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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약을 해야만 탐방이 허용되는 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에 기대가 좀 있었습니다. 사전예약을 받는 이유가 안보상의 이유라면 그런대로 흥미롭고, 생태보전의 이유라면 그렇게 오랜 세월 보존되어 싱싱하게 살아있을 생태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인데 오늘 걸어보니 기대가 너무 컸었나요. 우이탐방지원센터에서 신분증 제시하고 예약여부 확인받은 후 탐방길에 진입, 계속 살짝살짝 오르막길입니다. 길은 차량이 다닐만하게 넉넉하고 고운 흙으로 다져진 길이라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어서 여러 사람들들이 맨발로 걸어가기도 하네요. 우이령(고개)에 대전차 장매물이 나타납니다.

 

이 길은 6.25 전쟁 전에는 장흥면 교현리와 우이동 일대를 연결하는 소로였으나 전쟁 발발 후 미 제36 공병단에 배속된 109 공병대대,

 

102 공병대대가 작전도로를 개설, 작전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위장망?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전차 장애물을 보니 이곳에 긴장감이 도는 듯하기도 합니다.

 

우이령길 작전도로 개통 기념비입니다. 너무 오래돼서 새겨진 글이 잘 안 보여요.

 

탐방객들은 탐방로를 벗어나 산으로 오르거나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도록 주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단 오늘 하늘이 뿌옇게 흐려서 전망이 말끔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길가에는 난간이나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탐방길 주변은 군시설이거나 사격장으로 경고문이 붙어 있는 데다, 계곡은 2029년까지 출입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네요.

 

아래 계곡에 흐르는 물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내려가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우이령을 내려가면서 보이는 오봉(五峰)이 흐리지만 아름다운 비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북한산의 바윗덩어리들은 마그마가 올라오다가 식어서 굳은 것으로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을 받아 다양한 모습으로 산등성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강가나 바닷가 등지에서 물에 침식된 둥근 암석이나 돌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를 토르(tor) 형태라고 하는데, 오봉처럼 산꼭대기에서도 토르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은

 

한 덩어리이던 화강암이 냉각 팽창하면서 표면에 절리(節理, joint)가 생겨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고, 절리면을 따라 풍화작용을 일으키게 되는데..

 

무른 암석 부분은 물이 쉽게 스며들어 쉽게 풍화되지만 절리간격이 넓은 단단한 암석 부분은 모서리만 풍화되어 둥글둥글한 형태로 남게 됩니다. 한 마을의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오봉과 마주한 뒤편의 능선)의 바위를 던져 올리기 시합을 하여 현재의 기묘한 모습의 봉우리가 만들어졌다고 하는 설이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참조 <오봉 안내문> 오봉을 등반하는 모습을 예상해서 105mm 망원 렌즈도 준비해 갔는데.. 오늘은 암벽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이 없는지 바위에 매달린 힘찬 모습이 안 보이네요.. 아쉽습니다.

 

전국의 국립공원마다 동물과 식물 각 1종씩 깃대종(Flagship Species)이 선정되어 있는데 북한산의 깃대종은 산개나리와 오색딱따구리라고 하네요. 사진은 탐방로 따라 무성하게 자라는 국수나무입니다. 그래서, 혹시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국수나무만 따라가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국수나무를 '우이령 숲 지킴이'라고도 한답니다. 줄기의 속 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 껍질이 나와 이것이 국수와 비슷해 국수나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흔히 보던 나무였는데 이름을 오늘 첨 알게 되었습니다. 참조 <국수나무 안내문>

 

오늘 산길에서 만난 풍뎅이, 범무늬 호랑나비는 사진에 담지 못하고, 사진에 담은 진객은 바로 자벌레입니다. 엄청 크네요, 마치 오체투지를 하는 듯 쭉 뻗었다 오므렸다 하면서 신속하게 이동합니다. 위장술을 쓰는 듯 한두 번 움직이고 죽은 듯이 한동안 꼼짝도 안 합니다. 우이령에는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곤줄박이, 딱새, 붉은 머리 오목눈이, 굴뚝새 같은 새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저 자벌레 무사해야 할 텐데요.. 우이령 지나면서는 계속 내리막이어서 설렁설렁 내려오다 보니 다 내려왔습니다. 마치 시골 산중의 국도에 버스 지나가듯 내려오다 보니 오봉만 쳐다보고 심심하게 내려왔습니다. 이 길은 1968년 1.21 사태(무장공비침투사건) 이후, 1969년 국가 안보 및 수도 서울 방어를 목적으로 2009년 6월까지 민간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우이령길은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면서 사방사업, 돌 쌓기 공사 등 자연친화적 정비공사를 완료하고 2009년 7월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탐방객들은 정해진 탐방로만 다니게 되어있는 상황인데도 굳이 예약탐방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충분히 공감이 잘 안 되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탐방객이 폭발적으로 하루 1,000 명이 넘어서 통제목적인가요.

 

송추마을길은 대체로 무난한 숲길인데 송추유원지구간이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이어지는 산너미길은 난이도 상급답게 아마도 북한산둘레길 구간 중 제일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어요. 

 

깎아지른 바위, 절벽, 울창한 숲, 오솔길, 졸졸 흐르는 계곡을 지나는 구간으로 산길을 걷는 맛을 많이 느낄 수 있지만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힘든 구간이 많아서 지치게 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짧지만 힘든 숲 속 산길 구간으로, 설악산 오색약수 어디쯤 오르는 듯한 등산로 같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의정부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오늘 시야가 흐려서 시가지 풍경이 희미합니다.

 

산너미길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의정부 시가지가 탁해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 계단길로 안골공원까지 계속 내리막입니다.

 

안골입구까지 걸어 내려와 5번 버스에 승차, 의정부역에서 내려 전철로 귀가하였습니다. 우이역-우이령길-송추마을길-산너미길-안골입구에서 트레일링을 마친, 오늘의 걸은 거리는 19.4km입니다. 

 

오늘의 이정표 모음입니다. 산너미길입구->울띄교->갓바위교->사패교->전망대로 이어지는 구간이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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