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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길 제9길 죽산성지순례길 마치면서, 삼성헬스(gps) 끄고, 다시 시작(세션 2), 제10길 이천옛길 바로 시작하였습니다

(16:08). 시작점 바로 옆에 편의점이 보여서 시원한 생수 보충을 위해 다가가 문을 열었으나 열리지 않네요.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창문에 병원 갔다 온다는 메모가 붙어있고 문은 잠겨있습니다. 미지근한(햇볕에 물이 데워진 듯) 물 한병 갖고 있는 것으로 버틸 수밖에 없나 보네요. 아이스크림을 보고도 못 먹었으니 더 무거워진 발걸음을 산전길 따라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평지길이 아닌 완만한 오르막 산길입니다. 부담스러운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면 오늘 마치는 시간이 너무 늦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이 들면서 오르막 길에서 숨 가쁜데 속도를 높이게 되네요. 산전길 갈림길에서 오르막 길은 마감되어 마음이 놓이기는 하는데, 갈림길에서 길 같지 않은 개망초와 잡초가 무성한 흐지부지한 길로 들어서야 됩니다. 그나마 흐지부지하던 길도 잡초에 덮여 길이 어딘지 분간이 안되는데, 그대로 가야 되나 의심이 드는 순간 앞에 영남길 이야기 안내판이 보입니다. 반갑죠, 고부간의 갈등도 사라지는 율면의 밤골 이야기 안내판입니다. 이 잡초길에는 리본 한두 개는 달아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개망초가 피어 있는 잡초길을 따라 계속 가면서 보니 포클레인 몇 번 지나다닌 농로 같긴 한데 바닥에는 돌과 자갈이 구르고, 아무래도 이 구간은 새로 개척된 구간이 아닌가 싶은데, 암튼, 밤골 이야기는 보고 가야죠. 옛날 사이가 좋지 못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밤골에 살았는데 시집실이를 견디다 못한 며느리가 어느 날 무당을 찾아가 방도를 은근히 묻자, 무당은 며느리에게 매일 밤을 삶아 어머니 밥상에 백일동안 함께 올리면 어머니가 죽게 될 것이라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매일같이 무당이 일러준 대로 삶은 밤을 넣은 밥을 시어머니께 올려 드렸는데,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가 혈색도 좋아지고 오히려 건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도 매일 밤을 삶아 올리는 며느리의 정성에 감동하여 며느리 자랑을 이 집 저 집 해주고 전보다 더욱 살갑게 며느리를 대하게 되면서 고부간의 갈등은 사라지고 화목한 집안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살기 어린 이야기, 해피엔딩이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닌데요.

 

흑염소 몇 마리, 개 몇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집을 지나갑니다. 심심한 산길에서 착해 보이는 녀석들을 보니 반갑네요. 개들은 그래도 실살 짖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다리 앞에 영남길 안내 표시 보입니다. 다리를 넘어가면 산양 1리입니다. 마침 마을회관(경로당) 문이 열려 있어 말씀드렸더니 빈병에 시원한 정수기물 가득 담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산양 2리 갈림길, 왼쪽길로 갑니다.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노출을 맞추었더니 달빛 풍경 같네요.

 

목장입니다. 이천 옛길 들판길에는 주로 논, 밭, 과수원, 목장이네요. 산양리에서 석원천(개울) 위로 놓인 산양교를 넘어가면 석교촌입니다. 석교천에는 안 씨들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마을에 효성이 지극하고 힘이 센 안장사가 어름장처럼 차가운 개울을 맨발로 건너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산 위에서 큰 돌을 모아다가 다리를 만들자 사람들은 이 다리를 안장사 다리라 하였고 장사가 태어난 마을을 석교촌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청상과부로 살던 어머니가 바람이 나 개울 건너 몰래 외간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을 보고 아들인 안 장사는 그걸 알면서도 어머니를 위하여 다리를 놓았다는 효성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석산리 부래미마을 체험장 옆 부래미생태공원길가에 서 있는 스탬프함에서 스탬프 찍고 들판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왔습니다. 마을에는 멋진 별장(전원) 주택도 적지 않네요.

