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살랑살랑하는데 주말에는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도 세게 불 것이라는 예보네요. 지난 일요일(13), 그래도 비는 오후 늦게부터 내린다는 예보여서 오후 늦게만 피하면 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봉곡사는 대중교통으로 갔다 오기엔 간선이 아닌 지선버스 구간이어서 배차시간이 너무 뜸해 망설이다가, 멀지 않은 거리이니 자전거가 좋겠다로 마음먹고 기다렸는데 주말마다 비소식이 있어 다음에 다음에로 미루어왔었죠. 봉곡사를 중심으로 하는 '솔바람길' 코스도 좋고, '천년의 숲'에 '천년비손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산길코스에다 '천년물결길'까지 걸을 수 있어 자못 설레이는 코스로 찜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또 비소식이네요. 오후 늦게부터라는 것 그것 믿고 오늘은 자전거를 선뜻 선택하였지만 진눈깨비가 예보보다 일찍 쏟아져 내려 결과는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우산, 비옷 다 챙기기는 했죠. 아침에 출발부터 쌀쌀하네요. 꽃샘추위죠. 전철 타고 가는 동안은 밖에 바람이 부는지 추운지 모르고 열차는 조용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산쯤 지나는데 차창에 빗줄기가 몰아치네요. 나무들도 휘청이는 게 바람도 세게 불고 있다는 것이네요. 다행히 평택을 지나며 비는 멎었고 차창밖을 흐르던 빗물은 금방 말랐습니다. 온양온천역에서 하차,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지만 지상 플랫폼으로 몰아치는 바람이 심상치 않네요. 하늘은 먹구름과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는 듯, 그래도 배낭을 내려 자전거에 묶고, 주섬주섬 준비완료, 1번 출구 나와 역 앞 광장에서 자전거 출발하였습니다.
외암 민속마을 가는 길 따라 달립니다. 청댕이고개 넘어까지는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 무난히 달릴 수 있었지만 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한번 역풍이면 그날은 종일 역풍으로 힘들게 하는 바람, 그런데 갑자기 휘몰아치는 횡풍으로 자전거가 휘청거립니다. 넘어지면 큰일이죠. 유곡리 가기 전에 고개를 하나 더 넘어가야 하는데 차량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에 갓길이 너무 비좁네요. 고개 이름은 모르겠지만 되박산 자락 고개를 넘어가는 중인데요, 넘어가서는 신나는 내리막길이지만 갑자기 돌변하는 횡풍, 돌풍에 조심, 속력을 줄였습니다. 비는 흩뿌리다 젖다 말랐다 하면서 달려 봉곡사(주차장)에 도착, 라이딩 13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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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 입구 쉼터 정자에 자전거 매어놓고 걷기 출발,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조용하고, 봉곡사 뒷산인 봉수산 자락이 아늑하게 감싸주고 있나 보다 싶어 오늘 솔바람길은 갔다 올 수 있겠지.. 희망을 안고 출발하였습니다.
길 따라 초파일 연등이 걸려 있네요.
일주문
일주문 지나 완만히 오르는 송림길, 이 길은 봉곡사에서 포토존으로 지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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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봉곡사까지의 소나무 숲을 '천년의 숲'이라고 하네요. 산림청 주최 아름다운 숲길 선정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길인데요, 아름드리 소나무마다 밑둥에 V자형 흉터가 파여 있는 것은 일제 패망 직전 무렵에 연료로 쓰려고 송진을 채취했던 아픈 상처입니다. '천년의 숲길'은 아산의 청정지역인 유곡리에서 궁평리에 걸친 봉수산 산길로, 봉곡사에서부터 품어 나가는 능선길, 임도, 숲길, 호반길 등 두루 품은 네(4) 개의 코스로 전장 26.5km 코스입니다.
이 천년의 숲길 안내도는 봉곡사 입구 주차장 화장실 옆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짧은 솔바람길(왕복 7km)이 목표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송림길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봄 새싹이 돋아나고 있죠. 하지만 잠잠하던 산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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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벚나무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봉곡사 전경, 고방(庫房), 대웅전, 무설전,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887년)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입니다. 창건 이후 100여 년간 석암(石巖)으로 불리다가 조선 정조 18년(1794)에 중수하고 봉이 양쪽 날개를 펼치고 나는 것과 같다 하여 봉곡사(鳳谷寺)로 개칭하였습니다. 그 후 만공(滿空) 선사께서 문득 법계성(法界性)을 깨달은 오도송(悟道頌)을 읊으신 것으로 유명한 성지로 전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만공탑
탑 위에는 지구(세계)를 상징하는 큰 구(球)가 올려져 있고 만공스님의 친필인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스님이 남기신 명구(名句), 즉 불심으로 빚어진 화합의 꽃이라는 가르침이시죠.
'공산이기고금외'란, 산의 이와 기(높고 낮음)는 고금을 벗어나(그대로인데), '백운청풍자거래'란, 흰구름 맑은 바람은 스스로 오가네,
'하사달마월서천'이란, 어쩐 일로 달마는 서천(서역)을 넘었는가, '계명축시인일출'이란, 닭은 축시에 울고 해는 인시에 뜨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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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현호색과 제비꽃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삼성각 가는 계단 입구에 약수터
삼성각
천년고찰의 대웅전으로는 소박하네요.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된 것을 고종 7년(1891)에 서봉화상이 수리하여 지금의 모습입니다.
목조석가여래좌상
목조석가여래좌상은 조선 후기에 제작된 불상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입니다.
무설전, 우측에 종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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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풍경이 이리 뱅글 저리 뱅글 돌고 있습니다.
요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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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뒤 봉수산 자락엔 봄기운이 분명한데..
강풍, 돌풍, 횡풍에 진눈깨비 날리면서 보니 먼산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듯 잔설이 허옇게 쌓여 있습니다. 아니? 오늘 내려 쌓인 건가..
대웅전 앞 화단에도 잔설이 쌓여 있습니다.
늦은 오후부터 내린다는 비가 몇 시간 당겨졌나 보네요.
계속 쏟아지는 진눈깨비, 강풍, 돌풍, 악천후에 점점 거세질 것 같아 이따 자전거 타고 온양온천역으로 돌아갈 일이 슬그머니 걱정이네요. 솔바람길 산행 포기, 다음에 천년비손길에 함께 한 바퀴 순환형으로 도는 코스로 잡고 오늘은 봉곡사를 돌아본 것으로 종료하고 악천후가 더 거세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비옷 입고 달려 달려 온양온천역에 도착, 오늘 라이딩 왕복 거리는 26km입니다.
그런데 청댕이고개에서 바람이 멎으면서 먹구름도 풀리네요. 오늘은 이래저래 헛다리를 짚는 날이네요.
주차장에서부터 봉곡사를 걸어갔다 온 거리는 2km입니다.
글번호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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