 라운드를 했다는 구전도 전해지고는 있지만 인증이 안되고 있다는 기록도 있으나, 군자리골프장 시절의 클럽하우스에 대한 기록이나 사진은 없는 모양입니다. 영친왕이 친히 라운드 하던 시절의 옛 클럽하우스는 어땠을까 궁금했는데 그 자료는 없군요.
이 클럽하우스는 1968년에 준공되었지만
1970년에 당시 혁명정부에서 대통령 령으로 골프장을 이전시키면서 당시 세인의 관심을 끌던 신축 건물이 최초의 클럽하우스라는 호사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준공한 지 2년도 안돼 문을 닫아버리는 비운을 맞게 되었죠. 골프장을 이전시키고 이곳엔 어린이대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1973년에 개장되면서 클럽하우스는 교양관으로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어린이대공원 정문에서 들어와 분수대 쪽으로 오면 앞에 보이는 건물이 꿈마루입니다.
언뜻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 같지는 않아 보이죠.
다가가 보면, 골프장 클럽하우스였었다는 흔적이 분명하네요. 이 출입로는 골프카트를 끌고 내려오는 경사로네요.
반대쪽(클럽하우스 내부)에서 바라본 경사로. 서문 쪽 스타트 1번 홀로 내려가는 경사로로 보입니다.
골퍼들은 뒷계단(동문 쪽)으로 걸어 내려갔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클럽하우스 정면 앞 둥글고 낮은 구조물은 화단이었겠죠.
2층 라운지
라운지에 놓여 있는 낡은 피아노에 타일 장식이 독특하죠. 당시에 연주되던 피아노인지 설명은 없고, 고장이라고 쓰여진 종이 한 장 붙어 있습니다.
베란다 통로
테라스, 왼쪽 실내는 지금은 북카페, 당시엔 식당이 아니었을까.
돌을 붙인 둥근 구조물이 건물 외부에 많은데 큰크리트 주름벽 마감과 대조적입니다.
돌붙임이 신축당시의 기법인지 리모델링 후의 달라진 외관인지 궁금해요.
왼편에 주차된 공원 관리용 전동카트가 마치 골프용 카트처럼 보이기도 하죠. 당시 이곳이 정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개인적인 이런저런 상상입니다.
이곳에 차를 대고 골프백을 내리고 싣고 그랬겠죠.
카트가 두 대가 보이니 더 클럽하우스 같은 실감이 나네요.
리모델링하면서 뜯어낸 지붕, 실내 속으로 정원을 끌어들여 나무를 심었네요, 파격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언제 설치가 되었는지, 그런 설명이 붙어 있으면 좋을 텐데..
일부 층간바닥까지 철거해 버린 흔적,
피크닉정원으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계단도 일부 헐어낸 흔적이 선명합니다.
클럽하우스 건물의 외관상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직의 주름벽 마감처리입니다.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에 주름벽으로 마감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주름벽엔 담쟁이가 타고 오르도록 해서 서구적인 감각을 살렸네요.
거대한 슬라브에다 육중한 콘크리트기둥이 특징인 이 클럽하우스는 건축가 나상진(1923-1973) 님의 작품입니다.
리모델링 준공은 2011년
공원리모델링에 조화를 맞추어 클럽하우스는 옛것을 살리고 공원친화적으로 되살려 꿈마루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꿈마루는 현재 관리사무소, 북카페, 로비, 상황실, 다목적홀, 피크닉정원, 카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도 이미 꼽히고 있네요.
건물 앞 노송은 철거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던 클럽하우스의 반백년에 걸친 영욕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참조 원불교신문(2016 10 28) '최초의 클럽하우스, 어린이대공원꿈마루' - 조한 교수의 현대건축이야기
어린이대공원 꿈마루까지 걸어갔다 온 거리는 7.8km입니다.
글번호: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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