 

어재연 장군 생가 입구(길가)에 두 번째 스탬프함 비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스탬프 찍고 한 300 m 쯤 오르막 산길을 더 올라야 장군의 생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생가 가는 길에 부정 타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노거수, 보호수, 느티나무(수령 200년)입니다. 서산에 해가 기울면서 노을이 불그레 지는 듯, 산 아래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어재연 장군 생가입니다. 문은 잠겨 있어 안채로 들어가 볼 수는 없습니다.

 

8월 15일까지 화장실 기단과 토속담장 해체보수 공사 중입니다.

 

산성 1리에서 태어난 어재연 장군은 신미양요 때 외적과 싸우다 전사하였습니다. 증조부와 조부가 모두 무과에 급제한 무인 집안에서 태어난 장군은 어릴 때부터 틈틈이 무술연습을 했다고 하네요. 어머니를 도와 밭일을 나가면 산자락에 있는 밭을 향해 활을 쏘고 다시 건너편으로 넘어가 화살을 뽑아 산자락으로 다시 날리며 활쏘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활쏘기 연습을 하던 곳은 지금도 사장말랭이 또는 사장골로 불리고 있습니다.

 

장군에게는 아끼던 말이 있었는데 장군의 사랑을 받으며 늘 함께 지내다가 강화도에서 장군이 전사하자 애마는 장군의 안장을 등에 얹은 채로 산성리 이곳 장군의 집까지 혼자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주인 없이 혼자 돌아온 말은 장군의 죽음을 슬퍼하며 댓돌에 머리를 박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마을 사람들이 말 못 하는 짐승일지언정 주인을 향한 마음이 사람보다 더 갸륵하고 애처로워서 말의 무덤을 만들어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무덤의 형태가 사라지고 없지만 그 자리는 아직도 말무덤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어재연 장군의 생가는 중요민속자료 제12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참조 <어재연 장군 안내문, 영남길 이야기 안내판> 

 

오늘의 걷기는 어재연 장군 생가 입구 안내표지판 옆 산성리 버스정류장에서 마치고, 영남길 마지막 구간인 제10길 코스를 걸은 거리는 12km 됩니다. 이렇게 하여 영남길 전 구간을 완주하게 되고, 전 구간 걸은 거리는 삼성헬스(gps) 상으로 144.9 km입니다. 아울러 경기옛길(의주길 5개 구간, 삼남길 10개 구간, 영남길 10개 구간) 전 구간을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경기옛길 전 구간 완주한 거리는 325.1 km입니다. 구간 구간 대중교통수단인 전철, 버스 노선 중심으로 끊어 오가며 걸은 거리를 합산하여 공식거리보다 많이 나오네요. 코스를 이탈하여 헤맨 거리도 포함되었습니다.

 

오늘 귀가 교통편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산성리 버스정류장에서 GG 택시 콜(1688-9999) 하였으나 서비스 준비지역이라는 안내멘트와 함께 배차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워 이천 지역 택시콜을 검색하는데 이천시내버스 29-5번이 도착하여 승차(19:55), 반월성정류장에서 하차(10분 소요), 5분 기다려 37번 버스에 승차(20:15) 죽산터미널에 20시 40분 도착, 서울행(남부터미널) 21:00 승차권 예매(6,800원), 21:00 정각에 승차출발하였습니다. 참고: 일죽터미널 동서울행 버스 막차 20:00, 죽산터미널 동서울행 버스 막차 20:35, 남부터미널행 버스 막차 21:20. 오늘 9+10 코스 완주에 무리하여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죽산에서 가까스로 남부터미널행 버스에 승차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콜택시 배차도 안 되는 변두리에서 이천 시내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는 게 실은 큰 행운이었죠. 그것도 반월성까지 혼자 타고 왔으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천 시내버스를 타지 못했더라면 죽산에서 간발의 차이로 남부터미널행 막버스(21:20)까지 놓쳤을 수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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